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ART)의 범위는 치료에서 그치지 않고 예방전략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테노포비르를 HIV 고위험군의 노출 전 예방요법(PrEP)으로 권고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국내 질병관리본부도 2016년 에이즈의 날을 맞아 PrEP 도입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HIV 관리에서 현재 PrEP의 비중을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다. 한편 WHO는 PrEP를 다른 HIV 예방전략과 연계해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대상 환자는
PrEP가 이번 WHO 가이드라인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2012년 가이드라인부터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남성을 비롯해 특정 인구층을 대상으로 PrEP를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유의한 위험(substantial risk)’이 있는 인구에게 PrEP를 시행한다는 내용으로 정리했다.

기준은 100명-년당 3명 이상의 HIV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인구층이었다. 여기에는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남성(MSM), 트랜스젠더 여성, 진단 및 치료받지 않은 HIV 감염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여성이다.

PrEP 전략
PrEP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은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TDF) 단독 또는 엠트리시타빈(FTC) 병용요법이다. PrEP의 HIV 예방효과는 관련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WHO가 PrEP 관련 임상시험을 통합적으로 검토하고 메타분석한 결과 PrEP는 위약 대비 HIV 감염위험을 5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효과는 연령, 성별 등에 영향이 없었다. 단 순응도는 PrEP를 통한 HIV 예방효과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

WHO는 “10개 무작위 대조군 임상을 분석한 결과 유해사건 발생률은 통계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았고, TDF 또는 FTC 약물 내성률은 모두 0.1% 범위로 낮게 나타났다”며 PrEP가 안전하게 HIV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ACS 가이드라인
유럽에이즈임상학회(EACS)도 2016년판 가이드라인에서 PrEP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PrEP를 HIV 감염위험이 높은 성인에게 권고했고, 시행하기 전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여부만 사전에 확인하도록 했다.

EACS는 “HIV 음성인 MSM, 트렌스젠더 중 콘돔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지는 이들이나 치료를 받지 않은 HIV 양성 환자에게 이 권고사항을 적용한다”고 부연했다.

또 HIV 음성이지만 성관계를 통해 HIV 감염위험이 높은 이들도 대상에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EACS는 “PrEP는 HIV 위험이 높은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약물적 중재전략이지만, 다른 성전염질환을 보호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PrEP는 시작 전 4세대 HIV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하고, PrEP 시행기간에도 3개월 단위로 HIV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초기에 HIV 혈청전환이나 진단검사에서 양성 전조가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중단한다.

의료진은 PrEP 시행에 따른 신장 및 골 건강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야 하고 다른 예방전략과의 조합, 순응도 유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PrEP 약물은 TDF/FTC 300/200mg으로 1일 1회 투여한다고 명시했고, 비용효과 및 공중공보건적 접근을 고려해 제네릭도 사용가능하다고 명시했다. 한편 현재 임상시험을 근거로 3TC, TAF는 PrEP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대한에이즈학회 PrEP 가이드라인

대한에이즈학회도 PrEP 관련 가이드라인을 선보였다. 연세의대 최준용 교수(대한에이즈학회 PrEP 지침 개발위원회 위원장)가 대한에이즈학회 2016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도 투여대상은 활동적인 MSM, HIV 혈청학적 불일치 이성애자 커플(serodiscordiant couple), 약물남용자로 정리했다. 약제는 TDF/FTC를 권고했다. TDF 단독요법을 통한 PrEP의 경우는 식약처 허가가 선행돼야 한다.

PrEP 시작 전 시행해야 할 평가로는 HIV Ag/anti HIV Ab combo Assay로 적시했다. 검사시기는 처방 전 최소 1주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구강검체를 이용한 신속검사나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는 인정하지 않는다.

신기능 검사도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만약 CrCl 60mL/min 이상인 경우 TDF/FTC를 사용할 수 있지만, 60mL/min 미만인 경우는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는 TDF/FTC가 신기능 독성 부작용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아울러 HBV 및 HCV 검사를 진행하고 이 결과에 따라 B형간염 예방접종도 권고됐다. 이 밖에도 급성 바이러스 감염의 증상과 징후를 찾아내기 위한 문진과 신체평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HIV 항체검사가 불확실할 경우 PrEP 시행을 보류하고 HIV 혈액을 통한 항체검사를 추적하고, 필요시 확진검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진료지침에서는 복용 도중 시행해야 할 검사로는 약제 부작용, 순응도, HIV 감염 위험행위 등을 꼽았다. 검사시기는 복용 첫 해 1개월째고 이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3개월 간격으로 급성 감염증상 유무를 평가해 증상이 없다면 HIV 선별검사(항체-항원 검사)를 반복 시행해야 한다. HIV 선별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올 경우 확진검사와 HIV RNA 검사를 시행하고 확진되면 약제내성 검사도 시행해야 한다.

급성 HIV 감염이 의심되면 PrEP를 중단하고,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TDF/FTC + PI(다루나비르/리토나비르) 또는 TDF/FTC + 돌루테그라비르 병합요법을 처방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가임기 여성 또한 적어도 3개월마다 임신반응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모든 환자들은 크레아티닌 청소율을 계산해서 신기능을 평가해야 한다. PrEP 요법 중 성관계가 빈번하다면 6개월 간격으로 성매개감염 검진을 시행할 것도 권고했다. 다만 병적 골절의 병력이 있는 환자나 골다공증 고위험군 외에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한 골밀도 검사는 권고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의료진들은 PrEP 대상자에게 순응도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해야 하고 위험감소를 위한 행동방식도 숙지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약물을 복용하는 온 디맨드(On-Demand) 요법은 다루지 않았다. EACS 가이드라인에서는 온 디맨드에 관련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온 디맨드 요법에 TDF/FTC를 적용할 경우에는 성적 접촉 이전 2~24시간 이전에 2배 용량의 약물을 1회 복용하고 최초 약물 복용 후 24~48시간 이내에 표준 용량으로 2회 복용하도록 권고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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