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 및 특성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에게 가장 큰 부담을 초래하는 10대 질환 중 우울증을 3위로 보고했고, 2030년이 되면 1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울증은 지속적인 기분의 저하, 의욕이나 흥미의 상실, 죄의식이나 무가치감, 수면장애, 식욕저하, 에너지 고갈, 집중력의 저하를 보이며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다.

우울증은 범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매우 높고, 다양한 기능장애를 동반하며, 사회문화적 요인이 우울증의 증상 발현과 건강 추구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가별로 최적화된 정신보건정책을 비롯한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핵가족화, 개인화, 급속한 경제성장, 빠른 고령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자살률은 이미 OECD 국가에서 10만명당 28.7명(2016년)으로 현재 1위로서 우울증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현재 우울증은 크게 주요우울장애, 경도우울장애(minor depressive disorder), 아증후군적 우울증(subsyndromal depression), 우울증상(depressive symptoms) 등으로 분류하고, 증상의 심각도는 주요우울장애 쪽으로 갈수록 심하고, 반대로 유병률은 우울증상 쪽으로 갈수록 높다. 임상 또는 연구에서 우울증을 정의할 때 주요우울장애는 주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IV)에서 정의한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진단기준을 사용한다.

2016년 전국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만 18세 이상 일반인 5102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 5.0%가 평생 한 번 이상의 주요우울장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우울장애 평생유병률은 2001년 4.0%, 2006년 5.6%, 2011년 6.7%, 2016년 5.1%로 나타났다. 일년 유병률은 1.5%(남자 1.1%, 여자 2.0%)로 지난 일년 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명으로 추산된다. 여성의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이 높은 것은 전세계적으로 일관된 결과다. 선행연구에서 자기보고식 선별검사로만 우울증을 진단한 경우에는 우울증의 시점 유병률이 20~40%로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주요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을 세계정신건강역학조사(World Health Organization World Mental Health Surveys) 결과와 비교하면 미국의 19.2%, 프랑스의 21.0%, 네덜란드의 17.9%, 독일의 9.9%에 비해서 낮은 수치를 보이는 반면에 일본의 6.6%, 중국의 6.5%와 유사한 수치를 나타낸다. 주요우울장애는 횡문화적인 유병률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특히 극동아시아에서 유병률이 낮고 진단 역치(diagnostic threshold)가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는 우울한 기분이 있다 해도 극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스스로 경미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주요 증상이 없는 것으로 평가돼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의료전달체계 내 관리전략

향후 구축돼야 할 국가 우울증 관리체계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첫째, 우울증 환자는 누구나 가족 및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필요한 진단 및 치료 서비스를 조기에 받음으로써 질환의 만성화가 예방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우울증 환자는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권익을 보장받는 차원에서 양질의 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지역사회는 이를 위한 제도개선 등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셋째, 우울증 환자는 입원 치료 후 누구나 성공적으로 지역사회로 연계돼 사회적응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고, 개별화된 욕구에 부응하는 서비스를 공급받음으로써 재발과 만성화를 예방하고 사회복귀가 촉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전문가 단체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정책수립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국가는 적정 우선순위의 실현 가능한 정책수단을 강구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우선, 지역사회 기반의 초기 우울증 관리를 위한 통합적 서비스 모델을 개발·구축해야 한다. 입원기간을 줄이고 치료경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개선이 필히 수반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최소화한 상태에서의 면밀한 정신건강의학과적 평가가 가능해야 하며 이후의 치료연계체계가 확립돼야 한다.

이를 위한 첫 번째가 지역사회에 기반한 우울증의 조기발견과 초기 치료 이용 경로 개선을 통해 증상 발생 후 치료까지의 기간을 줄이고 치료 유병률을 향상시키는 것이며, 두 번째가 병원과 지역사회의 효과적 지속관리체계 구축을 통한 재발 예방 및 효과적 지역사회 서비스 및 프로그램 개발 적용을 통한 우울증의 만성화 예방이다.

대개의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울증이 다른 질환과 차이점은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문제가 심각해, 특히 초기 접근의 장벽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환 조기발견 및 조기개입을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우울증을 단순히 항우울제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치료 및 상담을 함께 해야만 치료효과가 가장 높다는 것을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

항우울제의 효과는 60%에 불과하고, 최적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적 정신치료, 정신역동치료, 가족치료 등 정신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우울증의 조기치료에서 자살의 위험성이 평가되고 중재돼야 한다. 우울증이 자살의 주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울증을 진료하는 타과 의사들은 자살사고 여부에 대한 평가 후 자살사고가 있거나 정신사회적 요인이 조절되지 않으면 정신건강의학과에 의뢰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한편 초기 우울증 관리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광역형, 지역형 관리모델이 필요하고 환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및 기초급여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의 저수가 치료비 정책 기조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는 선진국형 우울증 관리 정책은 수립되기 어렵다. 우울증의 중증도에 따른 정신치료의 수가개선 및 정액제로 묶여 있는 기초급여 입원환자의 수가를 행위제로 바뀌지 않는 한 우울증에 대한 적정의 치료는 제공될 수 없다. 자살사고 등이 있는 중증의 우울증 기초급여 환자에 대한 국가의 차별을 폐지하는 것이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 적폐를 청산하는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선진화된 치료 서비스 질 확보, 선진화 된 의료전달체계 구축, 선진화된 지역사회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근본 뼈대는 바로 급여체계의 선진화로부터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할 부분은 우울증 정신치료 수가의 현실화 및 기초급여 입원환자의 행위제로의 전환을 통한 적정 진료 제도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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