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콩팥병(CKD)뿐만 아니라 급성 사구체신염 등 급성 콩팥병에서도 고혈압이 가끔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대개 나트륨 저류에 기인한다. 그러나 급성 콩팥병 진료의 기회는 흔하지 않으므로 본 기고문에서는 만성 콩팥병의 혈압치료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국내 만성 콩팥병 질환부담

‘콩팥이 더 나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장내과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이다. 이 질문에 대해 항상 ‘혈압을 잘 조절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고 답한다. 콩팥은 몸 안의 염분과 수분량을 조절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대략 80~85% 정도의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고혈압이 동반된다. 고혈압은 나트륨 저류로 인한 체액량 증가, 레닌-안지오텐신계 또는 교감신경계의 활성화가 주된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이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인한 세포내 칼슘 농도 증가, 조혈호르몬 투여 등도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혈압은 국내 투석 환자의 두 번째 흔한 원인이 될 정도로 콩팥이 나빠지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혈압치료는 늘 최우선 치료전략이 된다.

우리나라 만성 콩팥병은 성인 9명당 1명 수준으로, 전 국민 중 460여만명이 만성 콩팥병인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추정환자 중 4.4%인 약 20여만명만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다수의 환자들이 만성 콩팥병임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만성 콩팥병은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콩팥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는데, 질병이 전혀 없는 정상인에 비해 사망위험이 7.2배 높고, 삶의 질은 75% 수준으로 저하되며,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해 투석치료나 콩팥이식을 받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1인당 진료비는 타질병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높은 국내 1위로 암환자에 비해 2.3배 많이 지출되고 있고, 투석환자의 사망위험도 암환자 평균보다 역시 2.3배 높아진다. 투석으로 인해 삶의 질은 건강인 대비 50% 수준으로 저하되며, 사회경제적인 부담도 심각한 수준이다.

만성 콩팥병 혈압조절 기준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 목표혈압 이하로 혈압을 잘 조절하는 것은 콩팥 악화 지연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소변에서 단백뇨가 많이 나오는 경우(1일 단백뇨 500~1000mg 이상)에는 혈압을 보다 철저하게 조절함으로써 단백뇨량도 줄이고 콩팥기능도 보호할 수 있다.

만성 콩팥병에서는 과연 어느 정도가 가장 적절한 혈압 수준일까? 다양한 진료지침마다 권하는 목표혈압에 다소 차이가 있다(표 1). 2012년 KDIGO 진료지침 이전에는 거의 정상혈압에 근접할 정도로 철저히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됐다. 그러나 이런 권고의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에 따라 KDIGO 진료지침 이후에는 목표혈압이 다소 상향 조정됐다. 현재로서는 임상현장에서 2012년 KDIGO 진료지침의 권고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지침에 따르면 단백뇨가 적은 (1일 뇨알부민 배설량 300mg 또는 ACR 300mg/g 미만인) 만성 콩팥병 환자라면 혈압이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되면 적당하다. 그러나 단백뇨가 이를 초과하는 환자에서는 혈압이 130/80mmHg미만이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추천된다.

만성 콩팥병 환자 혈압관리 전략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서도 우선 철저한 나트륨 섭취 제한이 필요하다. 저염식이는 혈압조절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만성 콩팥병에서 흔히 관찰되는 부종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서는 체액량이 증가돼 있는 상태인데, 체액량이 증가돼 있더라도 육안적인 부종이 없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붓지 않았더라도 저염식이의 중요성을 꼭 강조해야 한다. 항고혈압제 중에서는 안지오텐신II의 효과를 억제하는 약제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가 우선 고려된다. 최근까지 두 약제 사이에 특별한 우선 선택 권고는 없었으나, 2017년 미국 권고안에서는 특이하게도 ACEI 사용이 우선 추천됐고 이 약제에 적응을 잘 못 하는 경우 ARB를 사용하도록 차등 권고했다.

생활요법과 1차약제만으로 혈압조절 정도가 불충분할 경우, 이뇨제, 칼슘채널차단제, 미네랄로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차단제 등과 병합치료를 고려한다. 만성 콩팥병은 저항성 고혈압의 흔한 원인이며, 적절한 혈압조절을 위해 평균적으로 2~3개 정도의 약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부종이 있는 경우와 eGFR이 25mL/min 이하의 진행된 만성 콩팥병인 경우에는 이뇨제 중에서도 루프 이뇨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서는 야간혈압이 저하되지 않는 소위 ‘Non-dipper’가 흔하기 때문에, 항고혈압약제 중 한 개 정도를 저녁때 복용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복약 순응도를 항상 체크해야 하며, 처방된 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수준으로 치료되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임을 잊지 말자.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는 고혈압 동반 비율이 매우 높고 고혈압 치료는 콩팥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전략이므로, 철저한 혈압관리를 위해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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