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분야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가 체중 잡는 당뇨병 치료제라면, 비만에 있어서는 혈당 잡는 체중조절제 로카세린(선택적 세로토닌 2C 수용체 작용제)이 있다.

비만은 당뇨병을 비롯한 심혈관 위험인자들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대사증후군이 비만을 시작으로 인슐린 저항성 → 고혈당·고혈압·이상지혈증 → 죽상동맥경화증 과정을 거쳐 심혈관질환으로 종결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체중증가에 따른 인슐린기능장애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비만 환자에서 인슐린 저항성에 의한 제2형 당뇨병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필수적인 동반타깃이다.

학계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85%가량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른 당뇨병이 많았던 우리나라 역시 최근에는 비만형 당뇨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당뇨병학회의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내분비학회(ENDO)는 2015년 비만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식이나 운동을 통한 열량제한으로 체중감소와 함께 당뇨병, 고혈압 등 동반이환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체중감량 약물을 더해 보다 강력한 체중감소 효과와 함께 심장대사질환의 개선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5% 정도의 체중감소로 체내 혈당량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으며, 체중 관련 동반질환에도 혜택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Diabetes Care 2007;30:1374-1383, 2011;34:1481-1486).

다만 문제는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 환자의 체중조절이 비당뇨병 환자와 비교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이 더 어려운 것과 같은 양상이다. 당뇨병 치료제 중에서는 메트포르민, 인크레틴 기반 요법(GLP-1 수용체 작용제,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등이 체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제로 알려져 있다.

혈당 잡는 비만 치료제
비만 치료제 가운데는 가장 최근에 승인된 로카세린(제품명 벨빅)이 체중에 더해 혈당조절과 같은 부가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올해 국내에서도 승인받은 로카세린은 안전하고 장기적인 체중감소 혜택에 뒤따르는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로 인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BLOOM
선택적 세로토닌 2C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로카세린은 BLOOM(NEJM 2010;363:245-56), BLOSSOM(J Clin Endocrinol Metab 2011;96:3067-3077) 등의 연구를 통해 체중감소 효과를 검증받았다. BLOOM 연구에서는 BMI 36.2kg/㎡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환자 3182명을 무작위로 분류해 1일 2회 전략으로 52주간 치료했다.

1년째 평가에서 ITT(Intention-to-treat) 분석결과,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비율은 로카세린군 47.5% 대 위약군 20.3%였다. 평균 감량폭은 로카세린군 5.8±0.2kg, 위약군 2.2±0.1kg이었다. PP(per-protocol analysis) 분석에서는 더 큰 차이를 보였는데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환자 비율은 66.4% 대 32.1%였고 체중감소의 정도는 각각 8.1±0.3% 대 3.3±0.3%였다. 2년 시점에서 체중감량이 유지된 환자의 비율도 로카세린군 67.9% 대 위약군 50.3%로 차이를 보였다.

BLOSSOM
BLOSSOM 연구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나타났다. 18~65세의 과체중(BMI 27~29.9kg/㎡) 또는 비만(BMI 30~45kg/㎡) 환자 4008명을 대상으로 체중, 심혈관 위험인자,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위약과 비교한 결과다. 1년 시점에서 로카세린 10mg 1일 2회와 1일 1회 전략 모두 위약 대비 유의한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로카세린 10mg 1일 2회군에서는 체중이 5.8%, 1일 1회군은 4.7% 감소됐다. ITT 분석에서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환자도 로카세린 1일 2회군 47.2%, 1일 1회군 40.2%, 위약군 25%였다. 10% 이상 감량된 비율은 각각 22.6%, 17.4%, 9.7%였다. PP 분석에서는 5% 이상 감량은 각각 63.2%, 53.1%, 34.9%였고 10% 이상 감량된 경우는 35.1%, 26.3%, 16.1%로 나타났다.

BLOOM-DM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는 한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관찰된다. 체중 이외에도 대사질환 인자인 혈당이나 혈압의 변화가 관찰된 것. BLOOM 연구에서는 혈압, 혈당, 심박수가 위약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BLOSSOM 연구팀은 혈압의 의미 있는 감소를 보고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대의 Patrick M. O’neil 교수팀은 이에 근거해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로카세린의 체중감소 관련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코자 BLOOM-DM 연구를 진행했다. 기저시점의 BMI 27~45kg/㎡, 당화혈색소(A1C) 7~10%로 비만인 당뇨병 환자들을  로카세린 10mg 1일 1회, 로카세린 10mg 1일 2회, 또는 위약군으로 1:1:1 무작위 배정해 체중과 함께 혈당의 변화를 평가했다.

결과는 ITT 분석에서 기저시점 대비 5% 이상 체중이 감소한 비율이 로카세린 1일 2회군에서 37.5%, 1일 1회군에서 44.7%로 위약군의 16.1%와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PP 분석에서는 44.6%, 54.7% 대 17.9%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P＜0.001). 10% 이상 체중이 감소한 환자의 비율도 마찬가지였다<그림2>.

여기에 더해 혈당조절과 관련해서는 당화혈색소(A1C)가 각각 0.9%, 1% 대 0.4% 감소했다. 공복혈당은 27.4±2.5mg/dL, 28.4±3.8mg/dL 대 11.9±2.5mg/dL 줄어 역시 로카세린군의 유의한 혜택이 관찰됐다<표>.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비만인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체중과 더불어 혈당의 유의한 개선이 관찰된 만큼,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체중감소에 있어 유용한 전략이 될 것”이라며 로카세린의 역할을 언급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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