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막성 심방세동(AF) 환자에서 항응고요법은 뇌졸중 및 전신성 색전증 예방을 위한 전략으로 권고된다. 활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비타민 K 길항제인 와파린과 더불어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OAC)가 제시돼 있다. 미국심장학회(ACC)는 수술 전후(periprocedural) 항응고요법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을 발표했다. 전반적인 비판막성 AF 환자의 항응고요법 시행전략에 대해서는 폭넓게 근거가 갖춰져 있지만, 역으로 중단해야 할 상황에 대한 근거는 잘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 ACC는 “수술 전후 기간 동안 항응고요법을 중단해야 할 경우가 많지만 이에 대한 내용은 전문가 의견에 따르고 있다”며 이번 합의성명의 배경을 밝혔다.

단순히 합의만 모은 것이 아니라 임상현장에서 수술에 따른 출혈 위험, 환자의 출혈 위험인자를 평가해 결정할 수 있도록 알고리듬도 제시했다. 알고리듬에서 강조한 부분은 △만성적인 항응고요법의 적절성 평가 △항응고요법 중단 여부 판단기준 △비타민 K 길항제, NOAC 관련 내용 별도 정리 △수술 전후 기간 동안 비경구 약물의 시행 여부 △수술 후 항응고요법 재시작 등이다.

출혈 위험 평가
출혈 위험은 수술 관련 출혈 위험과 환자 관련 위험을 함께 평가한다. 전반적인 수술 관련 출혈 위험도는 △임상적으로 수술 관련 출혈 위험이 없는 정도 △수술 관련 낮은 출혈 위험 △명확하지 않은 출혈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정도 △중간 또는 높은 출혈 위험으로 구분한다.

환자에 관련된 출혈 위험은 HAS-BLED를 기반으로 수술기간 관리에 관련된 내용을 평가하도록 했다. HAS-BLED에는 고혈압, 신장기능, 간기능, 뇌졸중 병력, 주요출혈 병력, INR 수치, 고령(65세 이상), 항혈소판제 혹은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 공동복용, 알코올 또는 약물 사용 병력이 포함돼 있다. 알고리듬에서는 여기에 더해 3개월 이내에 두개내출혈을 포함한 출혈 병력, 비정상적 혈소판 양과 질, 수술 시점에서 치료범위를 웃도는 INR 범위, 항응고제 교체·전환(bridge) 전략을 통한 출혈병력, 유사한 수술에 대한 출혈병력 등도 함께 확인하도록 했다. 항응고요법 중단 여부는 수술과 환자에 대한 출혈 위험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결정한다.

비타민 K 길항제
비타민 K 길항제는 비타민 K 의존성 응고인자 2, 7, 9, 10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36~42시간의 반감기를 가진다. 와파린은 가장 널리 복용되는 비타민 K 길항제로 꼽힌다.

먼저 비타민 K 길항제를 중단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임상적으로 유의한 출혈 위험이 없거나 낮은 수술 △출혈 위험도를 높이는 환자 관련 인자가 없는 경우로 정리했다. 반대로 비타민 K 길항제를 중단해야 할 경우는 △중간~높은 출혈 위험도가 동반된 수술을 받을 경우 △출혈 위험도가 명확하지 않고 출혈 관련 인자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로 정리했다.

또 △임상적으로 유의한 출혈 위험도가 없거나 낮은 수술을 시행하면서 환자의 출혈 위험 증가 인자가 있는 경우 △출혈 위험도가 명확하지 않은 수술에서 환자가 출혈 위험 증가 인자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임상적 판단과 함께 수술 전문가와의 논의를 통해 비타민 K 길항제 중단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기간 중 중단기간은 INR 수치에 따라 결정한다. △INR 1.5~1.9인 경우에는 정상적인 INR를 타깃으로 할 때 수술 전 3~4일간 중단한다. 수술 24시간 전에는 INR을 재확인한다. 영구적으로 INR이 증가된 환자는 INR을 조정할 수 있을 때까지 수술 일정을 연기한다. 

△INR 2~3인 경우 수술 전 5일간 비타민 K 길항제 투여를 중단한다. 단 중단기간은 현재 INR를 기반으로 단축될 수 있다. 이 환자들도 수술 전 24시간 이내에 INR을 재확인해야 한다. △INR 3 이상인 이들은 수술 전 5일 이상 중단한다. 중단 기간은 현재 INR 수치에 기반해 결정하고, 적절한 INR 수치에 도달할 때까지 수술을 연장할 수 있다. INR은 수술 전 24시간 이내에 재확인하고 정상 INR 수치를 고려할 경우 재차 확인해야 한다. △비타민 K 길항제 유지용량이 1일 7.5~10mg/day 이상이거나 INR 정상화 기간이 더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서는 중단기간 단축도 고려할 수 있다.

NOAC
성명서에서는 NOAC을 직접 경구용 항응고제(DOAC)로 통칭했고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비판막성 AF 환자의 뇌졸중 또는 전신성 색전증 예방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4개 약물을 제시했다. 각 약물은 약물역동학, 용량조절빈도, 신장배출에 대한 의존성, 용량조절 범위 등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반감기가 짧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수술기간 동안 중단이 필요할 때 더 중단기간이 더 짧을 수 있다는 것이다.  

