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관련 문제는 결국 인슐린으로 귀결된다. 당뇨병 병태생리의 주요 키워드가 인슐린 분비능·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점, 그리고 다양한 경구용 치료약물들이 제시돼 있는 가운데 치료전략의 종착점이 인슐린이라는 점은 이를 자명하게 보여준다.

2015년 미국당뇨병학회(ADA)·유럽당뇨병학회(EASD) 공동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에서는 SGLT-2 억제제의 등장이 크게 주목받았지만, 최후의 보루격인 인슐린 치료전략도 큰 변화를 겪었다. 뿐만 아니라 2012년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인슐린 치료선택 알고리듬도 전면 수정해, 그야말로 인슐린 치료전략을 새롭게 그렸다.

‘인슐린’ 치료, 입구부터 바꿨다
2015년판 이전의 2012년 ADA·EASD 가이드라인, 그리고 2014년까지의 ADA 가이드라인은 유사한 치료 알고리듬을 공유하고 있다. 단독요법, 2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도중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인슐린 치료로 바로 전환, 1일 다회(multiple daily doses) 인슐린 요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비해 2015년 ADA·EASD 공동 가이드라인에서는 우선 단독요법, 2제 병용요법, 3제 병용요법을 먼저 순차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1일 다회 인슐린 요법으로 표기한 부분을 복합 주사요법(combination injectable therapy)으로 정리했다. 복합 주사요법은 혈당 300~350mg/dL ± A1C 10~12%일 때 시행한다. 메트포르민 기저 요법에 기저 인슐린 + 식사시간 인슐린(mealtime insulin) 또는 GLP-1 수용체 작용제(RA) 병용요법으로 조합해 사용하도록 했다. 체중감소, 케톤증 등이 동반된 경우에는 기저 인슐린 + 식사시간 인슐린을 초치료로 시행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3제병용 이후 인슐린 요법으로 전환하는 조건도 개정됐다. 기존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저 인슐린(basal insulin)을 포함한 병용요법 3~6개월로도 타깃 당화혈색소(A1C) 도달에 실패했을 때 비인슐린제제 1~2개와 병용해 시행하도록 했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3제요법 3개월 시행 후 제시한 치료전략에도 타깃 A1C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복합 주사요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세부적으로 경구용 병용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환자들은 주사요법으로 전환, GLP-1 RA 투여를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기저 인슐린 추가, 적절하게 용량을 조절한 기저 인슐린을 투여받고 있는 환자에서는 GLP-1 RA 또는 식사시간 인슐린을 추가하는 전략을 우선 시행하고 이후 인슐린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난치성 환자들에서는 티아졸리딘디온(TZD) 또는 SGLT-2 억제제를 우선 추가하도록 했다.

2015년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 인슐린 요법이 개정될 수 있었던 기반에는 기저 인슐린 외 다양한 인슐린의 발표 그리고 GLP-1 RA의 근거축적이 있다.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전에는 기저 인슐린(± 메트포르민 + 1~2개 경구용 약물)에 1~3회 속효성(rapid acting) 인슐린 아날로그를 식사전에 투여하는 전략을 권고했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정비율 단기작용(short acting)/속효성(rapid acting) 인슐린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3년간 다양한 근거들을 통해 GLP-1 RA는 식후 인슐린 대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혈당조절 효과를 보였고 체중감소, 저혈당증 위험감소 등의 부가적인 혜택도 보였다”고 부연했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한 환자나 복잡한 인슐린 요법으로 관리할 수 없는 이들에서는 기저 인슐린에 GLP-1 RA나 식사시간 인슐린을 추가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전략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GLP-1 RA 추가전략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식사시간 인슐린과 기저-볼루스(basal-bolus) 전략을 시행해야 한다.

또 난치성 환자에서 TZD는 A1C의 추가 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지만, 체중증가, 체액 저류, 심부전 위험 등을 고려해 저용량으로 주의 깊게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세분화된 전략 알고리듬에 반영
인슐린 전략 알고리듬도 2015년 ADA·EASD 공동 가이드라인에서 다듬어졌다. 큰 틀에서는 기저 인슐린(± 경구용 약물), 기저 인슐린 + 속효성 인슐린 또는 프리믹스(pre-mixed) 인슐린을 적용하도록 한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비인슐린 치료전략에서 기저 인슐린 + 속효성 인슐린 또는 프리믹스 인슐린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는 루트는 삭제했고, 각 인슐린 전략의 시작 용량, 용량 조절, 저혈당증 대비 전략을 추가적으로 표기했다.

추가적으로 2012년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 기저 인슐린 + 2회 이상 속효성(식사시간) 인슐린으로 표기한 전략을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 ‘기저-볼루스’ 전략으로 명명한 것도 변화된 내용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 속효성 인슐린은 리스프로, 아스파트, 글루리진을 꼽았고 프리믹스 인슐린은 70/30 아스파트 믹스(mix), 75/25 또는 50/50 리스프로 믹스를 투여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용량의 인슐린을 투여하는 환자에서는 인슐린 용량 감소를 위해 U-500 Regular 등 고강도 인슐린도 고려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인슐린 요법을 관통하는 큰 주제는 인슐린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다. 당뇨병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3제 병용요법으로도 타깃 A1C 조절이 쉽지 않게 된다.

