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PCSK9 억제제의 국내시판이 승인되면서, 비스타틴계 지질저하제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PCSK9 억제제는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LDL-C) 저하효과를 강점으로 앞세우며 ‘the lower, the better’ 전략을 무한대로 밀어붙이고 있어 주목된다.

여기에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조절효과의 PCSK9 억제제가 궁극적인 치료목표인 심혈관질환 예방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도 주요 관심사다. 스타틴에 PCSK9 억제제를 더해 치료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지질조절 효과는 곧 표적혈관의 죽상경화반 진행을 억제·퇴행시키는 결과로 이어져 심혈관질환 예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상지질혈증에서 심혈관질환까지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경우, 지질이상에서 시작해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최종적으로 심혈관질환에 이른다. 때문에 죽상동맥경화증을 퇴행시킨다는 것은 심혈관질환 예방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향후 또 다른 임상연구를 통해 궁극적인 심혈관질환 아웃컴에 대한 임상혜택을 검증해야 하는데, 에볼로쿠맙을 검증한 GLAGOV 연구를 통해 9부능선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7)에서 발표된 FOURIER 연구를 통해 PCSK9 억제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됐다.

죽상경화반 퇴행
지난해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6)에서 발표된 GLAGOV 연구에서는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는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을 더한 결과 죽상경화반이 1% 퇴행했다. 주목할 점은 에볼로쿠맙의 지질조절 정도와 이에 따른 죽상경화반 퇴행의 성적이다.

연구에서는 에볼로쿠맙 병용치료를 통해 최대 20mg/dL대까지 LDL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었고, 콜레스테롤이 낮게 조절된 환자그룹에서 죽상경화반 퇴행의 혜택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지질치료에 있어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의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보고, 스타틴에 이어 PCSK9 억제제가 지질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PCSK9 억제제
GLAGOV 연구는 ‘PCSK9 억제제’와 ‘the lower, the better’라는 두 개의 키워드에 방점을 두고 조명해볼 수 있다. 우선 이 연구를 통해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의 임상역할을 읽어볼 수 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이고 효과적인 지질치료제는 스타틴이다. 그럼에도 스타틴 최대내약용량으로 지질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불내약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커버하기 위한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들이 꾸준히 개발돼 왔다. 에볼로쿠맙은 이러한 노력을 대변하는 PCSK9 억제제 계열에 속한다.

GLAGOV
연구는 관상동맥조영술에서 표적혈관의 20~50% 협착이 확인된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이들에게는 LDL 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의 목표치가 권고된다. 대상환자들은 거의 대부분(98%)이 기저시점에서 중등도 또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고 있었으나, 평균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90mg/dL 이상이었다.

이들을 월1회 에볼로쿠맙(420mg) + 스타틴 또는 위약 + 스타틴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해 78주간 치료·관찰을 진행했다. 1차 종료점은 혈관내초음파(intravascular ultrasonography, IVUS) 영상을 통한 죽종용적비율(percent atheroma volume, PAV)을 평가했다. 에볼로쿠맙 병용과 스타틴 단독군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평균 37mg/dL(최대 29mg/dL) 대 93mg/dL(최대 90mg/dL)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에볼로쿠맙군은 기저시점 대비 LDL 콜레스테롤이 60% 감소한 반면, 스타틴 단독군은 3.9% 증가했다.

1차 종료점이었던 PAV는 스타틴 단독군에서 0.05% 증가한 데 반해 에볼로쿠맙 병용군에서는 0.95% 감소했다(P＜0.0001). 에볼로쿠맙군에서 1%대의 죽상경화반 퇴행이 확인된 것. PAV의 퇴행이 확인된 환자의 비율도 스타틴 단독군 47% 대 에볼로쿠맙 병용군 64%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P＜0.0001).

Lower is better
GLAGOV 결과는 1차적으로 에볼로쿠맙의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LDL 콜레스테롤 조절 정도에 따른 효과의 차이도 시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조절 정도에 따른 죽상경화반 변화도 함께 봤다. 결과는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낮게 조절했더니 지질치료 혜택이 더 커졌다.

이 같은 결과는 기저시점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0mg/dL이었던 하위그룹 분석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 하위그룹을 분석한 이유는 기저시점에서 70mg/dL 미만으로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들에서 기존보다 더 강한 치료를 적용할 경우 임상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기 위함이었다.

이들 하위그룹에서 78주 시점 에볼로쿠맙군의 평균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24mg/dL이었으며, 최대 15mg/dL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기저시점 대비 58%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감소가 확인됐다. 반면 스타틴군은 평균 70.6mg/dL(최대 65.5mg/dL)로 기저시점보다 16.4% 증가했다.

동 그룹에서 PAV의 변화를 보면 에볼로쿠맙군 -1.97% 대 스타틴 단독군 -0.35%로 역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P＜0.0001), 최대 2%대의 죽상경화반 퇴행효과가 나타난다. PAV 퇴행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도 에볼로맙군은 81%로 정점을 찍은 반면, 스타틴 단독군은 48%대에 머물렀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저작권자 © THE M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