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2015년 진료지침을 통해 “천식은 시간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변화하는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 기침과 같은 증상이 가역적인 호기 기류제한과 함께 나타나는 대표적인 알레르기질환으로, 대개 기도의 만성 염증과 관련되며 다양한 병태생 리를 보인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류장애의 가역적 특성을 엿볼 수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2018년 진료지침 개정본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기류제한 특징으로 하는 폐질환으로서, 기도와 폐 실질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정의했다. COPD가 비가역적인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천식과 COPD의 감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천식알레르기학회는 “천식과 COPD가 모두 기도염증을 포함하는 주요한 만성 폐쇄성 기도질환이지만, COPD는 완전히 가역적이지 않은 기류제한을 특징으로 하며 유해한 입자나 기체에 대한 비정상적인 진행성의 폐의 염증과 관련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흡연과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된 천식환자에서는 고정된 기류제한과 ‘천식양’의 염증 및 ‘COPD양’의 염증을 함께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천식이 COPD와 흔히 구별되기는 하지만, 만성 호흡기 증상과 고정된 기류제한을 보이는 일부 환자에서는 두 질환의 구별이 어려울 수도 있다.

ACOS

천식과 COPD의 감별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새로운 병태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천식-COPD 중복증후군, 즉 ACOS(AsthmaCOPD Ovelap Syndrome)다. 결핵 및 호흡기 학회는 이 중복병태를 “천식과 COPD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증후군을 지칭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천식의 특징인 알레르기 감작, 기도 과민성, 가역성 기류제한과 COPD의 특징인 흡연력, 폐기종, 지속적인 기류제한을 함께 갖는 증후군이다.

두 질환은 기도염증이라는 공통된 병태생 리를 갖고 있지만, 구분되는 특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ACOS를 진단해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천식 진단 환자에서 비가역적 기류제한, 즉 회복하기 힘든 폐기능 손상이 나타나는 경우다.

반대로 COPD 환자에서 가역적 기류장애가 관찰되는 경우도 증복증후군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천식알레르기학회는 “ACOS로 진단된 환자들은 보통 폐기능이 완전히 가역 적이지는 않으나 종종 가변적 기류제한을 보이며 증상이 없을 때에도 지속적인 기류제한을 보인다”고 중복증후군의 유병특성을 설명했다.

임상현장의 실체

임상현장에서는 이러한 병태의 환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천식알레르기학회는 천식환자의 약 15~20% 정도가 COPD의 특성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결핵 및 호흡기학 회는 COPD 환자 중 ACOS의 유병률을 약 15~55% 사이로 추정했다.

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특히 “중복증후군이 천식 위험인자(알레르기 비염, 소아기 천식 등)가 있는 흡연 고령자에서 관찰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ACOS 개념이 등장하기 전 까지는 이러한 특성의 환자들, 즉천식 환자에서 흡연과 고령으로 인한 돌이키기 힘든 폐기능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나 이로 인해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중증 또는 난치성 천식으로 진단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은 환자들을 단순히 중증 천식으로 진단할 것이 아니라, 중복 증후군의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폐기능검사를 통해 비가역적 폐기능 손상이 관찰되면 ACOS로 진단해 좀 더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치료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복증후군의 심각성

ACOS와 관련해 여러 학자들은 그 심각성 에 주목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흡연하는 고령 천식환자에서 ACOS 발병 률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유병률이 급증할 것이라는 점, ACOS 환자의 예후(악화 위험, 사망률, 입원률)가 천식과 COPD 단독에 비해 열악하다는 점, 이로 인해 입원이나 집중 치료 사례가 많아 비용부담도 함께 늘 것이 라는 점 등이 폐해로 지적되고 있다.

천식알레르기학회는 2018년 진료지침 개정본에서 “ACOS는 천식과 COPD의 특징을 공유하는 질환으로, 천식과 관련된 특징과 COPD 관련 특징을 동시에 보이면서 지속적인 기류제한을 보인다”고 정의하며 예후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천식과 COPD의 특징을 모두 보이는 환자 들이 각각의 질환을 하나만 갖고 있는 경우와 비교해 급성 악화가 빈번하고 삶의 질이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보다 급격한 폐기능 저하와 높은 사망률로 인해 더많은 의료자원이 소모되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치료전략

중증 천식이냐, 아니면 ACOS로 진단하느 냐에 따라 치료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 비가 역적 기류제한이 원인으로 증상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천식 환자를 중증 천식으로 진단하면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 +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를 비롯해 천식 중심의 약물치료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폐기능검사 등을 통해 비가 역적 폐기능손상이 명확히 확인되면 천식과 COPD 증상을 동반한 ACOS로 진단할 수 있고, 이들 환자에서 폐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강력한 COPD 약제를 추가해 치료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ACOS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 가 없는 실정으로 효과적인 약물치료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일반적으로 ACOS 환자는 흡입 코르티코스테로이드 (ICS) 투여를 고려하고 증상조절, 혜기능 및가래 호산구 유무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일반 치료지침을 설명했다. 다만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중증의 ACOS 환자에게는 “ICS + 지속성 베타-2작용제(LABA) + 지속성 항콜린제(LAMA)의 3제요법을 고려할수 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중증 천식환자를 불필요하게 ACOS로 진단해 약제수를 늘리고 비용부담을 초래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반면 ACOS 환자의 열악한 예후를 고려할 때진단 초기부터 강력한 3제요법을 통해 폐기 능을 개선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물론 궁극적인 비용효과 면에서 이득이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많다.

2015년판 천식알레르기학회 진료지침에 서는 천식이나 ACOS를 시사하는 소견이 있을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천식에 준해 치료하 도록 주문하고 있다. 때문에 치료약물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저농도에서 중등도의 ICS 를 포함해야 한다. 또한 LABA를 사용 중이 라면 지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추가하도록 권 고했다. ICS 없이 LABA의 단독사용은 금했 으며, ICS + LABA + LAMA의 3제요법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다.

결핵 및 호흡기학회도 ICS 치료와 관련해 “천식환자에서 ICS가 이환율 및 사망률 감소에 가장 중요한 약제이기 때문에, 천식이나 ACOS의 가능성이 높고 COPD의 가능성이 불확실할 경우 천식 진료지침에 따라 ICS ±LABA의 사용을 권장한다”면서도 LABA의 단독사용은 피하도록 했다.

환자의뢰

특히 학회는 “천식이나 COPD의 경우 초기 단계에서 1차 의료기관의 치료가 가능하지 만, 적절한 시점에는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위해 상급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뢰가 필요한 환자군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고 급성 악화가 반복되는 경우를 우선 대상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진단이 모호하거나 비전형적인 증상(객혈, 체중감소, 야간발한, 열 등)을 보이는 천식 혹은 COPD 의심 환자들도 상급 의료기관에 의뢰할 것을 주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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