가이드라인에서 이런 환자들에게 반드시 기저 인슐린 요법을 고려하도록 주문한 것은 인슐린의 역할을 보여준다. 하지만 2012년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인슐린 전략이 A1C 감소효과가 있고 용량에 따라 치료효과도 높아지지만 이와 비례해 체중증가, 저혈당증 위험도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2015년 가이드라인 알고리듬에서 메트포르민을 기저 인슐린과 함께 투여할 것을 전면에 표기 한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2012년 ADA·EASD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을 통해 체중증가 위험도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기저 인슐린 요법의 우선되는 옵션으로 메트포르민 추가전략을 적시했다.

2016년 ADA 가이드라인
2016년 ADA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슐린 요법 알고리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인슐린 전략별 주요사항을 정리했다. 큰 틀에서는 A1C 조절이 목적이지만, 가능한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자가혈당관찰의 역할을 강조하며 환자에게 인슐린 요법의 필요성을 이해시키도록 했다.

- 기저 인슐린
기저 인슐린의 용량은 가장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인슐린 초치료 전략으로, 저혈당증 정도에 따라 10U 또는 0.1~0.2U/kg으로 투여한다. 일반적으로 메트포르민 ± 추가 비인슐린 제제와 병용해 처방한다.

게다가 최근 새롭게 발표된 장기작용 기저 인슐린들은 저혈당증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U-100 레귤러(Regular)보다 5배 효과가 강한 U-500 레귤러 인슐린은 발현시간이 늦지만, 지속시간이 더 길다. U-300 글라진(glargine), U-200 데글루덱(degludec)은 효과가 각각 3배, 2배 강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 약물은 적은 용량으로도 높은 효과를 낼 수 있어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높은 비용, 복잡한 증량전략은 장애물로 꼽힌다.

인슐린으로 공복혈장혈당 수치는 조절됐지만, A1C 수치가 여전히 높은 경우에는 GLP-1 RA, 식사시간 인슐린, 속효성 인슐린 1~3회 등 추가적인 주사제 전략을 통해 식후혈당을 배출시켜야 한다.

- 기저-볼루스 요법
기저-볼루스 요법은 기저 인슐린에 볼루스 인슐린을 더해 투여 후 빠른 효과발현을 목표로 시행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U-200(200units/mL)을 식사 직후~15분 이내에 투여하는 기저-볼루스 요법에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한편 레귤러 인체 인슐린과 인체 NPH-레귤러의 프리믹스(70/30)도 속효성 인슐린 아날로그 및 프리믹스 인슐린 아날로그에 대한 저렴한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 흡입 인슐린
흡입(inhaled) 인슐린은 폐기능 검사결과를 기반으로 제한된 용량에서 식후 인슐린 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AACE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도 최근 2016년판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슐린 요법을 업데이트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주요 업데이트 내용은 추가되는 강화(Intensify) 인슐린 전략이다. 인슐린 요법의 큰 틀은 ADA·EASD 가이드라인과 동일하다. 장기작용 기저 인슐린으로 시작해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식사 인슐린을 추가 투여하는 전략이다.

AACE는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0.3~0.5U/kg으로 △50% 기저 아날로그 △50% 식사 아날로그 △NPH + 레귤러 인슐린 또는 프리믹스 인슐린을 투여하도록 했다.

업데이트된 가이드라인에서는 식사 인슐린 요법을 기저 인슐린 + 식사 인슐린(prandial) 1~3회 전략과 기저-볼루스 전략으로 구분했다. 기저 인슐린 + 식사 인슐린 1~3회 전략은 △가장 많은 양의 식사 전에 식사 인슐린을 투여하고 △타깃 A1C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 식사 2회 또는 3회 전 투여하고 △기저 인슐린 용량 10% 또는 5unit를 투여하는 방향이다.

기저-볼루스 전략은 △각 식사 전 식사 인슐린을 투여하고 △50% 기저 인슐린 / 50% 식사 인슐린 0.3~0.5U/kg을 투여한다. 식사 인슐린 전략이 바뀐 만큼 인슐린 용량 조절전략도 변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2~3일마다 혈당 목표 도달 여부를 평가해 식사 2시간 후 또는 다음 식사 전 혈당 140mg/dL 초과일 경우 1~2unit 또는 식사 인슐린을 10% 증량하도록 했다. 201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증량의 기준을 식사 2시간 또는 다음 식사 전 혈당 180mg/dL 초과일 경우 식사 인슐린을 10% 증량하도록 한 것에서 기준을 엄격하게 한 것이다.

저혈당증 기준은 명확하게 밝혔다. 이전 가이드라인에서 공복 저혈당증, 야간 저혈당증, 낮의 식사 간격에서의 저혈당증이 발생했을 때 기저 및 식사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혈당 70mg/dL 미만일 경우 10~20%, 중증 저혈당증이나 혈당 40mg/dL 미만일 때는 20~40% 인슐린 용량을 줄이도록 했다.

이 외 기저 인슐린에 GLP-1 RA을 추가하거나 SGLT-2 억제제, DPP-4 억제제를 투여하는 선택지는 유지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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