NOAC 중단전략과 연관된 주요한 인자는 크레아티닌 청소율(CrCl)이다. 성명서에서는 각 NOAC의 중단기간은 △약물 기대 청소/대사 정도 △수술의 출혈 위험 △환자의 출혈 위험인자들을 고려하도록 했다. 비타민 K 길항제 복용환자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환자 특이 출혈위험 증가인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술 시기를 연장할 수 없거나 출혈 관련 인자를 보정할 수 없을 경우 임상적 판단에 따라 NOAC 투여를 중단할 수 있다.

항응고제 교체·전환 전략
성명서에서는 경구용 항응고제 대신 피하 또는 정맥투여로 교체·전환하는 전략(bridging)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관련 내용은 대부분 비타민 K 길항제를 중단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체·전환 전략의 기준은 CHA₂DS₂-VASc 점수, 연간 혈전색전증 위험, 임상병력 등이다.
CHA₂DS₂-VASc 4점 이하면서 연간 혈전색전증 위험이 5% 미만인 경우, 그리고 뇌졸중이나 일과성뇌허혈발작, 전신성 색전증 병력이 없으면 수술 전 VKA 투여를 중단하고 교체·전환전략 없이 차후 VKA 투여 재개를 논의한다.

CHA₂DS₂-VASc 5~6점, 허혈성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 말초동맥색전증 병력이 있는 중등도 환자는 출혈 위험이 높으면 교체·전환 전략 없이 VKA를 중단한다.

반면 유의한 출혈 위험도가 없으면서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 전신성 색전증 병력도 없으면 비경구 항응고전략으로 교체·전환한다. 병력이 없다면 비경구 항응고전략 전환을 권고하지 않는다.

CHA₂DS₂-VASc 7점 이상이거나 3개월 이내에 정맥혈전색전증 병력이 있는 이들은 혈전성사건 고위험군으로 간주한다. 혈전색전성사건 고위험군(CHA₂DS₂-VASc 7~9점, 연간 위험도 10% 초과 혹은 3개월 이내에 허혈성 뇌졸중, 일과성뇌허혈발작, 전신성 색전증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비경구 항응고전략으로 교체·전환해야 한다.

VKA 투여 환자 대상에서 교체·전환하는 비경구 항응고요법으로는 일반적으로 미분획헤파린 혹은 저분자량 헤파린이 꼽힌다. 성명서에서는 헤파린 유발성 혈소판감소증이 있을 경우에는 비헤파린성 항응고제를 선택하고 신장 및 간기능 평가를 당부했다. 또 INR이 더 이상 치료범위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에도 비경구용 항응고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미분획헤파린은 수술 전 4시간 이상 중단해야 한다.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활성 시간으로 효과를 평가한다. 저분자량헤파린은 수술 전 24시간 이상 중단하고, 잔여 항응고효과는 저분자량헤파린 특이 항응고 Xa 인자로 평가한다.

재투여 전략
항응고요법 재투여는 수술 후 관련 전문가들이 수술 후 아웃컴과 지혈상태, 출혈인자들을 평가해 결정한다. 하지만 비타민 K 길항제와 NOAC 간 세부적인 부분은 차이를 보인다.

비타민 K 길항제는 대부분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표준용량으로 재투여할 수 있다. 수술 후 출혈 위험도가 높을 경우 비타민 K 길항제를 반드시 투여하고 뇌졸중 또는 혈전색전성 사건 고위험 환자에게는 비경구용 항응고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

중간~높은 혈전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수술 후 치료 비경구용 항응고요법은 지혈 상태를 확인한 후 시행하고 수술 관련 출혈 합병증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 특이 출혈 인자도 평가해야 하고 수술시행 전문가 및 1차 관리 서비스 종사자들도 항응고요법 재시작 의사결정에 포함돼야 한다.

출혈 위험이 낮은 수술 후 출혈 위험이 낮은 환자에게는 적응증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비경구 항응고요법을 수술 후 24시간 이내에 시행할 수 있다. 반면 출혈 위험이 높은 수술 후 치료적 비경구 항응고요법은 수술 후 48~72시간의 간격을 둬야 한다.

교체·전환요법 후 VKA 재투여 시에는 교체·전환 기간 내 INR을 기반으로 출혈 위험을 완화시킨다. INR이 2 이상일 경우에는 저분자량 헤파린이나 미분획헤파린 투여를 중단해야 한다.
NOAC은 수술 관련 출혈 위험이 낮을 경우 적정용량 투여가 가능하다. 수술 후 출혈 위험도가 높은 경우 지혈 상태가 확인되면 48~72시간을 기다린 후 적정용량을 투여한다. 중단할 때와 마찬가지로 수술 후 신장기능을 반영해 적정용량을 결정한다. 비경구용 항응고요법을 활용한 교체·전환 항응고요법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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