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폐경과 함께 대표적인 여성 특이 현상으로 꼽힌다. 그리고 입덧은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서 기인하는 현상으로 50% 이상, 많게는 80%의 임신부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입덧은 생리적인 현상이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질환이라고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입덧 관리도 주요한 여성기능질환으로 부각된다. 게다가 입덧을 경험하는 임신부 중 입원이 필요한 중증사례도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중증 입덧, 즉 임신오조로 발전하면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차의과학대학 장성운 교수(분당차여성병원 부원장)는 “입덧이 생리적인 증상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것이 맞지만,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도가 높은 여성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덧을 꼭 명확한 질환으로 규정해 관리할 필요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임상에서 판단되면 중증으로 진행하기 전에 예방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덧 관리의 필요성
장 교수는 입덧이 임신 5주부터 나타나 길게는 16주까지 임신부의 50% 이상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전제했다. 그렇기 때문에 입덧이 생리적인 변화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중증일 경우 치료해야 하는 증상 또는 질환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임상경험을 기반으로 임신오조 등 중증 입덧으로 발전하는 비율은 전체 임산부의 0.5%고 초산모, 다태임신, 포상기태 등이 중증 발전 위험인자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장 교수는 중증 입덧 증상은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입덧이 중증으로 발전하면 체중감소, 탈수, 기아로 인한 산증, 저칼륨혈증이 발생하고, 구토가 지속되거나 음식섭취가 심하게 억제되면 급성 신기능 부전, 식도파열, 기흉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들을 방치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고, 입덧으로 유산까지 고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치료의 필요성에 높은 비중을 뒀다.

중증 입덧 관리전략, 증상 정도 평가부터
입덧 관리는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관리한다. 중증도는 크게 경증, 중등도, 중증으로 구분되는데 경증의 경우 대부분 식습관조절, 수분공급 등으로 증상이 완화되지만 중등도 이상인 경우에는 생활습관 외 치료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중증인 임신오조의 경우 생강 등 한방요법, 침술, 약물요법이 치료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다. 장 교수는 “입덧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에 한방요법, 침술 등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약물의 경우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근거가 있다”고 평했다.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지난해 논문을 통해 현재 입덧 치료에 사용가능한 약물로 비타민 B6, 비타민 B6/독시라민, 항히스타민, 도파민 길항제, 세로토닌 길항제를 꼽았다.

장 교수는 입덧 관리는 증상 초기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통 입덧이 심할 때 쓰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중증에서는 약물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중등도부터 사용해서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입덧은 조절이 아나라 갑자기 증상이 사라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중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기반 약물요법
장 교수는 약물요법들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임신부들이 1957년 탈리도마이드 관련 기형아 출산 사태로 인해 약물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약물복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데,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약물들의 장기간 사용경력이 안전성을 더 굳건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2013년 FDA로부터 재승인받은 비타민 B6 제제인 피리독신과 독시라민 복합제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이 약물은 1956년 벤덱틴(Bendectin)이라는 제품명으로 승인받았다. 이후 1983년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철수 이유가 약물의 효과 또는 안전성이 아니라 법원 소송비용의 부담이었다. 또 장 교수는 “이후 FDA 추가 조사 결과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받아 임부 카테고리 A로 재승인을 받았고, 비타민 B6는 지금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며 약물의 높은 안전성을 강조했다.

입덧 관리, 경증부터 착실하게 관리해야
장 교수는 중증 예방관리와 함께 삶의 질 측면에서 입덧에 대한 식습관 조절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장 교수는 “위를 비우지 않게 조금씩 지속적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수분 및 전해질을 교정한다. 특히 아침에 위가 비어있을 경우 증상이 더 악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심리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장 교수는 “야간, 주말에 입덧 중증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적당한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적정수준의 긴장상태를 주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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