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의 제한된 처방기준을 완화해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가이드라인과 규제당국의 신장질환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메트포르민 적용기준이, 제한적인 근거에 기반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신장질환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치료와 젖산산증 위험증가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제한적이고, 경증에서 중등도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이 안전한 치료범위를 유지함과 동시에 젖산산증 증가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올 초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고혈당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을 통해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 선택으로 내세우면서 “신장기능과 관련한 메트포르민 적용의 기준선(혈청 크레아티닌 남성 1.5mg/dL, 여성 1.4mg/dL 이상은 금기)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메트포르민의 처방기준을 경증에서 중등도의 안정형 만성 신장질환 환자로까지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상현장에서 사구체여과율(eGFR)이 45~60mL/min per 1.73㎡ 미만으로 떨어진 환자에게도 용량조절을 거쳐 메트포르민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약물중단의 기준으로 eGFR 30mL/min per 1.73㎡ 미만을 제시했다. 이들 환자에서 메트포르민을 사용하는 데에는 신장기능에 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혈당조절의 1차치료 선택으로 자리하고 있는 메트포르민은 젖산산증 위험과 관련해 신장기능장애 환자 대부분에서 처방이 금기시 돼 왔다. 규제당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가이드라인에서도 혈청 크레아티닌 남성 1.5mg/dL, 여성 1.4mg/dL 이상에서는 사용하지 말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신장에서 대사되는 메트포르민의 기전상 신장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약물잔류로 인해 젖산산증 위험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미국 예일의대 Silvio E. Inzucchi 교수팀은 JAMA 2014;312:2668-2675에 발표한 ‘신장질환 동반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치료’에 관한 연구를 통해 “메트포르민 치료 시 젖산산증 위험증가에 대한 근거가 매우 제한적이고 경증~중등도 신장기능장애에서는 메트포르민이 적정한 치료범위를 유지한다”며 젖산산증 위험증가가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메트포르민에 관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경고조항 일부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Inzucchi 교수팀은 신장기능장애가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치료와 젖산산증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관련 연구문헌에 대한 종합적인 고찰을 실시했다. 결과는 eGFR 30~60mL/min per 1.73㎡ 범위로 경증에서 중등도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약물성분의 신장 청소율(잔류율)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안전한 치료범위가 유지됐으며 젖산 농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문헌고찰에 근거해 경증 혹은 중등도 수준의 만성 신장질환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메트포르민 적용의 확대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eGFR 수치(30~44, 45~59, 60~89, ≥90mL/min per 1.73㎡)에 따라 메트포르민(1일 최대용량 1000, 2000, 2550, 2550mg) 치료를 권고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시 생활습관개선과 동시에 메트포르민을 투여해야 한다는 새로운 치료지침이 발표된 2006년 이후 사실상 메트포르민은 경구약제 중 가장 먼저 사용해야 하는 1차약제로 자리매김했고 최근에는 일부 악성종양의 발생 혹은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새로운 약효가 확인되면서 처방영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메트포르민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늘 지적되는 단점 혹은 제한점은 소화기계 부작용과 젖산산증 위험, 신장애 환자에서의 사용제한이다. 그러나 2011년 ADA는 젖산산증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비당뇨군에 비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다른 경구약제 사용자의 발생률과 비교하면 메트포르민의 위험도가 더 높은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메트포르민 치료와 혈중 젖산농도의 관련성이 낮고 젖산산증에 의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라는 등의 여러 증거들을 제시한 후 eGFR을 기반으로 한 메트포르민 사용지침을 제안한 바 있다<표 1>.

그 이후에도 신장애를 동반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의 메트포르민 사용제한과 관련해 많은 임상연구들이 나왔는데 메트포르민이 젖산산증 증가와 상관이 없다는 연구결과 등 상반되는 결론이 이어졌다. 이번 Inzucchi 등이 JAMA 2014;312:2668-2675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195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발표된 총 818편의 관련 논문 중 65개를 선별해 분석했고 위의 표에서와 마찬가지로 eGFR＜30 미만이 아니라면 메트포르민의 약물농도가 적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에 혈중 젖산수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과 함께 eGFR 기반에 의한 만성신질환 정도에 따른 메트포르민 용량조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표 2>.

두 가이드라인을 비교하면 거의 유사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것이 최대용량을 확실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좀더 임상에서 명확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메트포르민 적응증 및 사용금기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 남자 1.5mg/dL, 여자 1.4mg/dL 이상이면 금기이므로 사용제한기준이 변경되기 전에는 진료실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1.4~1.5mg/dL 사이에서 신기능의 변동이 조금씩 발생하는 환자라면 메트포르민을 무조건 중단할 것이 아니라 eGFR을 기준으로 위의 표를 참조해 용량을 감량해볼 수는 있겠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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