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집중요법

JAMA Cardiology에 발표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에서 스타틴 강도와 사망률 연관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용량 스타틴 치료로 갈수록 사망률 감소의 폭은 더 커진다. 미국 스탠포드의대 Fatima Rodriguez 교수팀은 실제 임상현장의 환자 데이터에 기반해 스타틴 집중치료의 임상혜택을 보기 위해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 2013년 지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지질치료에 의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받은 약물은 스타틴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핵심요지다. 스타틴만이 갖는 고유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 또는 심혈관보호효과를 예로 들어, ASCVD 예방을 위한 지질치료 전략으로 스타틴만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의 권고와 관련해 임상현장에서는 고용량 스타틴 치료에 대한 부담감이 존재한다. 고용량에 따른 부작용 위험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Rodriguez 연구팀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리얼월드에서 스타틴 치료강도에 따라 사망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등을 진단받은 ASCVD 환자가 포함됐다. 스타틴 치료강도는 ACC·AHA 가이드라인 기준에 따라 고·중·저강도로 나눴다. 1차 종료점은 고강도 스타틴 전략에 따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평가했다.

한편 고강도 스타틴은 ‘1일 용량으로 LDL 콜레스테롤 평균 50% 이상 감소’, 중강도는 ‘30~49% 감소’, 저강도 스타틴은 ‘30% 미만 감소’가 가능한 경우로 정의했다. 환자들이 받았던 스타틴 치료강도를 살펴보면 고강도 전략군은 약 15만명(29.6%), 중강도 전략군은 23만명(45.6%), 저강도 전략군 3만명(6.7%),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9만명(18.2%)으로 중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은 환자가 가장 많았다.

관찰결과, 1년간 사망률은 치료강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강도 전략군의 사망률은 4.0%, 중강도 전략군은 4.8%, 저강도는 5.7%였다.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6.6%의 사망률을 나타냈다(P＜0.001). 고강도 또는 중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은 환자만 비교했을 때는 고강도 전략군의 사망위험이 중강도 대비 9%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91, 95% CI 0.88-0.93).

고강도 스타틴 전략그룹에서 스타틴 복용량에 따른 사망위험은 고용량 환자가 그 다음으로 많은 용량을 복용한 환자보다 10% 낮았다(0.90, 0.87-0.94). Rodriguez 교수는 논문을 통해 “리얼월드에서 분석한 결과 스타틴 치료강도와 사망률의 상관관계가 있었고, 고강도 스타틴 전략이 중강도와 비교해 차이는 적지만 사망위험이 낮았다”며 “고강도 스타틴 치료 시 아토르바스타틴 80mg 등 최대용량을 사용해도 생존이익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PROVE IT·TNT

학계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고용량·고강도 스타틴 집중요법의 본격적인 임상적용에 시금석이 된 연구로 PROVE IT-TIMI 22(NEJM 2004)와 TNT(NEJM 2005)를 꼽는다. 모두 아토르바스타틴 80mg 요법을 평가했다. 이들 연구에서 아토르바스타틴 80mg의 고강도 요법은 중강도 전략과 비교해 LDL 콜레스테롤 조절력의 간극을 더 벌리며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유의하게 줄였다.

이 연구들을 기점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 조절의 타당성이 제기됐다. 더불어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가 아직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의 비중이 그 만큼 커졌다.

PROVE IT-TIMI 22 연구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입원환 환자 4162명을 대상으로 표준용량 대 고용량 스타틴 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평가했다. 환자들은 프라바스타틴 40mg 또는 아토르바스타틴 80mg 그룹으로 나뉘어 치료받았으며,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모든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재입원을 요하는 불안정형 협심증, 혈관재형성술, 뇌졸중)에 있어 아토르바스타틴 80mg 대비 프라바스타틴 40mg이 비열등한지를 검증했다.

24개월 관찰결과, 아토르바스타틴 대 프라바스타틴군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62mg/dL 대 95mg/dL로 고용량 스타틴 치료군의 지질강하 효과가 뛰어났다(P＜0.001). 1차 종료점 복합빈도 역시 아토르바스타틴 80mg군의 상대위험도가 16% 감소하면서 우수한 혜택을 나타냈다(22.4% 대 26.3%, P=0.005).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연구팀은 “LDL 콜레스테롤을 (연구 당시의)목표치보다 낮게 조절하는 전략을 ACS 초기에 지속적으로 적용해 임상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사됐다”고 밝혔다.

연이어 TNT 연구가 발표됐는데, LDL 콜레스테롤 130mg/dL 미만인 관상동맥질환(CHD)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80mg과 10mg 요법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했다. 1차 종료점은 복합 심혈관사건(관상동맥질환 사망, 심근경색증, 심장발작 후 소생, 뇌졸중)이 처음 발생한 빈도를 평가했다.

4.9년의 관찰결과, 80mg과 10mg군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77mg/dL 대 101mg/dL로 차이를 보였다. 1차 종료점 빈도는 8.7% 대 10.9%로 고용량군의 상대위험도가 22%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8, P＜0.001). 연구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고용량 스타틴의 임상혜택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국내환자 스타틴 고용량 맞춤치료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는 아니지만 국내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고강도 스타틴 집중요법의 혜택을 검증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고강도 스타틴 맞춤치료를 통해 지질조절 목표치 달성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시사된 것으로, AT-GOAL과 AMADEUS 연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의대 김효수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울산의대 이철환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등 국내 임상 의학자들이 주도하고 20여개 의료기관에서 진행된 AT-GOAL 연구는 기저시점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아토르바스타틴 초회용량을 10·20·40mg씩 다르게 투여해 8주간 관찰했다. 결과는 4주시점에서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들의 비율이 81.9%, 8주시점에는 86%로 나타났다.

즉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아토르바스타틴 40mg을 초회치료로 적용한 결과, 전반적인 지질조절 목표치 도달률의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메세지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환자에게 현장의 치료관행과 달리, 치료시작부터 스타틴 고용량을 투여하는 맞춤형·공격적 전략을 적용해 봤더니 전반적으로 부작용 증가 없이 진일보된 지질강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서 고강도 치료혜택

한국인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초회용량을 차별화해 적용한 또 다른 임상연구에서는 맞춤치료를 통해 지질 목표치 달성률을 90% 이상 끌어 올릴 수 있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4상 임상연구에서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의 지질을 월등히 개선한 것이다.

AMADEUS 연구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 18곳에서 모집된 44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초회용량(10mg, 20mg, 40mg)을 달리해 투여하는 환자별 맞춤치료를 실시한 결과 8주차에서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100mg/dL 미만 목표치에 도달했다. 또한 모든 환자군에서 총콜레스테롤(TC) 및 중성지방(TG) 수치, HDL 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총콜레스테롤(non-HDL-C) 수치, TC/HDL 비율 등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관상동맥 심질환을 유발하는 sd-LDL(small-dense LDL) 수치가 유의하게 줄었다.

AMADEUS 연구에 참여한 가톨릭의대 김성래 교수(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들의 콜레스테롤 관리 가이드라인이 엄격해지고 있다”며 “당뇨병 환자의 상태에 따라 고지혈증 치료제 복용량을 달리하는 맞춤식 치료로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최성희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역시 “당뇨병 환자에서 아토르바스타틴의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효과는 이미 글로벌 임상을 통해 입증됐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인 당뇨병 환자들에게도 아토르바스타틴의 효과를 입증한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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