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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제약물요법’ 시대 소임 다해야!
만성질환 동시다발에 2·3·4제 병용 늘수밖에

다양한 병태생리에 단독루트 공략은 한계

 SPC(단일제형복합제) 전략 등으로 기회 살려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19.10.08 15:53
  • 호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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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약물전략이 단독에서 병용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다제약물 병용요법이 만성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 병용전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러 성분의 약제를 하나의 정제에 혼합한 고정용량 복합제(fixed dose combination) 또는 단일제형 복합제(single pill combination)로 진화하고 있다. 슈퍼 드러그로 기대되는 폴리필(polypill) 전략의 임상적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2제에서 3제·4제 병용에 이르기까지 단일질환은 물론 여러 심혈관 위험인자들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다제약물요법, 특히 단일제형 복합제 전략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거대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만성질환 치료에 있어 약물의 갯수가 늘수록 약제 간 상호작용과 함께 부작용 위험증가 등이 돌발변수로 등장하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의학에서 다제약물요법이 거역할 수 없는 크나 큰 물줄기라면, 이에 따르는 위험과 희생을 최소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탄생시켜 새 시대의 소명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병용요법 시발점

약물 병용요법의 이론적 배경은 만성질환의 병태생리에서 찾을 수 있다. 개별 질환들이 워낙 다양한 병태생리 루트를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하나의 루트만을 단독으로 막거나 공략해서는 수성(守城)이나 공성(攻城)에 실패하기 쉽다.

여기에 만성질환들이 상호작용하며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특정 위험인자 하나만 잡아서는 합병증 이환을 막아내기가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사증후군이다. 고혈압·고혈당·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이 한 번에 동시다발되는 병태로, 해당 위험인자들을 개별이 아닌 집합체로 보고 종합관리해야 한다.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은 다제약물요법, 즉 약물치료 병합요법과 직결된다. 한국인의 심혈관 건강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은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남자 40mg/dL·여자 50mg/dL 이하이면서 혈압(130/85mmHg), 혈당(100mg/dL), 중성지방(150mg/dL)은 높고 복부비만(남자 90cm, 여자 85cm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 중 3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으면 진단할 수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1998년 24.9%에서 2001년 29.2%, 2005년 30.4%, 2007년 31.3%로 일관되게 증가했다. 10여년 사이 6.4%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인구(20세 이상) 3명당 1명이 대사증후군 환자다.

대사증후군의 병태생리를 고려한다면, 고혈당·고혈압·이상지질혈증·비만 등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다중약물요법은 필수적인 치료전략이다. 이에 발맞춰 등장한 치료개념이 바로 ‘global risk management’라 불리는 심혈관 위험인자 종합관리 패러다임이다. 기존의 개별 위험인자가 아닌 집합체의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 관점에서 치료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상지질혈증·고혈압·고혈당·비만 등 각각의 위험인자에서 더 나아가 이들의 집합체에서 기인하는 전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에 기반해 치료시작과 치료선택 등 제반 전략을 짜게 된다. 이 경우 고혈압 환자에서 지질이나 혈당을 측정해 위험인자 또는 여타 질환의 동반현상을 관찰하고, 총체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고려해 추가적인 치료가 적용될 수도 있다. 다른 개별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향후의 죽상동맥경화증 또는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에 미칠 위험성을 사전에 예측한 후, 정상 또는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단계에서부터 조기에 적극적인 위험인자 관리가 이뤄진다.

고혈압

약물치료 병합요법의 임상적용은 단일 위험인자를 공략할 때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분야에는 최근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SPRINT 연구가 불을 붙였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에서 기존의 수축기혈압 목표치 140mmHg보다 낮게 조절한 결과, 더 우수한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을 얻었다. 정상혈압에 해당하는 120mmHg 미만까지 낮춘 결과다. 메타분석에서는 수축기혈압을 10mmHg 낮출 때마다 심혈관사건과 사망 위험이 각각 20%와 13% 감소했다.

The More, The Lower

그런데 더 낮은 혈압조절(the lower)을 위해서는 더 많은 항고혈압제(the more)가 전제돼야 한다. 미국고혈압학회(ASH)는 “고혈압 환자의 70% 이상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는 혈압을 원하는 목표치까지 끌어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SPRINT 연구에서 120mmHg 미만을 목표로 한 집중 혈압조절군에게 사용된 평균 항고혈압제 수는 3개였다. 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명제 중 하나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단일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ASH의 보고에 따르면, 354개의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을 메타분석한 결과 단일성분 항고혈압제의 평균 강압효과는 9.1/5.5mmHg에 불과했다. 반면 상호보완 작용의 항고혈압제를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추가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심혈관 임상혜택까지

