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혈압 학계의 가장 큰 화두는 혈압의 진단 및 조절 기준이다. SPRINT 연구에서 수축기혈압을 120mmHg 미만으로 엄격하게 조절한 치료 전략이 심혈관 혜택으로 이어졌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혈압 조절 기조의 무게가 ‘lower is better’에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SPRINT 연구 이후 발표된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확인된다. 진단기준의 경우 대한고혈압학회와 유럽심장학회·고혈압학회(ESC·ESH)는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미국심장학회·심장협회(ACC·AHA)는 2017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140/90mmHg에서 130/80mmHg으로 낮췄다. 

목표혈압도 고위험군, 노인 환자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한국, 미국, 유럽 모두 전반적으로 130/80mmHg 전후로 혈압기준을 하향조정했다. 즉 진단기준의 강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lower is better’의 흐름에 따라 치료기준을 낮추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lower is better’ 의 기조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고혈압 임상현장에서 적용되는 적극적인 혈압 조절전략의 청사진을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에게 물었다.

Q. 학계 및 임상현장에서 적극적인 혈압조절 전략이 부각된 배경은 무엇인가?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심혈관 혜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들이 힘을 받았기 때문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수축기혈압을 기존 가이드라인 수치보다 더 낮게 적극적으로 강하시킨 전략을 메타분석한 연구(Lancet 2016)에서는 주요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은 14%, 심근경색증 위험은 13%, 뇌졸중 위험은 22% 감소시켰고, 알부민뇨, 망막병증 발생 위험도 각각 10%, 14%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SPRINT 연구(NEJM. 2016)는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으로 일관된 결과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수축기혈압을 120mmHg대로 조절한 환자군을 130mmHg대로 조절한 환자군과 비교한 결과 심근경색증,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 심부전, 심혈관 사망 등의 발생 위험이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Q.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ACC·AHA 가이드라인과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데…

ACC‧AHA 가이드라인에서는 역학연구를 근거로 고혈압 진단기준 및 정의를 130/80mmHg 미만으로 제시했지만, 대한고혈압학회는 이를 수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임상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표한 바 있다. 이에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고혈압 진단기준은 140/90mmHg로 유지했다.

단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고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당뇨병 + 심혈관질환, 알부민뇨가 있는 만성신장질환 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130/80mmHg로 기준을 제시했고, 노인 고혈압 환자 기준도 기존 수축기혈압 140~150mmHg에서 140/90mmHg 미만으로 조정했다.

Q. 혈압 강하 전략의 강도는 어떻게 높이는가?

단일제의 용량 증가보다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이상반응을 줄이고, 혈압 강하 효과를 향상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내용이다. 병용 요법의 현 주소는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18에서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미 국내 고혈압 환자의 42.1%가 2제 병용 요법을 시행중에 있고, 3제 이상 병용 요법중인 환자도 17.7%에 달한다.

10명 중 6명은 이미 다제 병용요법 중이라는 것인데, 이런 통계는 다른 계열 약제 병용 요법의 방향성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Q. 임상현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2제 병용요법은 무엇인가?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18의 통계가 이에 대한 답변이 될 것으로 본다. Fact Sheet에서는 칼슘길항제(CCB)와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병용요법 처방률이 53.9%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로 많이 처방된 ARB + 이뇨제의 처방률 27.1%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은 임상현장에서 CCB + ARB 병용요법의 선호도를 보여준다. ACCOMPLISH 연구에서 RAS차단제 + CCB 병용요법이 RAS차단제 + 이뇨제 병용요법보다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20% 더 낮춰준다는 결과를 보였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ACCOMPLISH 연구 결과 2008년에 발표되었는데 무작위 연구 결과로 중요성이 더 크지만 같은 결론을 보인 후속 연구가 없어서 근거 수준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2008년 이후 RAS차단제 + 이뇨제 병용요법이 거의 답보상태에 있는 점을 우연한 것으로 볼 수 만은 없을 것 같다.

CCB에서는 암로디핀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ARB는 다양한 약제가 사용 가능하다. 그 중 로사르탄은 국내외 적응증으로 고혈압은 물론 심부전, 당뇨병성 신장병증, 뇌졸중 예방에 대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어 고위험군에게 처방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여지가 높은 약물로 보고 있다. 특히, 로사르탄은 ARB 가운데 유일하게 요산(uric acid)을 낮춰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요산은 여러 연구들에서 고혈압의 악화, 당뇨병의 발생, 사망위험 증가 등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로사르탄이 더 유용한 조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Q. 3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3제 병용요법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SPRINT 연구에서 적극적인 혈압 조절군의 평균 약물투여 개수는 3개였다. 즉 임상현장에서 3제 병용요법이 빈번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의 2011년 가이드라인에서는 ARB나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 CCB 단독요법 이후 ARB(또는 ACE억제제) + CCB를 권고했고, 이후의 3제 요법에서는 이뇨제 추가를 권고하고 있다. ESC‧ESH 가이드라인에서는 초기부터 2제 병용요법 복합제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2차 치료전략으로는 CCB + ARB + 이뇨제의 3제 병용요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복합제의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Q. 이뇨제 선택에서 고려해야할 점은 무엇인가?

티아지드계 이뇨제와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로 크게 구분되는 상황에서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인 클로르탈리돈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NICE 가이드라인에서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인 클로르탈리돈과 인다파미드를 권고했고, ACC‧AHA 가이드라인에서는 클로르탈리돈을 우선 권고했다. 특히 ACC‧AHA 가이드라인에서는 클로르탈리돈이 반감기가 길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킨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감기가 길다는 점이 핵심인데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와 클로르탈리돈을 비교한 결과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의 반감기는 9~10시간인데 비해 클로르탈리돈은 50~60시간 으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수축기혈압 강하폭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는 14mmHg, 클로르탈리돈은 24mmHg로 크고(P＜0.05) 야간 혈압도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가 6.4mmHg 떨어뜨린데 비해 클로르탈리돈은 13.5mmHg 강하시킨 것으로 보고됐다(P=0.009). 궁극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 비교에서도 클로르탈리돈이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보다 21% 더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P＜0.0001).

Q. 3제 병용요법 전략에서 복합제의 임상적 역할은 어떻게 풀이할 수 있나?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2제, 3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때 복합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고정용량 복합제가 강압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면서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복약순응도는 관상동맥질환 위험과 뇌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약물 개수가 늘어날수록 복약순응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결국, 고혈압 환자에서 다제 병용 요법이 필요하다면 복합제를 사용한 치료 전략을 유용한 전략으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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