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고민수 기자

한국 임상의학자의 국내 지역기반 코호트 대상 연구결과가 미국당뇨병학회(ADA) 공식저널에 게재됐다. Diabetes Care가 국제저널이기는 하지만, 서양인 중심의 근거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지역 데이터에 눈을 돌리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ADA는 지역과 인종에 관계 없이, 규명되지 않은 새로운 진실을 밝혀냈거나 향후 임상에 미칠 파급력이 큰 혁신성을 갖춘 연구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 왔다.

이번에 Diabetes Care에 실린 서울의대 임 수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의 ‘한국인유전체역학연구(KoGES)에서 고혈압과 당뇨병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논문도 전 세계적으로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대사질환 유병특성의 실체를 새롭게 규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대표적인 심혈관 위험인자이자 만성 대사질환인 고혈압이 고혈당에 독립적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증명해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고혈압 환자에서 당뇨병을 포함한 심혈관 위험인자의 종합관리 패러다임이 임상현장에서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 수 교수로부터 심혈관 위험인자 동반 유병특성과 임상현장의 대처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고혈압은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 규명
“초기 혈압조절로 고혈압·당뇨병 두마리 토끼 사냥” 시사

- 美당뇨병학회지에 한국인 대상의 역학연구가 실렸는데, 어떤 점에서 혁신적이라 할 수 있나?
대사질환 간 연관성과 관련해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 발생위험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다. 반면 고혈압 환자에서 당뇨병 위험증가의 근거는 추정 수준이었지, 구체적으로 입증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특히 고혈압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것, 즉 혈압 자체가 단독으로 당뇨병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고한 최초의 논문이다.

- 고혈압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었나?
우리나라 안산과 안성의 대규모 코호트(1만명)를 기반으로 당뇨병이 없는 8359명에 대해 10년간 전향적으로 추적·관찰을 진행했다. 혈압의 단독·직접적인 영향을 입증하기 위해 비만·간기능·지질이상·연령·성별·당뇨병 가족력·운동량·식이·음주량 등을 보정했고, 최종적으로 고혈압이 당뇨병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것을 규명할 수 있었다.

- 고혈압에 고혈당이 동반된다면 설상가상 격인데, 이번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고혈압 전단계부터 시작해 정상혈압(120/80mmHg)보다 수치가 높아질수록 당뇨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고혈압과 당뇨병이 개별적 존재가 아니라 운명을 같이 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배가된다. 궁극적으로는 혈압 자체를 강하시키면 당뇨병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혈압조절에 좀 더 힘을 기울이는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길이 될 것이다.

- 실제로 고혈압 치료와 당뇨병 위험감소의 연관성이 확인됐는지?
총 381명(4.4%)이 한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칼슘길항제(37.0%), ACEI 또는 ARB(21.8%), 이뇨제(12.3%), 베타차단제(11.0%) 순이었다. 이 가운데 RAS(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억제제 치료 환자들에서 당뇨병 발생빈도가 낮았고, 여타 약제들은 연관성이 없었다.

- 고혈압에 당뇨병이 동반되는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우선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대사증후군에서 볼 수 있듯이 고혈압 자체도 인슐린 저항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 즉 복부내장지방을 시작으로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고혈당, 지질이상 등이 영향을 받아 동시에 발현되는데 혈압상승도 인슐린 저항성과 상호작용을 한다. 둘째로 고혈압 전단계부터 RAS가 활성화되는데, 고혈압 환자에서 RAS가 항진되고 궁극적으로 마지막 단계인 안지오텐신-2가 당뇨병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모든 대사질환의 근본적인 위험요소인 산화스트레스가 고혈압 환자에서 당뇨병 위험증가에 기여한다.

- 이번 연구결과를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혈압이 정상보다 높아지면 당뇨병 위험도 따라 증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혈압 전단계에서부터 정상혈압 대비 당뇨병 위험이 1.23배 높았다. 고혈압 2단계에서는 위험도가 1.6배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혈압이 조금 높아지는 초기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 운동·식이·환경 등 생활요법을 통해 지표를 개선하고, 추가적으로 항고혈압제 치료가 적용돼야 한다. 약제선택에 있어서는, 고혈압과 당뇨병 동반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고려한다면, RAS를 억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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