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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질환 관리‘정밀의학’ 영역으로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7.05.26 17:13
  • 호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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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의학계의 패러다임은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다. 정밀의학은 현재 의학계에서 표준처럼 인식되고 있는 맞춤치료(personalized medicine)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전략을 구성할 때 환자와 연관된 다양한 인자들을 고려하도록 한 것으로 기존 맞춤치료에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생물학적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오믹스(omics) 분야의 발전, 대규모 자료분석이 가능한 기술을 활용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미국립보건연구원(NIH)의 Francis S. Collins 박사는 “수혈을 위한 가이드로 혈액형을 평가하는 것과 같은 선에서 이해하면 된다”며 “이 개념을 유전체학, 프로테오믹스, 세포분화 등 기초분야부터 모바일 건강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개념은 정립돼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근거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NEJM 2015;372:793-795).

호흡기질환에서 정밀의학
정밀의학의 바람은 호흡기질환에도 불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 Alvar Agusti 교수는 대표적인 만성 기도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을 꼽으며 “두 질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차이가 나지만 임상적 및 기능적, 영상의학적, 생물학적 특징에서는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며 환자별 평가가 필요한 배경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밀의학은 유전자, 바이오마커, 페노타입(phenotype) 또는 정신사회적 특징 등에 기반해 임상적으로 유사한 환자들에게 개별적인 치료전략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COPD와 천식에 정밀의학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European Respiratory Journal 2016;47:410-419).

즉 COPD와 천식 관리에서 페노타입과 엔도타입(endotype)에 대한 발전이 정밀의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토르베르가타대학 Cazzola M 교수는 “COPD에서 정밀의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병인학적 인자 및 질환의 진행상황, 치료효과를 알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확보가 필요한데 페노타입과 엔도타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페노·엔도타입에 높은 비중을 뒀다(Mol Diagn Ther. 2월 28일자 온라인판).

서울의대 조상헌 교수(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도 “최근 천식의 다양한 원인 클러스터(cluster)에 대한 엔도타입과 임상적 표현형인 페노타입에 대한 연구는 맞춤치료, 나아가서 정밀의학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호흡기질환에서 정밀의학 차원의 접근전략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GOLD 2017
세계폐쇄성폐질환기구(GOLD)와 세계천식기구(GINA)의 2017년 가이드라인에도 정밀의학 기조가 반영됐다는 평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의 천식연구회·COPD연구회 공동심포지엄에서 COPD 관련 강의를 진행한 전남의대 김유일 교수(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는 “GOLD 가이드라인 주요개정의 역사는 페노타입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기존에는 1초강제호기량(FEV₁) 기반의 치료전략을 제시했지만, 2011년 주요개정을 통해 임상 페노타입 기반의 치료전략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2017년 GOLD 가이드라인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올해 GOLD 가이드라인은 COPD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정리했고, A·B·C·D 환자군 분류기준에서 FEV₁을 배제했다. 또 각 환자군별 치료전략을 크게 개편, 전반적으로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 + 지속성 항콜린제(LAMA) 병용전략의 비중을 높였고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및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OCS) 단독요법의 범위는 대폭 축소시켰다.

김 교수는 “GOLD 가이드라인 D군의 치료전략이 COPD의 특정 페노타입 안에서 엔도타입이 적용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올해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전략으로 LABA + LAMA를 투여하고, 악화가 추가로 발생할 경우 LABA + LAMA + ICS를 투여하도록 했다. 그리고 3제 병용요법에도 악화가 발생할 경우 FEV₁<50%면서 만성 기관지염이 동반되면 PDE4 억제제인 로플루밀라스트를 투여하고, 흡연력이 있으면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투여토록 했다.

김 교수는 “혈중 호산구수치는 ICS 추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PDE4 억제제 대상환자는 COPD의 페노타입 및 엔도타입과 연관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GINA 2017
천식관리에서는 보조적인 진단인자와 새로운 치료약물이 추가됐다. 새롭게 등장한 보조적 진단인자는 호기산화질소(FENO)다. GINA 2017 가이드라인에서는 FENO가 천식을 직접 진단하거나 배제하는 데는 사용되지 않지만, 알레르기성 환자의 악화 위험도에 대한 독립적인 인자이고, 단일시점 평가로 위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 점수를 줬다.

