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으로
미국내과학회(ACP)가 노인 환자의 수축기혈압 목표치를 150mmHg 미만으로 권고하면서 고령층 고혈압의 치료를 놓고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ACP는 올해 초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60세 이상 노인의 고혈압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 항고혈압제 치료시작 시점과 혈압 목표치를 권고했다.

학회는 우선 60세 이상 노인에서 수축기혈압이 150mmHg를 초과하면 치료를 시작하도록 주문했다. 이는 노인환자의 혈압을 150mmHg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것으로, 노인에서 전반적인 혈압 목표치를 수축기혈압 150mmHg 미만으로 제시한 것이다. 한편 60세 이상이더라도 뇌졸중·일과성뇌허혈발작(TIA) 병력자이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게는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도록 적극적인 치료를 주문했다.

여타 가이드라인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두드러지는 수축기혈압 목표치 완화의 움직임은 여러 국내외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된다. 2013년 유럽심장학회(ESC)·고혈압학회(ESH)는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노인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140~150mmHg 사이로 조절하도록 권장한 바 있다.

2013년 미국의 JNC 8차 고혈압 가이드라인은 60세 이상 고령층의 혈압 목표치를 150/90mmHg 미만으로 권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도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노인 고혈압은 혈압강하에 의한 효과가 뚜렸하지만 140mmHg 미만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고, 목표혈압이 140mmHg 미만일 때와 150mmHg 미만일 때 예후에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며 “이완기혈압이 너무 떨어지지 않는 수준(적어도 60mmHg 이상)에서 수축기혈압 140~150mmHg를 목표로 치료한다”고 밝혔다.

단독수축기고혈압
이처럼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이 완화되고 있는 데는 고령층 고혈압의 유병특성이 핵심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노인 고혈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이완기혈압은 그대로이거나 감소하는 반면, 수축기혈압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령이 늘수록 수축기혈압이 상승하는 특성으로 인해 단독수축기고혈압이 노인 고혈압의 가장 흔한 병태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완기혈압은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인데, 예를 들어 혈압이 180/70mmHg와 같은 양상이다. 이 경우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혈압을 조절하다 보면 이완기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돌출될 수 있다.

한국 고령층의 수축기혈압
이 같은 노인 고혈압의 유병특성은 우리나라에서도 관찰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팀이 국내 고혈압 환자들을 아형별로 분류해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고령층의 단독수축기고혈압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Korean Circulation Journal).

연구팀은 1998~2012년 사이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20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아형의 유병률을 측정했다. 환자들은 최종적으로 단독수축기고혈압(수축기≥140mmHg / 이완기＜90mmHg), 단독이완기고혈압(수축기＜140mmHg / 이완기≥90mmHg), 수축기·이완기고혈압(수축기≥140mmHg / 이완기≥90mmHg) 등 4개 고혈압 아형그룹으로 세부 분류됐다.

관찰결과, 2012년 기준으로 국내 고혈압 환자는 약 950만명으로 조사됐다. 유병률은 26%로 국민 3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연령별로는 20~29세 5%, 30~39세 9%, 40~49세 20%, 50~59세 35%, 60~69세 55%, 70~79세 63%, 80세 이상 71%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급속하게 올라가는 모양세다.

주목할 대목은 단독수축기고혈압이다. 2010과 2012년 사이 단독이완기고혈압은 감소한 반면, 단독수축기고혈압은 연령대가 높을수록(≥40세)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단독수축기고혈압은 60세 이상 연령대(60~69세 14.6%, 70~79세 12.2%, 80세 이상 15%)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됐다.

SPRINT

노인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강도에 대한 논쟁은 SPRINT를 통해 다시 재점화 됐다. SPRINT 하위분석 결과는 당뇨병과 뇌졸중 병력 환자들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고령층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가져다 주는 임상혜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SPRINT 연구는 고령층 인구가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다. 대상환자들의 평균연령은 67.9세였으며, 75세 이상 고연령층도 30% 가깝게 포함됐다. SPRINT 연구팀은 이들 75세 이상 연령대 환자그룹을 별도로 떼어내 하위분석을 실시했다.

총 2636명을 3.1년 관찰한 결과, 집중 혈압조절군(120mmHg 미만)은 표준조절군(140mmHg 미만)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34%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hazard ratio 0.66, 95% CI 0.51-0.85).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도 33% 낮췄다(0.67, 0.49-0.91]).

이상반응으로는 저혈당과 실신이 71%와 23% 더 발생했지만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Jeff Williamson(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 교수는 “75세 이상인 노인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으로 하는 것이 심혈관질환 및 사망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해 그동안 150mmHg 미만으로 권고돼 왔던 고령자들의 혈압관리가 변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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