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에서 스타틴의 역할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지질치료를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반영해 LDL 콜레스테롤 강하를 통해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는 1차 치료전략으로 스타틴을 꼽고 있다.

당뇨병 위험 전개도

스타틴의 심혈관 혜택에 스포트라이트가 모이고 있는 반면 그 이면에는 당뇨병 위험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다. 당뇨병 위험의 시작은 JUPITER 연구(NEJM 2008;359:2195-2207)다. 이 연구에서 로수바스타틴은 심혈관질환 1차예방 효과를 입증함과 동시에 당뇨병 위험이 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SCOT-LLA 연구(Lancet 2003;361:1149-1158)에서는 아토르바스타틴이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및 치명적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은 36% 낮춘 반면 당뇨병 위험도를 14% 높였다.

주요 연구에서 제기된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도는 결국 제품라벨 변경까지 이어졌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경고문을 통해 스타틴이 혈당 및 당화혈색소(A1C)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FDA는 이에 대한 근거로 2개의 메타분석 연구를 제시했다.

2009년 메타분석(Diabetes Care 2009;32:1924-1929)에서는 6개 연구, 5만 759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제2형 당뇨병 위험도가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도 메타분석(Lancet 2010;375:735-742)에서는 13개 연구, 9만 1140명을 분석했고 당뇨병 위험도가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이 문제다?
2011년에는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JAMA 2011;305:2556-2564)는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고용량 전략에서 찾았다. 이 연구에서는 PROVE IT-TIMI 22(아토르바스타틴), A to Z(심바스타틴), TNT(아토르바스타틴), IDEAL(아토르바스타틴), SEARCH(심바스타틴)의 5개 무작위대조연구(RCT)를 대상으로 했다. 분석결과 고용량 스타틴이 중간용량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16% 추가로 감소시켰지만, 당뇨병 발생위험은 12% 더 높였다.

여기에 더해 2013년 JACC 2013;61:148-152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당뇨병 위험인자 + 고용량일 때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아토르바스타틴 80mg군과 아토르바스타틴 10mg 또는 심바스타틴 20~40mg군을 비교한 결과 당뇨병 위험인자(공복혈당 100mg/dL 초과, 공복 중성지방 150mg/dL 초과, 체질량지수 30kg/㎡ 초과, 고혈압 병력)가 없거나 하나인 이들에서 고용량 스타틴군의 당뇨병 발생률은 3.2%, 중간용량 스타틴군에서는 3.4%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위험인자가 2~4개인 환자에서는 고용량 스타틴군 14.3%, 중간용량 스타틴군 11.9%로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24% 높았다.

한편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최근 스타틴 사용과 당뇨병 위험도에 대한 비교연구 결과를 발표, 장기간 스타틴 사용이 당뇨병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최장 9년간 관찰한 결과 스타틴군은 비스타틴군 대비 당뇨병 발생 위험도가 1.88배 높았다. 용량을 기준으로 저용량, 중간용량, 고용량군으로 구분했을 때는 비스타틴 대비 위험도가 각각 1.06배, 1.74배, 2.52배 높았다. 복용기간 1년 미만, 1~2년, 2년 초과군으로 구분했을 때도 비스타틴군에 비해 각각 1.25배, 2.22배, 2.62배 높았다.

그래도 심혈관질환, 그래도 스타틴
하지만 FDA의 경고문 발표 이후 선보인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 지질 가이드라인,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지질뿐만이 아니라 통합적인 심혈관질환 위험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 스타틴을 우선 치료전략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CC·AHA 지질 가이드라인에서는 스타틴을 활용한 초기부터의 적극적인 치료를 주문했다.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아토르바스타틴을 주요 약물로 제시했고 QRISK2 기준 10년 심혈관질환 10% 이상인 모든 환자들에게 1차 예방약물로 투여하도록 했다. 또 심혈관질환 환자의 2차예방 약물도 아토르바스타틴으로 권고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역시 스타틴 전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스타틴의 심혈관 혜택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스타틴의 심혈관 혜택에 무게를 실은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JUPITER 사후분석 연구(Lancet 2012;380:565-571)가 제공했다. 연구에서는 대사증후군, IFG,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A1C 6% 이상 등 당뇨병 관련 위험인자를 1개 이상 갖고 있는 당뇨병 고위험군(1만 1508명)과 위험인자를 동반하지 않은 저위험군(6905명)을 비교했다. 그 결과 당뇨병 발생 위험은 고위험군에서 연 100명당 1.88명으로 저위험군(0.18명)에 비해 높았다.

그렇지만 두 군 모두 당뇨병 위험도 증가에 비해 심혈관사건이나 사망률 감소효과가 월등히 우세했다. 당뇨병 고위험군에서는 스타틴이 심근경색증, 뇌졸중,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관상동맥재형성술 및 심혈관사망 등 1차 종료점이 39%, 정맥혈전색전증 36%, 사망률 17% 감소했다. 저위험군에서는 1차 종료점 52%, 정맥혈전색전증 53%, 사망률 22% 감소했다.

