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의 2015년판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주목되는 변화라고 한다면, 혈당강하제 선택 섹션에 새로운 근거들이 다수 반영됐다는 것이다. 양 학회의 공동 가이드라인은 이전부터 혈당강하제 계열별로 약제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근거해 적절한 환자에게 적합한 약제를 선택·처방하라는 것인데,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신규 계열 약물인 SGLT-2 억제제에 대한 언급과 함께 티아졸리딘디온계와 DPP-4 억제제 등 일부 제제의 안전성에 대한 근거들이 추가됐다<표>.

SGLT-2 억제제, 제2형 당뇨병 모든 단계에 효과적
인크레틴 제제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SGLT-2 억제제는 양 학회 공동 가이드라인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차단하고 이로 인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당이 늘어나는 기전이다. 여타 제제와 대등한 혈당조절 효과에 체중·혈압조절이 부가적 혜택으로 언급됐다. 특히 인슐린 분비능과 독립적인 작용기전으로 제2형 당뇨병의 모든 단계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천후 약제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는 일련의 임상연구에서 당화혈색소(A1C)를 위약 대비 0.5~1.0%까지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대부분의 표준 혈당강하제와의 일 대 일 비교 연구에서는 전반적으로 초기 A1C 감소효과가 대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SGLT-2 억제제의 작용기전이 인슐린과는 독립적이기 때문에, 인슐린 분비능이 심각하게 약해진 후까지 포함해 제2형 당뇨병의 모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저혈당증 위험 없이 어느 단계에서든 단독 또는 어떤 약제와의 병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SGLT-2 억제제의 추가적인 이점으로는 적정한 수준의 체중조절(6~12개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2kg까지 감소)과 일관된 혈압조절(2~4/1~2mmHg 감소) 효과를 꼽았다. 여기에 더해 혈장 요산수치 및 알부민뇨 감소와의 연관성이 언급됐지만, 이로 인한 임상혜택은 아직 모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부작용 위험으로는 비뇨생식기 감염, 체액량 감소, LDL 콜레스테롤 증가의 잠재적 가능성이 언급됐다. 한편 신생 약물인 만큼 SGLT-2 억제제의 미세혈관 및 대혈관합병증 위험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며, 현재 심혈관 안전성에 관한 CANVAS(카나글리플로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방광암 위험 대규모 분석
티아졸리딘디온계 중 피오글리타존과 관련해서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방광암 위험 관련 우려가 줄고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초기에 제기됐던 티아졸리딘디온계(특히 피오글리타존)의 방광암 위험증가 연관성에 대한 3개의 최신 근거를 반영한 결과다(Indian J Endocrinol Metab 2014;18:425-427, Kaohsiung J Med Sci 2014;30:94-97, Br J Clin Pharmacol 2013;75:254-259).

이에 근거해 지난 2012년판에서 피오글리타존의 약제특성과 관련해 방광암 위험증가의 의혹을 언급했던 내용은 이번 2015년판에서 삭제됐다. 피오글리타존은 이와 더불어 혈당조절의 지속성·지질조절·심혈관질환 위험감소 가능성 등이 이점으로, 체중증가·부종 및 심부전·골절위험 등이 단점으로 언급됐다. 피오글리타존은 또한 현재 제네릭 약물의 사용이 가능해져, 약가와 관련해서도 고비용에서 저비용으로 변화가 반영됐다.

심혈관 안전성 확인
DPP-4 억제제는 심혈관 안전성에 관한 대규모 연구결과가 이번 가이드라인에 공식적으로 첫 언급됐다. “(SAVOR-TIMI 53 연구에서는) 삭사글립틴이 위약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도 줄이지도 않았고, (EXAMINE 연구에서는) 알로글립틴이 심혈관질환 또는 심부전 위험을 높이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우려가 제기됐던 췌장 관련 안전성에 대해서는 “관찰연구와 임상연구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췌장질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시타글립틴, 빌다글립틴, 삭사글립틴, 리나글립틴, 알로글립틴 등 DPP-4 억제제는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독특한 작용기전으로 인해 저혈당증 위험을 비롯해 부작용 위험이 낮아 우수한 내약성을 갖춘 약제로 언급됐다.

이 가운데 삭사글립틴은 SAVOR-TIMI 53 연구에서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받은 DPP-4 억제제 삭사글립틴이 신장기능장애 동반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최근 보고된 바 있다. SAVOR-TIMI 53 연구의 하위분석에 따르면, 삭사글립틴은 신장기능장애와 무관하게 허혈성 심혈관사건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당뇨병성 신장병증을 시사하는 알부민뇨의 진행을 억제했다.

캐나다 토론토의대의 Jacob A. Udell 교수팀은 Diabetes Care 2014년 12월 31일자 온라인판에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 “신장기능장애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강강하제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며 “이들 환자에서 삭사글립틴 치료선택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연구팀은 SAVOR-TIMI 53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저시점의 신장기능에 따른 삭사글립틴의 효과를 평가했다. 신장기능에 따라 환자들을 정상 또는 경증장애(eGFR 50mL/min/1.73㎡ 초과, 1만 3916명), 중등도장애(30~50mL/min/1.73㎡, 2240명), 중증장애(30mL/min/1.73㎡ 미만, 336명)로 분류해 삭사글립틴과 위약군에서 심혈관 사망·심근경색증·허혈성 뇌졸중 빈도를 1차 종료점으로 평가했다.

중앙값 2년의 관찰결과, 삭사글립틴은 신장기능에 관계 없이 심혈관사건 위험을 높이지도 줄이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기능에 따라 분류된 세 환자그룹에서 심혈관사건 아웃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한편 삭사글립틴은 세 그룹에서 모두 당화혈색소(A1C)를 유의하게 개선했으며, 중등도에서 중증 신장기능장애 환자에서는 알부민뇨 진행억제에 의미 있는 효과를 보였다.

약물선택 고려사항
가이드라인은 최종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약물치료 시에는 혈당강하 효과와 더불어 부작용 프로파일, 부가적 혜택, 비용, 용량 스케줄, 혈당 모니터링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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