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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관리도 좋지만 예방에 주력해야”- 고혈압 조기·집중치료, 치매예방에 도움...자율신경기능 떨어진 고령자는 혈압조절 신중히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8.11.01 14:23
  • 호수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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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고혈압학회는 새 진료지침을 통해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치료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심장학계가 고혈압과 치매 위험증가의 연관성을 공식 인정하며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뇌신경학계를 이끌고 있는 서울의대 김상윤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는 “고혈압 치료를 통해 치매위험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명확히 확립돼 있다”며 치매 관련 권고안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환영했다.

그는 “국가의 보건역량이 치매 고령인구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집중되고 있으나 치매 환자의 발생을 줄이지 않고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치매의 예방, 즉 치매 환자를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과 함께 치매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는 뇌혈관질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관련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 또한 치매예방의 전략적 선택 중 하나로 제시했다. 김 교수로부터 혈관성치매의 병리생태 기전과 예방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혈관성인지장애·혈관성치매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나?

치매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증상발현이 대표적이지만, 뇌혈관 손상에 따른 혈관질환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먼저 혈관성인지장애는 보다 큰 범위로 ‘중증에서 경증에 이르기까지 혈관성 요인과 관련된 인지기능장애 전반’을 일컫는다.

혈관성치매는 혈관성인지장애 중 가장 중증의 형태로, ‘혈관손상 또는 장애가 원인으로 작용해 치매가 유발된 경우’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혈관성치매는 여러 병태생리 기전에 따라 다양한 아형(subtype)이 배후에 자리하기 때문에 단일질환 하나로 묶어 설명하기 힘들다.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중 고혈압이 혈관성치매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혈관성치매에는 출혈·유전과 더불어 고혈압과 같은 혈관질환 위험인자 등 다양한 원인 및 병태생리 기전이 작용한다. 이 가운데 고혈압이 혈관성치매의 위험인자라는 것은 명확히 확립돼 있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에 오래 노출될 경우, 뇌혈관의 구조·기능적 손상에 따른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해 뇌혈관질환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뇌기능이 영향을 받으면 혈관성치매로 이어진다.

고혈압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기전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나?

명확히 입증돼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만 세부적으로 3가지 루트를 가정해 볼 수는 있다. 먼저 △고혈압에서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을 거쳐 치매로 이어지는 경로가 있다. 혈관성치매의 가장 전형적인 타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 이후 뇌졸중과 같은 병력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외견상으로는 고혈압에서 뇌졸중 병력 없이 바로 치매가 발현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환자들의 MRI를 찍어보면 뇌졸중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소동맥질환과 같이 작은 혈관 부위가 막혔다 뚫렸다를 반복하면서 무증상 뇌졸중 상태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뇌혈관 손상이 축적돼 왔고 이로 인해 치매가 발생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피질하혈관성치매(subcortical vascular dementia)라 부르기도 하는데, 고혈압이 작은 소동맥에 영향을 미쳐 뇌로 가는 영양이나 혈액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이로 인해 백질(white matter)에 허혈손상 등 변성이 유발되면 인지기능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 즉 △고혈압에서 무증상 뇌졸중에 의한 뇌혈관 손상을 거쳐 혈관성치매가 나타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고혈압 자체가 뇌혈관 손상과 무관하게 알츠하아머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이 루트를 통해 치매가 발생하기도 한다.

고혈압과 치매 위험증가의 연관성이 명확하다면, 고혈압 치료를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인가?

미국의 ‘Freamingham Heart Study’에서와 같은 대규모 코호트를 들여다 보면, 고혈압을 치료한 경우 비치료군 대비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뿐만 아니라 뇌졸중 등의 뇌혈관질환 상대위험도까지 유의하게 낮추는 것을 볼 수 있다. 뇌혈관 손상과 인지기능장애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고혈압 치료로 충분히 치매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진료지침을 통해 고혈압 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의 예방을 위해 고혈압 치료를 고려하도록 권고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국제알츠하이머병학술대회(AAIC 2018)에서 일부 결과가 공개된 SPRINT MIND 연구를 통해 치매예방을 위한 고혈압 치료의 권고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연구에서는 75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집중조절할 경우, 인지기능장애 위험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중년 연령대에서부터 조기에 집중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치매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년층에서부터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이후 고령대에서 퇴행성 뇌질환이나 치매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치매예방 위한 고혈압의 조기·집중치료를 환자 전반에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지?

SPRINT MIND 연구는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혈압을 집중적으로 낮추면 인지기능의 저하까지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가 75세 이상 고령인구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집중 혈압조절에 동의한다. 다만 이는 건강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의 이야기다.

알츠하이머병·퇴행성 뇌질환이나 당뇨병 등을 겪고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기능이 떨어져 일중 혈압의 변동폭이 매우 크다. 이렇게 합병증 등으로 인해 쇠약한(frail) 노인 환자의 혈압을 급격히 공격적으로 낮추면, 기립성 저혈압 등에 의한 사고의 위험이 돌발변수로 등장한다. 고혈압 환자의 집중치료가 남은 여명의 치매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확하지만, 자율신경기능이 떨어지는 쇠약한 노인 환자들은 임상특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유동적인 혈압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항고혈압제 계열에 따른 치매예방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임상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할 사안이다. 아직까지는 어떤 계열의 약을 썼더니 치매위험이 더 줄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입증하고 확인한 연구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치매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연구가 어렵다. 다만 약제특성, 즉 혈압강하력 외에 혈관내피세포·염증·표적장기손상 등에 미치는 긍정적인 혜택을 고려하면 칼슘길항제(CCB)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등의 RAAS 억제제가 혈관손상에 따른 인지기능장애를 사전에 막는데 더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냐는 추론은 가능하겠다.

치매, 근본적인 해법은?

국가의 역량이 치매를 앓는 노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데 집중되도록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치매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사회적 비용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계속 늘어갈 것이다. 결국 치매 환자의 발생을 줄이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치매 환자의 발생을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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