미국립지질학회재단(Foundation of the National Lipid Association)은  Journal of Clinical Lipidology 2014;8:S17를 통해 스타틴의 당뇨병 위험도에 대해 정리한 바 있다. 재단은 “1·2차 심혈관질환 예방효과와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비교하면 위험 대비 혜택이 훨씬 더 크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안전성 넘어 혈당감소까지
스타틴이 당뇨병 위험도를 안고 심혈관 혜택을 담보하고 있지만, 모든 스타틴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스타틴 제제별 당뇨병 위험도가 다르다는 것인데 피타바스타틴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토르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이 CYP에 의해 대사되는 반면 피타바스타틴은 CYP로 대사되지 않아 약물 간 상호작용 가능성이 적다. 또 프라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플루바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최고 30% 감소시키는 반면 피타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을 40~50%까지 감소시켰고 용량 의존적인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피타바스타틴은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도 높여주는 부가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J-PREDICT
J-PREDICT 연구에서 피타바스타틴이 당뇨병 위험도를 오히려 18% 낮춘 것으로 보고되면서 스타틴과 당뇨병 위험 간 연관성을 계열이 아닌 제제 개별로 파악해야 한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2013년도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J-PREDICT 연구는 일본인 내당능장애(IGT) 환자 1269명을 피타바스타틴군(1일 1~2mg 투여)과 대조군으로 나눠 당뇨병 발생 위험도를 72개월간 추적 관찰했고, 두 군 모두에서 생활습관 개선요법을 병행했다. 1차 종료점은 당뇨병 발생 누적빈도였고, 당뇨병 발생은 식후 2시간 혈당 200mg/dL 이상 또는 공복혈당 126mg/dL 이상으로 정의했다.

그 결과 연간 환자 1000명당 당뇨병 발생빈도는 피타바스타틴군 163건, 대조군 186건으로 피타바스타틴군에서 당뇨병 위험도가 18%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HR 0.82, P=0.041). 이 같은 효과는 하위군 분석에서도 일관된 양상을 보였다<그림>.

한편 추가분석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의 당뇨병 예방효과가 여성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14년 유럽당뇨병학회(EASD)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J-PREDICT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남성에서 피타바스타틴군과 위약군의 당뇨병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던 반면 여성에서는 피타바스타틴군에서 위약 대비 32% 예방효과가 나타났다. 콜레스테롤 개선효과는 남녀 모두에서 위약 대비 뚜렷했다.

한편 피타바스타틴은 J-PREDICT 연구를 근거로 지난 3월 영국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으로부터 당뇨병에 대한 위험징후가 없다는 확인까지 받았다.

혈당 감소효과까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피타바스타틴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개선 효과도 입증했다. 2015년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atherosclerosis 2015;241:409-418)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위약 또는 다른 스타틴 대비 혈당대사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당뇨병 발생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1월까지 12주 이상 진행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15개를 메타분석한 것으로 공복혈장혈당, 당화혈색소(A1C) 이상이 없고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결과 피타바스타틴과 대조군 간 평균 공복혈장혈당이 -0.01mg/dL,  A1C가 -0.03% 변한 것으로 나타나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새롭게 발생한 당뇨병 역시 차이가 없었다. 다른 스타틴과의 비교했을 때, 피타바스타틴의 용량에 따른 분석에서도 유의한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없었다.

Journal of Diabetes Investigation 2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대만 창궁대 Chung-huei Huang 교수팀 연구에서도 피타바스타틴의 당뇨병 관련 안전성이 확인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피타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으로 3~6개월 치료받은 340명을 피타바스타틴 치료군, 아토르바스타틴에서 피타바스타틴으로의 전환군, 아토르바스타틴 단독군으로 분류해 6개월 시점의 A1C 변화치(delta A1C)를 측정했다.

그 결과 피타바스타틴군에서 A1C 감소효과가 확인됐고, 아토르바스타틴에서 전환한 환자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나이, 체질량지수(BMI), 피타바스타틴 복용용량, 사구체여과율(GFR),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보정해도 결과는 일관됐다.

심혈관혜택에 대한 단서
한편 피타바스타틴은 CIRCLE 연구(Circ J. 2011;75:1951-9)를 통해 심혈관사건에 대한 예방효과도 간접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CIRCLE 연구에서는 2001~2008년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743명의 일본인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스타틴계 약물의 심혈관계 사건 예방효과를 후향적으로 평가했다. 환자들은 피타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으로 치료받았다.

분석결과 피타바스타틴은 아토르바스타틴과 함께 비스타틴군 또는 프라바스타틴군 대비 유의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효과를 보였다. 모든 스타틴군은 비투여군 대비 주요심혈관사건(MACE) 발생률을 낮췄는데 그중 피타바스타틴의 예방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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