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사회고령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질환 중 하나다. 노인 인구층에서 위험도가 높아지는 한편 여전히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전략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사회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고, 치매 유병률 역시 이에 비례해 급증할 전망이다. 2026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치매 유병률은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기진단·조기치료·예방이 주요한 과제인 셈이다. 치매가 단순히 질병부담에 국한되지 않는 사회적인 문제인 만큼 정부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3차 치매 관리계획이 올해부터 시작된 상황에서 중앙치매센터의 김기웅 센터장(서울의대 뇌인지과학과)을 만나 국내 치매 관리현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들었다.

- 치매 관리계획이 3차를 맞았다. 이번 계획의 골자는 무엇인가?
2016~2020년 진행되는 이번 계획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거주지역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머무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경증~중등증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즉 관리대상의 폭을 넓힌 것이다. 선별검사 후 치매정밀검진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고, 중증 치매환자에 대해서는 방문요양서비스도 일정 수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밀검진은 가구당 평균소득 100% 미만인 이들에게 상담, 신경심리검사, 혈액검사, CT 검사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단 MRI는 포함되지 않는다.

- 치매의 예방·진단을 위한 선별검사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조기검진을 통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을 찾기 위해서는 선별검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선별검사 시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정신과학회(APA) 등 미국 학계가 선별검사를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선별검사 도구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지 않고, 사회적으로 치매로 인한 낙인 효과(stigma)를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민간 의료보험 제도인 만큼 치매 진단 후 보험료 인상 또는 탈퇴 등 부차적인 손해도 무시할 수 없다.

- 국내에서의 선별검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 전국민 의료보험이 되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민감도와 특이도는 높지 않지만,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 사회에도 치매에 대한 낙인 효과가 크지만, 이는 의료계보다는 사회적 측면에서 해결을 기대해야 한다. 2008년부터 조기검진 사업을 통해 진단율은 38%에서 65%까지 증가한 가운데 2010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국내 조기검진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혜택이 있는 것(net benefit)으로 나타난 바 있다.

- 최근 치매관리 관련 가이드라인이 다수 발표됐다. 현재까지 제시된 치매 치료전략이 정립됐다고 볼 수 있는가?
치매치료가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고, 큰 틀에서 병용해 시행한다는 점도 자리잡았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이 한정된 상황에서 외국학회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약물들은 국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 억제제인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 메만틴을 주요하게 권고하고 있다. 단 국내에서 약물의 증량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약물의 대사, 효과 및 안전성 등에서 인종 간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 간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차이는 거의 없지만, 도네페질의 경우 1일 1회 복용 전략과 함께 중증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구축한 약물로 꼽히고 있다.

- 치매 완치를 위해 다양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약물은?
새로운 치료제로는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와 타우(tau) 단백질, 줄기세포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는 극초기에 사용해야 한다. 아밀로이드가 진행된 이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치매가 발현하기 전인 경도 인지장애 시기부터 사용해야 하는 치료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비해 타우 단백질 제제는 치매로 진행된 후에도 증상개선 효과를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치매관리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은 만성질환처럼 관리해야 한다. 치매 관련 연구에서는 초기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이 5년 시점에서 20%가량 아웃컴이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적극적인 약물치료 및 비약물치료를 권고하지만 필요한 상황에서 안전한 약물을 꾸준히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비약물요법의 역할도 간과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약물요법은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행동장애, 기분장애에도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치매 관리계획에서는 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임세형 기자  shlim@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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