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의 치료는 지난 수 십년간 새로운 약물의 개발과 함께 많은 발전을 이뤘다. 그 동안 가장 큰 화두는 고혈압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느 정도까지 치료를 해야 할 것인가였다. 작년 11월 13일 미국 심장학회·협회(ACC·AHA)에서는 새로운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새로운 논쟁을 낳고 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기준으로 고혈압을 정의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의 절반이 고혈압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2013년도에 고혈압 진료지침을 발간한 이후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혈압 치료의 효과를 판정하는 연구는 많은 수의 대상환자를 필요로 하며, 대부분의 고혈압 임상연구들은 대상환자 수의 제한으로 다양한 인종을 포함하고 있어서 인종 간의 비교는 쉽지않다. 그러므로 한국인이 다른 인종들과 다른 치료를 해야하는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간의 임상연구들을 분석하면 미국 흑인들에서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nigotensin-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ngiotensin receptor blocker; ARB), 베타차단제의 효과가 떨어지고 이뇨제나 칼슘차단제가 혈압강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CEI로 인한 기침이나 혈관성부종의 부작용이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계 미국인에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대부분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시행된 임상연구가 아니므로 향후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

초기 약물치료시 고려사항

① 혈압측정이 적절한가 ?

고혈압으로 진단하기에 앞서서 환자의 혈압측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해야 한다. 혈압측정의 환경, 환자의 준비상태 등을 적절하게 맞추고 1~2분 간격을 두고 적어도 2번 이상 혈압을 측정한다.

② 위험인자의 교정이 잘 되고 있으며 교정 가능한가 ?

고혈압 치료의 기본으로 위험인자를 적절히 조절해야 하며, 의사는 조정 가능한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위험인자의 적절한 조절은 약물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할 수도 있고, 약물의 용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

③ 저용량, 지속형 약물로 시작한다.

처음 약물을 시작할 때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저용량으로 시작한다. 약효가 24시간 지속 가능한 1회복용 약물, 복합제를 선택해 환자의 순응도를 높여주며 혈압변동을 최소화 할 수 있다.

④ 고혈압약의 선택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이다. 신장질환, 심장질환, 뇌졸중 등 순환기 질환들이 동반된 경우에는 임상연구에서 증명된 약물들이 있으므로 반드시 이러한 약물들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약물을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금기증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⑤ 약물의 증량 또는 변경 및 부작용 관찰 

대부분의 심장질환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물들은 고용량을 사용한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적절한 용량이 투여되고 있는지 관찰해야 하며, 이로 인한 저혈압이나 부작용을 관찰한다. 필요시는 대체약물을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약제 선택에도 순서가 있는가?

다양한 고혈압 약제 중에서 동반된 질환으로 인해 특정한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에서 어떤 약물을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고혈압 약제들의 효과를 비교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전제들에 대해 일반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1)고혈압 약제 치료이득의 주요 기전은 혈압을 강하해서 얻어지는 것이다. 2)다양한 약제의 특정한 기전으로 얻어지는 효과는 비슷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3)각 환자에서 치료로 인해 얻어지는 특정한 효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4)고혈압 약제 각군이 가지는 특정한 이득도 있지만 금기증이나 부작용도 가지고 있다. 5)특정한 약물이 우월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유럽심장학회(ESC)에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일차적으로 약물을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CD 또는 ABCD

ESC에서는 강력한 적응증이 없는 경우에 일차적으로는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I 또는 ARB, 칼슘차단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나, ACC·AHA에서는 이 중 베타차단제가 제외돼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에도 ESC와 마찬가지로 네 가지 약제 모두 일차약제로 되어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영국의 NICE 가이드라인은 일차적인 고혈압 약제선택의 과정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이는 우리나라 환자에게도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약제는 적절한 용량에서 강압효과는 서로 비슷하며, 개별 환자에 따라 부작용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동반된 위험인자나 기저질환에 따라 심혈관사고 예방효과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① ACEI 또는 ARB

