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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질환 공화국’, 헤쳐나갈 방법을 조명한다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7.12.01 11:56
  • 호수 57
  • 댓글 0

- 2016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4분의 1 정신건강질환 이환
-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여전히 높아
-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치매 환자 증가 중

▲‘정신건강질환’ 공화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공화국(共和國)은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에게 정신건강질환이 있다는 의미의 ‘정신건강질환 공화국’을 명칭도 가지고 있다. 이미 OECD 자살률 평가에서 10년 이상 1위를 차지하며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게 된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 자살률이 노인인구층에서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한편 청소년에서도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어 자살 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자살자의 90% 이상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는 자살 공화국의 그늘에 우울증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숨어있다는 점을 대변한다. 자살 공화국의 오명만큼 오랜기간 우울증 공화국이라는 명칭도 유행처럼 퍼졌다.

가톨릭의대 박원명 교수(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대한정신약물학회 회장)는 양극성장애 위험이 가득한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즉 양극성장애 공화국인 셈이다. 박 교수는 “실제 평가척도를 적용하면 질환일 수 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은 물론 신체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어 스트레스 공화국이라는 이름도 추가됐다.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는 정신질환 실태조사 2016년 자료는 정신건강질환 공화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정신질환 실태조사는 2001년부터 시작된 국내 정신건강질환 유병률 조사로 5년 주기로 진행된다. 2016년 조사에서는 2011년 조사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한 약물남용, 중독을 추가했고 산후우울증, 조현병 스펙트럼도 포함해 자세하게 조사했다.

2016년 4월 17일~11월 30일까지 18세 이상 성인(75세 이상 포함) 5100명을 대상으로 섭식장애, 신체변형장애를 제외한 17개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평생동안 1개 이상의 정신건강질환에 이환된 평생 유병률은 25.4%였다. 남성은 28.8%, 여성은 21.9%였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모든 정신건강질환 평생 유병률은 13.2%였다. 지난 1년 동안 한 가지 이상 정신건강질환에 이환된 1년 유병률은 11.9%였고 남성은 12.2%, 여성은 11.5%였다. 9명 중 1명꼴이다.

▲알코올사용·불안·기분장애

평생 유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알코올사용장애로 12.2%였고, 뒤를 이어 불안장애 9.3%, 기분장애 5.3%였다. 특히 기분장애 중 주요우울장애는 5%로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이외 니코틴사용장애는 6.0%, 조현병스펙트럼장애는 0.5%, 약물사용장애는 0.2%였다. 성별로 나눴을 때 남성은 알코올사용장애가 가장 높았고, 여성에서는 불안장애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1년 유병률로 평가했을 때는 불안장애 5.7%, 알코올사용장애 3.5%, 니코틴사용장애 2.5%, 기분장애 1.9%, 조현병스펙트럼장애 0.2% 순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1년 유병률에서는 불안장애가 가장 높았지만, 성별분포에서는 평생 유병률과 동일했다. 한편 1개월 유병률을 평가한 결과 전체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은 9.8%, 알코올 및 니코틴사용장애를 제외했을 때는 6.1%였다. 불안장애는 4.9%, 알코올사용장애 2.3%, 니코틴사용장애 2.2%, 기분장애 1.2%, 조현병스펙트럼장애 0.1%, 약물사용장애 0%로 나타났다.

▲고공행진 유지

주목해야할 점은 2016년 조사에서 나타난 높은 유병률이 이전 조사결과에서 이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전 2001년 평생 유병률 29.9%, 2006년 26.7%와 비교하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4분의 1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질환별로 알코올 사용장애는 2001년 15.9%, 2006년 16.2%, 2011년 14%, 2016년 12.2%로 약간 감소했고 니코틴 사용장애는 10.3%, 9.0%, 7.3%, 6%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각각 1.1%, 0.5%, 0.6%, 0.5%로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기분장애 유병률은 2001년 4.6%, 2006년 6.2%, 2011년 7.5%, 2016년 5.3%로 전년도 대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구분했을 때 주요우울장애는 2001년 4%, 2006년 6.2%, 2011년 7.5%에서 2016년 5%로 감소됐지만 기분부전장애는 각각 0.5%, 0.5%, 0.7%, 1.3%로 증가했다. 게다가 불안장애의 경우 8.8%, 6.8%, 8.7%에서 9.3%로 증가했다.

▲여성·젊은연령층 고위험군
연구팀은 알코올 및 니코틴사용장애는 남성에서 더 높았고, 조현병 스펙트럼은 입원한 환자들을 보정하면 11만 5000명으로 전체 국민 중 2.0%가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이나 환청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은 2011년보다 낮았지만 2006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여성에서 2배 더 높았고, 20대 저소득층에서 높은 경향을 보였다. 유병률이 이전 조사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불안장애도 여성에서 2배가량 높았다. 2016년에 추가적으로 포함된 인터넷중독, 게임중독, 스마트폰중독 유병률은 각각 1.4%, 1.2%, 5%로 나타났고, 18~29세에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한편 CIDI( Composite International Diagnostic Interview)로 진단받은 이들 중 정신건강서비스를 한 번 이상 이용한 비율은 22.2%로 나타났다. 2006년 11.4%, 2011년 15.3%보다는 높아졌지만, 미국 등 선진국보다는 낮았다. 정신건강서비스 사용질환 비율은 기분장애가 40.4%로 가장 높았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32.1%, 불안장애 19.3%, 알코올 사용장애 8.1%였다.

