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는 진보적으로

새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대한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진단에는 전통적인 기준을 고수했지만, 치료에 있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전반적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의 목표혈압을 기존보다 엄격하게 내려 잡았다. 학회 측은 이와 관련해 단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하면서도 환자에 따라 더 낮은 수위까지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통상 140/90mmHg 미만조절 권고는 수축기혈압을 130~139mmHg 범위에서 혈압을 유지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이번 진료지침에서는 심뇌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반영해 140/9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더라도 130/80mmHg까지 혈압을 최대한 낮추도록 권고했다”며 보다 낮은 구체적인 강압수치를 적시했다.

혈압 목표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의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권장했다. 단순 고혈압 환자에게 140/90mmHg 미만조절을 권고하면서도 당뇨병 환자에게 140/85mmHg(심혈관질환 없음) 또는 130/80mmHg(심혈관질환 있음) 미만조절을 권고했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과 심혈관질환 병력자에게는 130/80mmHg 미만을, 알부민뇨가 동반된 만성 신장질환 환자도 13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했다.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기존 140~150mmHg로 조절하도록 했던 것을 140/90mmHg 미만으로 권고한 것 또한 보다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초기에 빨리, 적극적으로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기조를 반영한 결과, 항고혈압제 치료시작 시점 또한 일부 앞당겨졌다. 이번 지침 역시 환자의 혈압수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기준으로 치료시작과 전략선택을 결정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학회는 먼저 심혈관질환 저위험군이면서 고혈압 1기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 생활요법 후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권고했다. 중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이면서 1기에 해당하면 생활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작하도록 했다.

10년간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이 10% 미만일 경우 저위험군, 10~15%는 중위험군, 15%를 초과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는데 고혈압 1기, 심지어 전단계에서도 약물치료의 적용이 가능하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우선 “일반적으로 고혈압전단계에서 약물치료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기반해 치료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고혈압전단계에서도 항고혈압제 치료의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고혈압전단계이면서 위험인자 3개 이상, 당뇨병, 무증상장기손상 등에 해당하면 생활요법과 함께 설정된 목표혈압에 따라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고혈압전단계인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지침에서는 심혈관질환 중위험군인 고혈압 1기 환자도 생활요법과 동시에 항고혈압제 치료의 시작이 가능하도록 변화를 줬다. 2013년 지침에서는 이들 환자에게 생활습관 교정 또는 약물요법을 권고했지만, 적극적인 혈압조절을 위해 항고혈압제 치료를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진료지침 발표 당시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제정위원회 간사였던 한양의대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이와 관련해 “혈압을 140/90mmHg 미만으로 낮추면 치료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더욱 공고해지면서 심혈관질환 약물치료를 앞당겨 시작하도록 했다”며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노인 고혈압 환자의 치료시작 시기를 수축기혈압 160mmHg에서 140mmHg(노쇠한 노인은 160mmHg)로 낮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고혈압전단계

고혈압 초기 또는 전단계에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항고혈압제 치료를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이들 단계에서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상승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115/75mmHg부터 시작해 혈압이 20/10mmHg씩 오를때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에 따른 사망위험이 두 배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고된 국내 의료진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기준으로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 성균관의대 이문규·동아의대 서성환 교수팀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KHGS)에서 수축기혈압 130mmHg 이상부터 심혈관질환 위험이 정상혈압 대비 7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질환 위험은 81%, 모든 원인의 사망은 82%까지 증가했다. 특히 정상수치를 조금 넘어선 120~129mmHg인 경우에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50.6%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항고혈압제 치료

항고혈압제 치료대상에게 적용할 수 있는 1차치료제는 이전과 같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BB) △칼슘차단제(CCB) △이뇨제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추천되는 모든 약제가 위약 대비 심뇌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반질환에 따른 추천 항고혈압제 분류에 따르면, ACEI와 ARB가 심부전·좌심실비대·관상동맥질환·당뇨병성 콩팥병·뇌졸중·노인 수축기단독고혈압·심근경색증 후·심방세동 예방·당뇨병 등 전반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 이름을 올렸다.

CCB는 좌심실비대·관상동맥질환·뇌졸중·노인 수축기단독고혈압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언급됐다. 이뇨제 역시 1차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됐는데, “1차약물로 티아지드계 이뇨제를 사용할 수 있고, 그 중에서도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를 선호해 고려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당뇨병 환자의 항고혈압제 선택도 주목된다. 학회는 진료지침에서 “당뇨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서 모든 고혈압약을 1차약제로 권고한다”면서도 “미세단백뇨나 단백뇨를 동반한 경우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를 권고한다”며 세부전략을 제시했다.

외국 가이드라인

외국의 가이드라인과 차이도 관찰되는데, 미국심장학회(ACC)·심장협회(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1차치료제로서 베타차단제가 제외된 것과 달리 우리나라 지침에는 베타차단제를 포함한 5개 계열 항고혈압제가 모두 권고됐다. 유럽 가이드라인의 경우, 약물치료의 시작을 2제 복합제로 권고한 것이 특징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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