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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고혈압의 역학: 유병·인지·치료·조절률과 항고혈압제 치료현황김현창 연세의대 교수 l 예방의학교실(심장내과 겸무교수)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부담연구에 따르면 고혈압은 전세계 사망 위험요인 1위다. 질병 분류 상으로 따지면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이 사망원인 1와 2위인 질환이지만, 고혈압은 심장 및 뇌혈관질환 모두의 원인질환이기 때문에 실제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고혈압인 것이다. 따라서 고혈압 발생을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고혈압은 잘 조절해 심뇌혈관질환이나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고혈압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정부, 학계, 의료계의 다각적 노력으로 고혈압 관리수준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성인인구의 4분의 1이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고혈압 환자 중에 혈압조절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수준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고혈압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질병관리본부의 도움을 받아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고혈압 팩트시트를 발간했다.

고혈압 유병자와 치료자 수 꾸준히 증가

2016년 기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인구의 평균 혈압은 수축기 118mmHg, 이완기 77mmHg로 최근 1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는 인구(고혈압 유병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1100만명 이상이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2016년에 병·의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사람은 890만명이고,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은 820만명이다. 하지만 연중 꾸준히 고혈압 치료제를 처방받고 있는 지속 치료자는 570만명 정도다. 고혈압 환자 중 210만명 정도가 진단을 받지 않고 있으며, 530만명은 약물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혈압 관리 수준은 많이 향상되었으나 개선의 여지 남아

한 나라의 고혈압 관리수준은 고혈압 환자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이 고혈압인지 알고 있는지(인지율),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지(치료율), 치료해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지(조절률) 등의 지표로 가늠할 수 있다. 1990대까지 우리나라의 고혈압 관리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았으나,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향상돼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아직 개선의 여지는 많이 남아 있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혈압 인지율은 65%, 치료율은 61%지만 조절률은 44%에 머물렀다. 고혈압 관리의 모범 국가인 캐나다는 2007~2013년 조사에서 이미 고혈압 인지률이 84%, 치료율이 80%, 조절률이 68%에 달했다.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수준을 성별, 연령별로 구분하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젊은 사람보다 고령 고혈압 환자가 관리를 더 잘하고 있다. 고혈압 유병률이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지기는 하지만, 청장년층에서도 고혈압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30~50대 고혈압 환자들은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모두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노년기 고혈압 환자는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높기는 하지만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인해서 노인 고혈압 환자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고령 고혈압 환자는 대부분 다른 만성질환을 같이 앓고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즉, 아직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젊은 고혈압 환자를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고령의 고혈압 환자의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자 중 60%가 2가지 계열 이상의 항고혈압제 복용

고혈압 치료제의 처방패턴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02년에는 고혈압 치료자 중 57%가 한 가지 계열(class)의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지만, 2016년에는 40%만 한 가지 항고혈압제를 사용했고, 42%가 두 가지, 18%는 세 가지 계열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고혈압 치료지침들이 더 적극적인 혈압조절과 병합요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여서, 앞으로도 복합요법의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요법 치료자 중에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와 칼슘차단제가 각각 43%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고혈압제였으며, 베타차단제(7%), 이뇨제(4%),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2%) 등은 빈도가 높지 않았다.

2계열 복합요법 중에서는 ARB + 칼슘차단제 병합요법(54%)과 ARB + 이뇨제 병합요법(27%)의 빈도가 높았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ARB의 사용빈도가 높고 ACE 억제제의 사용빈도는 낮은 것도 특징이다.

비약물적 치료수준은 여전히 낮아

고혈압의 약물치료 못지 않게 비약물적 치료(생활습관개선)도 중요하다. 생활습관개선으로 고혈압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으며, 고혈압 환자도 비약물적 치료를 같이 하면 약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혈압조절 성공률도 더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비약물적 치료는 활발하지 않다. 고혈압 예방과 치료에 소금(나트륨) 섭취 감소가 중요한데,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2016년 기준 3890mg으로 WHO 권고량(하루 2000㎎ 미만, 소금으로는 5g 미만)의 두 배에 가깝다. 고혈압 전단계에 있거나 고혈압을 진단받은 사람들도 나트륨 섭취를 별로 줄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고혈압 관리수준이 크게 향상됐고, 그 결과 심뇌혈관질환 사망률도 많이 감소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니므로 고혈압 관리의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찾고 고혈압 관리의 장애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혈압 예방수준을 높여서 전 인구의 평균 혈압을 낮추고 고혈압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모든 사람에게 같은 예방 관리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예방과 치료 모두에서 대상자 특성 별로 특화된 다양한 맞춤전략을 도입해 고혈압 예방과 관리효과를 높이는 정밀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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