항고혈압제 치료에서 ‘하나보다 둘이 좋다’는 명제는 단순히 혈압조절의 양적인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질적인 측면, 즉 궁극적인 심혈관합병증 개선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최근까지 병태생리학적 측면에서 고혈압 발생의 다양한 경로(physiological pathways)들이 밝혀졌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루트를 공략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고혈압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밀려오는 적을 맞아 한 곳에만 전력을 집중시킬 경우, 수성(守城)에 성공하기 힘들다. 때문에 차별화된 기전을 통해 질환의 원인이 되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병용요법은 고혈압과 심혈관합병증 증가를 막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일련의 임상연구에서는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통해 혈압조절은 물론 궁극적인 심혈관합병증 위험까지 개선할 수 있음이 보고돼 왔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들에게 조기에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을 적용할 경우 탁월한 혈압조절 혜택으로 인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까지 끌어내릴 수 있었다. ADVANCE, ADVANCE-ON, ASCOT-BPLA, ASCOT-LLA 등이 대표적이다.

이상지질혈증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17.6%, 19.4%, 고중성지방혈증 17.5%, 저HDL콜레스테롤혈증 19.4%로 집계됐다. 먼저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이 과거보다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2년 사이 계속해서 한국인의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4년 사이에 증가폭이 35%에 이른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두 번째 특징은 고중성지방혈증과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 이상지질혈증의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특성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이 겹치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두고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이라고도 하는데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틴 + 비스타틴계 

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는 ‘the lower, the better’ 접근법이 거의 통설로 자리한다.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에서 LDL 콜레스테롤을 최대한 많이 끌어 내리는 것이 심혈관사건 감소혜택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틴이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치료제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다. 하지만 단독요법만 가지고, 더욱 강력해진 지질이상 병태를 치료해 심혈관질환 이환과 사망위험을 완전히 막아내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학계는 이를 두고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residual risk)라고 지칭한다.

스타틴이라는 불세출의 영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는 지질 목표치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 일선 진료의들은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 환자들이 스타틴 중심의 이루는 지질저하 약물치료를 받고 있지만, 상당수가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다고 말한다.

지원군이 필요하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이를 고려해 새 가이드라인에서 “중강도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병용전략이 중강도 스타틴 단독요법과 비교해 부가적인 심혈관 혜택을 제공한다”며 “최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을 경험한 환자 가운데 LDL 콜레스테롤이 50mg/dL 이상이거나 고강도 스타틴에 불내약성을 보이는 경우(병용요법을)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스타틴의 기전은 LDL콜레스테롤 조절이다. 높은 중성지방(TG)이나 낮은 HDL콜레스테롤의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나 한국인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은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이 높다. 때문에 스타틴 단독만을 적용해서는 심혈관질환 잔여 위험도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다.

추가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병용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ADA는 이와 관련해 “중성지방이 204mg/dL 이상이면서 HDL 콜레스테롤이 34mg/dL 이하인 경우에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며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질치료를 주문했다.

당뇨병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최근 당뇨병 병태생리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인슐린분비능저하)이 당뇨병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던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최근 비만과 인슐린저항성이 새롭고 주된 인자로 병태생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 전통적인 인슐린분비능저하와 서구화의 산물인 인슐린저항성 증가를 비롯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이 뒤엉켜 있다.

가뜩이나 인슐린분비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인슐린저항성의 공격까지 받다 보니 베타세포 기능부전에 의한 당뇨병 위험에 더욱 쉽게 무저질수밖에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 제2형당뇨병 환자들은 하나의 루트만을 막아내는 혈당강하제 단독요법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슐린민감도 개선과 인슐린분비능 촉진 계열의 약물전략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다.

혈당강하제 처방패턴

대한당뇨병학회의 ‘Korean Diabetes Fact Sheet 2018’을 보면, 한국인 당뇨병 유병특성에 따른 혈당강하제 처방패턴의 변화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약물치료 전략을 보면, 단독요법은 줄고 2·3제 병용요법이 늘고 있는 것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학회의 설명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단독요법이 50% 이상이었으나 2010년 이후로 2제 병합요법 이상의 복합처방이 60%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6년 들어 병합요법의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며 양과 질 모두에서 강도 높은 약물치료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제2형당뇨병의 병태·생리학적 발병루트가 다변화되면서, 이에 따른 치료전략의 다변화 역시 요구받고 있다. 특히 2제요법에서는 메트포르민 + DPP-4억제제(56%), 메트포르민 + 설폰요소제(27%)의 병용이 우세를 점했다.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당 생성을 낮추는 동시에 말초 인슐린민감도를 개선하는 기전이다. 설폰요소제와 DPP-4 억제제는 대표적인 인슐린 분비 촉진 계열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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