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임상적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국내외 가이드라에서는 고혈압 환자에게 항고혈압제 병용치료의 일상적인 적용과 함께, 혈압이 160/110mmHg 이상이거나 20/10mmHg의 강압이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시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최근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보고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보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시작시점은 더 앞당겨진다. 양 학회는 새롭게 규정한 고혈압 2단계(140/90mmHg 이상)의 환자부터 서로 다른 기전의 2개 약제로 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140/90mmHg 이상부터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에서 처음부터 2개 이상의 약제를 적용하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이 최선의 치료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고혈압학회도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고혈압 환자의 3분의 2 이상에서 기전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필요하다”며 병용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고혈압학회(ASH)에 따르면,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6mmHg 정도다. 환자의 혈압이 140mmHg 이상이라고 가정한다면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 130mmHg 미만의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압 목표치가 정상혈압에 더 가까운 쪽으로 낮게 잡힌다면,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의 실용성은 떨어지고 2제 이상의 병용요법 적용이 불가피하게 된다.

병용 임상혜택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심혈관 임상혜택은 일련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ASCOT-BPLA, ADVANCE, ACCOMPLISH, HIJ-CREATE, TEAMSTA, OSCA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연구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칼슘길항제(CCB), 베타차단제, 이뇨제 등 대표적 항고혈압제 간의 병용 임상혜택이 보고됐다.

ACEI + CCB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비교한 ASCOT-BPLA 연구에서는 CCB와 ACEI의 병용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에 있어 기존 베타차단제와 이뇨제 병용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테놀롤 대비 암로디핀 병용요법의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은 23%(hazard ratio 0.77, P=0.0003), 전체 심혈관사건 16%(0.84, P＜0.0001), 사망률은 11%(0.89, P=0.025) 감소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ACCOMPLISH 연구는 수축기혈압이 160mmHg를 초과해 심혈관질환·신장질환·표적장기손상의 징후가 있는 심혈관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 1만 1506명을 대상으로 ACEI 베나제프릴 + CCB 암로디핀 또는 ACEI 베나제프릴 + 하이드로클로로티아지드 이뇨제 병용의 효과를 비교했다. 결과는 1차 종료점이었던 심혈관질환 유병 및 사망률이 ACEI와 CCB 병용군에서 ACEI와 이뇨제군과 비교해 20% 감소했다(hazard ratio 0.80, P＜0.001).

ARB + CCB

일본인을 대상으로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검증한 HIJ-CREATE 연구도 있다. 암로디핀과 칸데사르탄 병용군의 주요심혈관사건(MACE) 위험은 암로디핀 + 비ARB 그룹과 비교해 39% 감소했다(P=0.015). 개별 심혈관사건 가운데서는 입원을 요하는 불안전형 협심증의 빈도가 52%까지 크게 줄어 월등한 효과를 나타냈다(P=0.007).

중증의 노인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OSCAR 연구에서는 ARB와 CCB의 병용요법이 심혈관질환 병력자의 심혈관사건을 유의하게 예방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ARB 고용량 요법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에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OSCAR 연구는 ARB 올메사르탄 + CCB 암로디핀의 표준용량 병용과 올메사르탄 고용량 단독요법이 대등한 심혈관사건 및 사망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하위그룹 분석결과 심혈관질환 병력 환자들은 ARB + CCB 병용의 유의한 임상결과 개선효과가, 심혈관질환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은 ARB 고용량 단독요법에서 우수한 경향이 관찰돼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 등 환자특성에 따른 차별화 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ARB 텔미사르탄과 CCB 암로디핀 고정용량 복합제 요법의 강압효과는 TEAMSTA Severe 연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J Clin Hypertens). 혈압이 180/95mmHg 이상의 중증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두 약제의 고정용량 병용요법과 각각의 단일요법을 비교한 것으로, 병용군에서 각각의 단일제보다 유의한 평균 수축기혈압 강하(50mmHg까지) 효과를 보였다.

ACEI + 이뇨제

ADVANCE 연구는 당뇨병 환자에서 ACEI와 이뇨제 고정용량 병용요법을 통한 집중 혈압강하 전략을 조기에 적용했을 경우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사건 위험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했다.

당뇨병 환자에서 ACEI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의 고정용량 병용으로 혈압을 강하시킬 경우 치료시작 전 혈압수치에 관계 없이 주요 심혈관 및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이 감소됨을 입증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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