전북의대 박성주 교수(전북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FENO의 장점으로 천식의 호산구성 염증진단, 스테로이드의 반응성 예측, 천식 조절상태 평가, 비침습적인 쉬운 검사, 짧은 평가시간과 높은 재현성을 꼽았다. 즉 원인과 치료경과를 관찰할 수 있는 보조적 도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5단계 치료전략에는 새로운 항체약물인 레슬리주맙(reslizumab)이 추가됐다. 레슬리주맙은 항IL-5 약물로 4단계(step 4)의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12세 이상 중증 호산구성 천식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중증 천식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이 추가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천식연구회·COPD연구회 공동심포지엄에서 천식의 페노타입 및 엔도타입의 임상적용을 주제로 강의한 서울의대 김덕겸 교수(서울대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는 “증상 유발인자, 염증패턴, 임상적 진행상황, 메커니즘에 따라 천식의 페노타입을 구분할 수 있는데 환자예후, 증상조절, 차후 위험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페노타입으로는 노인천식, 동반질환, 악화 그리고 기류제한, 스테로이드 반응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FENO의 임상적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그는 “중증 천식 유병률이 적지 않은 가운데 새로운 치료타깃들이 제시되고 있다”면서 최근 제시된 항체약물에 대해 설명했다. 오말리주맙은 항IgE 제제로 고Th2(high Th2) 페노타입에 적용한다. 이 페노타입은 FENO 수치가 높고, 혈중 호산구 또는 혈청 페리오스틴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항IL-5 제제인 메폴리주맙과 레슬리주맙은 혈청 호산구 >3% 또는 혈중 호산구나 FENO가 높은 고Th2 페노타입에 적용한다. 이와 함께 “항IL-5 제제는 전년도 혈중 호산구≥300cell/㎕이거나 천식이 조절됐을 때 호산구≥150cell/㎕인 호산구성 페노타입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COS & ACO
COPD와 천식의 페노타입 및 엔도타입 발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은 천식-COPD 중복증후군(ACOS)이다. ACOS는 큰 범주에서 지속적인 기류제한과 천식 및 COPD 연관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임상적 표현형으로 정의된다. GINA 2017년 가이드라인에서는 페노타입의 성격을 강조하며 ACOS에서 ‘증후군’ 용어를 삭제했다. 또 GINA는 “ACO에는 여러 임상적 페노타입이 포함돼 있고 다양한 기저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증상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국런던임페리얼대학 Kian Fan Chung 교수는 Airway Vista 2017에서 “ACOS에도 다양한 페노타입과 엔도타입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Chung 교수는 ACOS의 페노·엔도타입을 호산구성, 흡연 천식환자, 비흡연 및 바이오메스 환자, 호중구성 환자로 크게 구분했다. 정밀의학 차원에서 치료 가능한 만성 기도질환의 특징으로 기류제한, 호산구성 기도질환, 만성 기관지염, 기도 박테리아 질환, 기침 역류 과민증, 폐동맥고혈압, 만성 호흡기부전, 기관지확장증을 꼽았다. 이어 “흡연성 천식이 ACOS의 기류제한에 영향을 미치고 T2 및 비T2 패스웨이 등 분자단위의 페노타입은 흡연과 독립적인 영향을 보였다”며 “분자 단위의 세부적인 페노타입 구분이 차후 ACOS의 치료 가능한 특징을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llergic Rhinitis

COPD와 천식이 페노타입과 엔도타입 측면에서 정밀의학에 한 발 더 다가섰다면, 알레르기비염은 맞춤치료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는 폭을 더 넓혔다. 알레르기비염은 국내에서 높게는 33.9%의 유병률을 보이는 질환으로 삶의 질은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도 가중시키는 질환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알레르기학회는 알레르기비염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질환의 원인과 특징에 따른 분류에 무게를 뒀다. 질환의 특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적절히 치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감염성, 과민성 및 비감염성, 특발성 등으로 비염을 분류했고, 각 분류에서도 세부적인 페노타입을 제시했다.

한편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도 2016년 알레르기비염 진료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했다. 질환의 정의, 진단과 함께 임상현장에 적용하는 치료약물에 대한 내용을 정리했다. 특히 전문의는 물론 개원의들도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40개의 핵심질문과 답변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Tuberculosis
국내에서 여전히 주요 호흡기질환으로 꼽히는 결핵 관리전략도 업데이트됐다. WHO는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결핵을 퇴치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밝히며 2015년 대비 결핵 발생률 80%, 사망률 90% 감소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2030년 결핵 퇴치’ 달성을 위해서는 임상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진단·치료전략을 보강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50여년 만에 발표된 결핵치료제인 델라마니드(delamanid)와 베다퀼린(bedaquline)의 역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두 약물 모두 다제내성결핵(MDR-TB)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로 3차 약물분류에 해당된다.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는 세계 결핵의 날에 발표한 논평에서 “델라마니드와 베다퀼린이 MDR-TB 치료기간을 9개월로 줄여주고 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어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고 평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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