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는 기분이 고양되고 에너지가 증가하는 조증 혹은 경조증 삽화와 우울한 기분 혹은 흥미나 즐거움이 상실되는 주요우울 삽화를 경험하는 질환이다. 이와 증상적 특성은 유사하나 조증, 경조증, 주요우울 삽화의 진단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심각도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순환성장애 또한 양극성 관련질환으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정식 진단기준은 아니지만, 양극성장애의 진단체계를 폭넓게 적용해 양극성 경향을 가진 기분장애를 의미하는 양극성 스펙트럼장애의 개념 또한 연구자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된다. 외국의 경우 양극성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일반적으로 0.6~2.5%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양극성 스펙트럼장애를 포함하는 경우 그 유병률이 훨씬 높아진다. 평생 유병률이 5~20%인 주요우울장애에서도 양극성 스펙트럼장애에 해당하는 경우가 3분의 1로 나타난다.

아직까지 양극성장애 만을 대상으로 한 국내의 대규모 역학조사는 없었으나, 양극성장애를 포함한 국내의 역학조사 연구 결과 양극성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0.3~0.5%로 외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은 인종 및 문화에 관계없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과 편견과 낙인, 그리고 낮은 인식 등으로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과소 보고되는 국내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외국에서 10~20%의 평생 유병률이 보고되는 주요우울장애가 국내의 경우 약 5%의 평생 유병률을 보인다는 결과에서도 이러한 정신질환에 대한 과소 보고의 경향을 알 수 있다. 우울장애 환자 중 약 20%가 5년간의 추적관찰 기간 중 양극성장애로 진단이 변경됐다는 국내의 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은 조사된 결과보다는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극성장애는 임상경과가 삽화적이고 주기적인 특징이 있어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병력과 경과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다. 비정상적으로 지속되는 들뜨고, 팽창되거나 과민한 기분과 활동 및 에너지의 증가가 1주일 이상 지속되며 이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활동에서의 장해가 심각한 조증삽화의 경우 비교적 진단이 명확하다. 하지만 조증삽화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이로 인한 기능상의 손상이 조증삽화에 비해 덜하고, 지속 기간이 짧을 수 있는 경조증삽화의 진단에는 임상적 관심과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감별이 어려운 경우는 우울 증상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이다.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상당수(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50% 이상)는 주요우울삽화가 먼저 나타나고 이후에 조증 혹은 경조증삽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조증 혹은 경조증삽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우울장애로 오진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양극성장애의 경과 중 우울증상을 보이는 기간이 조증·경조증 증상을 보이는 기간에 비해 훨씬 길기 때문에 양극성장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병력청취 및 증상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양극성장애 2형 진단이 더욱 어려운데, 양극성장애 2형의 경우 우울증 기간이 경조증 기간에 비해 더욱 길고, 경조증삽화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자아동조적으로 느껴져 본인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기 어려워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흔해 과거 경조증 삽화를 경험했음에도 우울장애로 잘못 진단할 위험성이 높다.

실제 임상 상황에서 양극성장애로 확진된 환자 중 60% 이상이 과거 우울장애로 진단됐으며, 환자들이 처음 병원을 방문한 이후 양극성장애로 진단되기 까지 약 8~9년이 소요된다. 따라서 우울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 양극성장애를 찾아내고 예측하는 것이 감별진단의 핵심이다. 조기 발병(25~30세 이전), 잦은 우울삽화(3회 이상), 양극성장애의 가족력, 짧은 우울삽화의 기간(3개월 미만), 과수면, 식욕증가, 연마비 등 비정형 우울증상, 항우울제 치료 저항성, 정신병적 증상 등의 특성을 보이는 우울장애 환자에서는 양극성장애의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은 평가가 시행돼야 하며 <표>, 필요하다면 여러 선별검사 도구를 이용해 자세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만약 양극성장애를 우울장애로 오진하거나, 향후 양극성장애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항우울제 치료를 섣불리 시행하는 경우 이로 인해 조증·경조증삽화를 유발할 수 있고, 기분삽화가 더욱 자주, 빠르게 재발하게 하는 등 양극성장애의 경과를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우울장애에 대해 항우울제 치료를 했으나 치료반응이 없는 치료 저항성 환자에서는 치료에 잘 반응하는 환자들에 비해 양극성 경향을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는 국내의 연구결과와 같이 <그림>, 효과가 미비한 치료를 지속해 환자의 기능에 더욱 큰 손상을 미칠 수 있으며, 양극성장애를 인식하지 못해 기분조절제를 사용하지 않고 항우울제만을 사용할 경우 우울증상과 동시에 에너지와 충동성이 증가하는 혼재성 상태를 경험해 자살 위험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조기에 양극성장애를 발견하고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기분장애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진료할 때에는 우울장애와 양극성장애를 구분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극성장애의 특징을 염두에 둔 과거력 평가가 반드시 시행돼야 할 것이며, 과거력 만으로 정보가 불충분할 경우 위에 제시한 환자의 특성, 가족력, 경과, 치료반응 등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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