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조절은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신년 벽두부터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 혈관합병증 예방을 위한 혈당·혈압·지질 등 심혈관 위험인자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의 최종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전략을 새롭게 업데이트한 것이다.

양 학회는 Diabetes Care 2015;38:140-149에 ‘제2형 당뇨병에서 고혈당 관리: 환자중심 접근법’ 제목의 권고성명을 발표했다. 2006년(Diabetes Care 2006;29:1963-1972), 2008년(Diabetes Care 2008;31:1-11), 2012년(Diabetes Care 2012;35:1364-1379)에 이은 개정판으로 지난 2~3년간 업데이트된 신계열 약물 관련 근거들을 새롭게 반영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3가지 측면에서 혈당조절과 관련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첫째 혈당조절의 궁극적인 목표를 혈관합병증 예방에 두고, 이를 위한 세부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둘째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치료의 강도를 조절하도록, 즉 개별 환자에 따른 맞춤치료의 필요성을 재천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규 제제를 비롯해 약물치료의 새로운 근거를 반영, 약제특성에 따라 혈당강하 전략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도록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혈관합병증 예방을 위해 환자 및 약제특성에 따라 혈당조절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최종적으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당요법의 알고리듬을 통해 이 메시지를 구현해 내고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위해 위험인자 종합관리
가이드라인은 최근 들어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고혈당 관리가 상당히 복잡해지고 논란의 소지도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양한 혈당강하제들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대혈관합병증에 미치는 혜택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이드라인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관리에 있어 혈당조절이 가장 중요한 인자라는 점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혈당조절은 항상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적인 관리(comprehensive cardiovascular risk factor reduction program)의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에는 혈당조절 외에 금연, 건강한 식생활습관, 혈압조절, 지질관리, 항혈소판요법 등이 포함된다. 이는 혈당조절의 긍극적인 목표가 심혈관질환으로 대변되는 혈관합병증 예방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목표달성을 위해 동반 위험인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강조한 것이다.

환자특성 고려한 맞춤 혈당조절
혈당조절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상당히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 위험도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임상특성을 보이는 것은 물론 치료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일련의 임상근거들은 고혈당 관리가 미세혈관합병증의 발생 또는 진행을 차단·지연시킨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심혈관합병증에 미치는 혈당조절의 혜택은 아직 불명확하다. 심혈관 혜택의 근거들이 점차 늘고는 있으나, 심혈관질환 예방은 혈당개선 후 수년이 지나서야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몇몇 대규모 임상연구에서는 고혈당이 상당히 진행된 노령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매우 공격적인 혈당조절이 혜택보다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시사됐다.

가이드라인은 이에 근거해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에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혈당조절의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시키는 개별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이를 위해 당화혈색소(A1C) 목표치 7%를 기준으로 △저혈당증 및 약제 부작용 위험 △당뇨병 이환기간 △잔여수명 △동반질환 △혈관합병증 등의 정도에 따라 혈당조절 강도를 차별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다<그림>.

일례로 동반질환이나 혈관합병증이 없으면 A1C 7%보다 낮게, 심각한 수준이면 이보다는 높은 수치로 완화해서 혈당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고 잔여수명이 짧은 고령 환자에게는 7%보다 완화된 목표치로 혈당조절에 임하게 된다. 당뇨병을 신규 진단받고 잔여수명이 긴 젊은 연령대에게는 보다 공격적인 혈당조절 전략의 적용이 가능하다. 저혈당증 및 여타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보다 완화되거나 공격적인 혈당조절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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