▲사회적 편견
그럼에도 자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우울증이 감소 추세라는 점은 희소식이다.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는 평균소득 증가, 건강수준 향상, 복지정책 시행 등으로 인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개인적 좌절의 원인을 사회나 국가 등 외부에서 찾는 성향이 커지는 것, 우울증 인지 및 조기치료를 권유하는 우울증관리정책도 우울증 감소에 한몫 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임상현장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숨어 있는 우울증 환자가 더 많다는 것. 우울증에 대한 인지도 및 치료율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환자들은 사회적 낙인(stigma) 혹은 불이익을 두려워해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우울감이 불안감으로 전이된 부분도 있다. 불안장애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이 설명되는 부분이다. 또 사회적 안전, 가족의 사회적 지지가 약해진 사회환경이 불안장애로 이어지는데 최근의 청년실업, 고용불안, 주거불안이 20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반영됐다. 사회공포증, 특정공포증의 유병률이 20대에서 높은 것도 이를 반증한다.

▲정책적 지원의 현주소
정신건강질환을 국가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시돼 왔다.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은 감소추세고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낮게 나타났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20대의 불안장애, 알코올, 니코틴 등 중독장애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현황은 국가차원의 관리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부분에 대응코자 국내 정신건강질환 관리를 위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큰 틀의 정책으로는 지난해 발표된 정신건강 종합대책이 있다. 정신건강 종합대책은 △국민 정신건강 증진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통합 △중독으로 인한 건강저해 및 사회적 폐해 최소화 △자살위험 없는 안전한 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인식개선을 통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제고, 정신건강 문제 조기발견 및 개입 강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지원체계 구축을 세부전략으로 제시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통합에서는 조기 집중치료로 만성화 방지, 중증 및 만성 정신질환자 삶의 질 향상, 정신질환자 인권 강화 관련 전략이 포함돼 있고 △중독으로 인한 건강저해 및 사회적 폐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중독예방을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 중독문제 조기 선별 및 개입체계 구축, 중독자 치료회복 지원 강화를 시행하고 △자살위험 없는 안전한 사회 구현을 위해서는 전사회적 자살예방서비스, 맞춤형 자살예방서비스, 자살예방정책 추진 기반 강화를 제시했다.  

▲치매환자관리
치매에 대한 정책은 따로 마련돼 있다. 치매의 경우 정신건강질환과 별도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데다가 우리나라가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치매관리를 위한 치매관리종합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5년 단위의 사업으로 현재는 2020년까지를 기한으로 한 3차계획이 진행 중이다. 3차계획은 2차계획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치매관리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서 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신경인지검사를 포함한 치매정밀검진 중 비급여 항목을 급여로 전환하고 경도인지장애, 75세 이상 독거노인, 치매치료중단자 등 3대 고위험군에 대한 치매예방 및 관리에 초점을 맞춘 조기검진 사업도 시행한다. 치료부분에서는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 치매가족상담 수가를 신설해 치료관리를 지원한다. 또 중증 장기요양 재가수급자를 위한 24시간 단기방문요양서비스도 도입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치매 국가책임제도 도입됐다.

기존의 치매관리 종합계획의 확장·보완판으로 전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 구축, 치매가 아닌 이들에 대한 예방프로그램 제공, 신체기능이 양호한 치매환자들에 대한 보험혜택 제공, 중증 치매환자를 위한 입원 가능한 치매전문병동 설치, 중증 치매환자 의료비 부담률 10%로 인하, 장기요양 본인부담금 혜택범위 확충 등의 계획을 제시했다. 일부 이미 적용된 부분도 있다.

▲전문인력 부족이 과제
정신건강 종합대책, 치매 국가책임제 등 전방위적으로 신경·정신건강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은 펼쳐뒀지만,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정신건강증진사업의 현황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정신질환자나 국민을 대상으로 적절한 정신건강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예산, 인력,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상현장의 전문가들도 동일한 부분을 지적한다. 연세의대 김찬형 교수(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대한정신약물학회 이사장)는 “정신건강질환 치료는 약물요법과 함께 행동요법이 전제돼야 하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평했다.

인제의대 이동우 교수(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치매관리 인력난을 우려했다. 이 교수는 “대도시 지역은 인력부족 현상을 크게 겪지 않겠지만, 농어촌 및 산간지역은 치매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 및 간호사 등 전문인력의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관리전략 업데이트
정책의 발전만큼 임상현장의 관리전략도 발전하고 있다. 우울증에서는 최근 적극적인 조기진단·치료에 더해 양극성장애 증상이 동반된 혼재성 우울증이 이슈가 되고 있다. 관련 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기분장애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은 가이드라인도 발표된 바 있다.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도 적극적으로 논의되는 주제다. 외국에서는 이미 자리잡혀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다. ADHD가 소아청소년기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해 성인시기까지의 추적관찰이 원활하지 않지만, 이미 소아청소년 시기부터의 ADHD는 소아청소년 시기의 모든 방면에 영향을 미치고, 성인시기까지 이어지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 전문가들이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있다.

월간 더모스트는 국내 신경·정신건강질환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우울증, 양극성질환, 성인 ADHD, 불안장애, 치매, 조현병의 실제 임상현장의 관리전략에 대해 대한정신약물학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는 기획을 마련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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