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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당뇨병 맞춤치료로 가는 길환자·약제특성 따라 개별화된 치료전략 적용해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7.09.05 13:12
  • 호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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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 및 합병증 예방과 관련해 최근의 임상동향은 ‘환자 중심의 맞춤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환자의 임상특성(연령·성별·당뇨병 이환기간·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개별적인 혈당조절 목표치를 정하고, 발병기전이나 부작용 위험 등을 고려해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를 임상(臨床)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임상을 환자에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제2형 당뇨병 치료는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 접근 안돼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마다 임상특성 다변화

맞춤치료
개별화된 맞춤치료의 배경에는 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이 자리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분비능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상당히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당뇨병 이환기간, 연령, 성별, 동반질환, 심혈관질환 위험도 등에 따라 환자마다 임상특성이 다변화돼 있는 것은 물론 치료 반응과 합병증 예후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다양한 패턴의 환자들에게 절대적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최근의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혈당조절에 있어 ‘one-size-fits-all’ 방식의 획일적인 접근법 대신 혈당강하제의 부작용 위험(특히 저혈당증)과 환자의 연령·건강상태 및 여타 특성을 고려해 위험 대비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화 전략을 주장해 왔다.

혈당 목표치
미국당뇨병학회(ADA)의 고혈당 관리 가이드라인은 환자 중심적 접근법을 전면에 내세워 개별 임상특성에 따른 맞춤치료를 강조한 대표적 사례다. 어떤 환자에게 어느 정도의 혈당조절을 적용할 것인가에서부터 맞춤치료를 표방하고 있다.

ADA는 당화혈색소(A1C) 7%를 혈당조절 목표치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비임신 성인에서 A1C 7% 미만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A1C 7%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를 하나의 잣대로 삼아 환자와 질환양상에 따라 보다 강하게 또는 덜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ADA는 환자의 저혈당증 및 약물 부작용 위험, 당뇨병 이환기간, 기대수명, 동반질환, 혈관합병증 등에 따라 유동적인 A1C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일례로 동반질환이나 혈관합병증이 없으면 A1C 7%보다 낮게, 심각한 수준이면 보다 높게 혈당을 조절할 수도 있다.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고 기대수명이 짧은 고령 환자에게는 7%보다 완화된 목표치로 혈당조절에 임할 수 있다. 기대수명이 긴 젊은 연령대에게는 6.5% 미만 또는 정상에 가까운 보다 공격적인 조절도 가능하다. 저혈당증 및 여타 약물 부작용 위험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도 보다 완화되거나 공격적인 혈당조절을 선택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혈당조절 목표치를 A1C 6.5% 미만으로 제시했다. 다만 “초기 당뇨병이면서 동반 합병증이 없고 저혈당증 위험이 낮은 경우는 목표치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중증 저혈당, 짧은 기대여명, 진행된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75세 이상 노인에서는 저혈당증 위험을 고려해 목표치를 개별화할 수 있다”며 환자특성에 따라 목표치를 유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도 마찬가지다. 우선 혈당조절 목표치는 A1C 6.5% 이하로 권고했다. 다만 6.5%로 못 박지 않고 유동적인 적용을 주문하면서, 환자 각각에 따른 맞춤치료를 하도록 유도한다. 학회 측은 “중증의 동반질환이 없고 저혈당증 위험이 낮은 당뇨병 환자에게 A1C 6.5% 이하로 혈당을 조절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증의 동반질환이 있고 저혈당증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에는 A1C 6.5% 초과를 허용하는 동시에 개별 목표치를 정해 치료하도록 했다. 학회는 이와 관련해 “당뇨병 환자의 A1C 목표치는 연령, 동반질환, 당뇨병 이환기간, 저혈당증 위험, 순응도, 잔여수명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개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제선택
당뇨병 환자의 맞춤치료에는 약제선택도 근간을 이룬다. 개별적으로 설정된 혈당조절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약제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혈당강하제와 관련해서는 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기전 또는 환자의 임상특성만큼이나 다양한 기전과 효과의 약제들이 구비되면서 맞춤치료를 가능케 하고 있다.

당뇨병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베타세포 기능부전과 더불어 고혈압, 지질이상,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공격루트를 통해 침범한다. 이 루트를 전방위적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벽이 뚫릴 수 있다. 반가운 소식은 현대의학도 이제 당뇨병의 공격루트를 미리 짚어내고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기술을 갖췄다는 것이다.