현재 일차약제로 흔히 사용되는 약물이다.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향상시키고 동맥경화증의 발병 또는 진행을 억제하고 콩팥기능장애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므로 동맥경화증의 발병위험이 높거나 심부전 환자에서 일차약제로 우수하다. 최근의 연구들은 심방세동 환자에서 심방의 구조적 또는 전기적인 재형성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심방세동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 일차약제로 선택이 가능하다. ACEI는 티아지드 이뇨제나 칼슘차단제보다 강압효과가 덜하고 뇌졸중 예방효과가 적다. 양측성 신동맥 협착환자에서 투여하면 심한 저혈압과 신기능 부전을 초래할 수 있어 금기증이다. 또한 태아 기형발생의 위험이 있으므로 임신가능성이 있는 여성에게는 투여하지 말아야 한다. 혈중 크레아티닌이 상승할 수 있고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여 후 1-2주부터 주기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ACEI를 투여하는 경우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기침이 5~25%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이중 절반은 약을 중단해야 한다.

② 칼슘차단제

최근에는 대부분 지속형 hydropyridine 칼슘차단제가 많이 처방된다. 관상동맥 확장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협심증, 특히 이형 협심증을 가지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 유용하고 고령 환자에서 강압효과가 매우 우수하다. 비후성 심근증이나 이완기 심부전을 가진 환자에서는 non-hydropyridine 칼슘차단제가 유용하다. Hydropyridine 칼슘차단제의 부작용으로 빈맥, 하지부종, 두통, 안면홍조가 나타날 수 있다. amlodipine 10mg을 복용하는 환자의 25%에서 하지부종을 보이며 이는 ACEI나 ARB를 같이 복용하면 예방할 수 있다.

③ 이뇨제

우리나라에서는 티아지드계 이뇨제가 많이 투여된다. 단독보다는 대부분 ACEI나 ARB와 병용투여하는 경우가 흔하다. 강압치료를 위해서는 저용량을 투여하며 1일 25mg까지 투여한다. 저용량에서는 저칼륨혈증, 당뇨, 요산증가, 지질대사장애 등과 같은 부작용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spironolactone 25~50mg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나 ACEI나 ARB와 같이 투여할 때는 고칼륨혈증에 주의해야 한다.

④ 베타차단제 

베타차단제는 단순 고혈압 환자에서는 잘 선택되지 않는다. 베타차단제는 일반인에서 칼슘차단제나 이뇨제보다 뇌졸중 예방효과가 30% 정도 적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협심증, 심근경색증, 빈맥성 부정맥, 심박수가 높은 젊은 환자에서 선택적으로 투여된다. 최근에는 혈관확장 작용을 가지는 새로운 베타차단제가 많이 이용되나 초기의 베타차단제보다 우월하다는 비교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단계별 치료지침

여러가지 가이드라인마다 어떠한 시점에서 약물치료를 할 것인가에 대해 약간의 이견이 있다. 기존에 사용되던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그림 2)과 2017년 발표된 ACC·AHA 가이드라인(그림 3)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새로운 가이드라인에서는 14년 만에 기존의 고혈압 기준은 140/90 mmHg에서 130/80 mmHg로 변경했다.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이 있거나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 위험도가 10% 이상이면 1단계 고혈압(130~139/80~89mmHg)에서부터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치료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조기에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여 심혈관사건을 막고자 하는데 있다.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의 공통점은 심혈관사건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에서는 조기에 혈압치료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당장 일반 진료실에서 사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현단계에서는 기존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된다.   

결론 

고혈압의 치료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며 고혈압으로 인한 동맥경화증의 발병 및 관련된 심혈관질환을 낮추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단기간이 아닌 수년 내지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약물치료를 하기 전에 먼저 환자의 경제적, 사회적 여건, 생활습관, 동반질환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하여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고위험 환자에서는 적극적인 혈압조절과 함께 심혈관사건을 줄이려는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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