과거 메트포르민(포도당 생성·흡수↓, 인슐린 민감도↑)이나 설폰요소제(인슐린 분비↑), 인슐린 정도로 당뇨병 치료약제의 선택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신약개발과 함께 티아졸리딘디온계(인슐린 민감도↑),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탄수화물 소화·흡수 지연), 인크레틴 요법(GLP-1 수용체 작용제 & DPP-4 억제제 인슐린 분비 ↑, 글루카곤 분비↓), SGLT-2 억제제(신장 당 재흡수↓) 등이 등장하면서 전방위 수비가 가능해졌다.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중증도, 연령, 체중, 저혈당증 위험, 인슐린 분비능,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위험인자 등)을 고려해 적합한 약제를 골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를 위한 약제선택에는 환자의 임상특성, 위험 대비 혜택, 부작용 위험, 비용, 환자 선호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때문에 약제특성에 대한 평가가 매우 중요한 선택요건으로 작용한다. 국내외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는 의사들의 최적 치료전략 구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당뇨병치료제의 특징을 비교·평가해 제공하고 있다.

ADA 가이드라인 고혈당 치료 알고리듬은 각 계열약제와 관련해 효과·저혈당증 위험·체중·부작용·비용 등의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해 약제선택에 도움을 준다. 2차약물의 선택에 있어 선호도 등급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약제특성에 따라 적절한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일례로 치료 시 체중증가에 큰 부담을 느끼는 환자의 경우, 체중에 중립 또는 감소효과를 보이는 약제 쪽으로 선택이 기울 수 있다. 또 저혈당증 위험에 취약한 노인 당뇨병 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혈당증 위험이 낮은 약제로 선택의 저울이 움직일 수도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당뇨병 환자에서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항당뇨병제를 맞춤처방할 수 있는 날도 머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혈관합병증 예방에 있다. 이 중에서도 심혈관합병증은 당뇨병 환자의 가장 큰 사망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발맞춰 혈당강하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한 사례도 계속 증가하는 형국이다. CANVAS(카나글리플로진) 연구가 합류하면서 UKPDS·UKPDS-10(메트포르민), EMPA-REG OUTCOME(엠파글리플로진), PROactive·IRIS(피오글리타존), LEADER(리라글루타이드), SUSTAIN-6(세마글루타이드) 등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 감소를 보고한 혈당강하제들이 배수진을 칠 정도로 기세가 등등하다.

현재 당뇨병치료제는 심혈관질환 약물로 가는 길의 8부능선을 넘고 있다. 엠파글리플로진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입증한 EMPA-REG OUTCOME 연구를 기점으로, 임상의들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항당뇨병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순환기와 내분비계 임상의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만 속속 쌓이는 근거에도 불구하고, 이를 임상에 공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아직은 극히 제한적이다. 심혈관질환 예방 목적으로 혈당강하제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적응증 승인과 가이드라인 권고안 반영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하는데, 두 관문을 통과한 혈당강하제는 현재까지 엠파글리플로진뿐이다.

당뇨병치료제가 심혈관질환 약물로 가는 길의 여정은 딱 여기까지다.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보고한 여타 혈당강하제들은 아직 가이드라인 권고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유럽당뇨병학회(EASD),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 등은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언급하는 수준에 머문다.

항당뇨병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인정은 하고 있으나, 이를 임상에 적용하도록 권고안을 내는 것은 아직 주저하는 모습이다. 학계가 항당뇨병제의 심혈관질환 적응증 권고를 망설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련의 연구에서 심혈관 임상혜택이 입증됐지만 EXAMINE, ELIXA, TECOS 등에서는 심혈관질환을 높이지도 줄이지도 않는 중립적 효과가 확인됐다. 일부 연구에서는 심부전 입원율 증가가 보고되기도 했다. 여기에 아직 진행 중인 대규모의 심혈관 아웃컴 연구들이 있는 만큼, 전반적인 항당뇨병제 적용의 일관된 결론을 얻기 위해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견해다.

일부 약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계열효과(class effects)인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티아졸리딘디온계의 계열내 약제들이 같은 심혈관 임상혜택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도 향후 연구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학계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글리블랜드클리닉의 Steve Nissen 교수는 ADA 2017에서 “당뇨병치료제의 심혈관 혜택에 관한 대규모 연구결과를 임상 가이드라인에 적절히 반영할 수 있도록 순환기·내분비학계가 모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Nissen 교수는 티아졸리딘디온계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로, 이후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했던 혈당강하제들이 현재는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당당히 보고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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