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집중요법

LDL콜레스테롤 70mg/dL 미만의 달성을 위해서는 고용량 또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가 필요하다. 학계에서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 고용량·고강도 스타틴의 임상적용에 시금석이 된 연구로 PROVE IT-TIMI 22(NEJM 2004)와 TNT(NEJM 2005)를 꼽고 있다.

모두 아토르바스타틴 80mg 요법을 평가했다. 이들 연구에서 아토르바스타틴 80mg 고강도 요법은 중강도 전략과 비교해 LDL콜레스테롤 조절력의 간극을 더 벌리며 궁극적으로 심혈관사건 상대위험도를 유의하게 줄였다.

이 연구들을 기점으로 심혈관질환 초고위험군의 LDL콜레스테롤 목표치 70mg/dL 미만 조절의 타당성이 제기됐으며, 비스타틴계 지질치료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

PROVE IT

PROVE IT-TIMI 22 연구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입원환 환자 4162명을 대상으로 표준용량 대 고용량 스타틴 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평가했다. 환자들은 프라바스타틴 40mg 또는 아토르바스타틴 80mg 그룹으로 나뉘어 치료받았으며, 심혈관사건 복합빈도(모든 원인 사망, 심근경색증, 재입원을 요하는 불안정형 협심증, 혈관재형성술, 뇌졸중)에 있어 아토르바스타틴 80mg 대비 프라바스타틴 40mg이 비열등한지를 검증했다.

24개월 관찰결과, 아토르바스타틴 대 프라바스타틴군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62mg/dL 대 95mg/dL로 고용량 스타틴 치료군의 지질강하 효과가 뛰어났다(P＜0.001). 1차종료점 복합빈도 역시 아토르바스타틴 80mg군의 상대위험도가 16% 감소하면서 우수한 혜택을 나타냈다(22.4% 대 26.3%, P=0.005).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연구팀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 초기에 LDL콜레스테롤을 (연구 당시의)목표치보다 낮게 조절하는 전략을 적용해 임상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사됐다”고 밝혔다.

TNT

연이어 TNT 결과가 발표됐는데, LDL콜레스테롤 130mg/dL 미만인 관상동맥질환(CHD) 환자들을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80mg과 10mg 요법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했다. 1차종료점은 복합 심혈관사건(관상동맥질환 사망, 심근경색증, 심장발작 후 소생, 뇌졸중)의 발생빈도를 평가했다.

4.9년의 관찰결과, 80mg과 10mg군의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77mg/dL 대 101mg/dL로 차이를 보였다. 1차종료점 빈도는 8.7% 대 10.9%로 고용량군의 상대위험도가 22% 유의하게 감소했다(hazard ratio 0.78, P＜0.001). 연구는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고용량 스타틴의 임상혜택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치료강도 높을수록 사망률↓

한편 미국 심장학계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스타틴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선 가운데,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소개되기도 했다. JAMA Cardiology 2017에 발표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에서 스타틴 강도와 사망률 연관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고용량의 스타틴 치료일수록 사망률 감소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CC·AHA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지난 2013년 새로운 지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PROVE-IT이나 TNT 등 일련의 임상연구를 통해 지질치료에 의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받은 약물은 스타틴이 유일무이하다는 것이 핵심요지다.

스타틴만이 갖는 고유의 다면발현효과(pleiotropic effects) 또는 심혈관보호효과를 예로 들어,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예방을 위한 지질치료 전략으로 스타틴을 앞세웠다. 지질치료 1차선택 약제로는 스타틴을, 아니 스타틴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ASCVD 예방에 스타틴의 사용을 지지하는 광범위하고 일관된 근거가 존재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타틴 이론’에 근거한 것인데, 지질이상 환자의 심혈관사건 예방과 관련해 스타틴의 독보적인 임상혜택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초기의 적극적인 스타틴 치료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LDL콜레스테롤을 기저치 대비 30~49%까지 낮추는 중강도(moderate-intensity) 또는 50% 이상의 지질강하 효과가 있는 고강도(high-intensity) 스타틴 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ASCVD 감소에 중요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LDL콜레스테롤 기저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군에서부터 스타틴의 ASCVD 위험감소 효과가 나타난다"며 광범위한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ASCVD 상대위험도 감소효과가 다양한 하위그룹 환자와 1·2차예방 전반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며 스타틴 효과의 일관성을 지지했다.

집중요법의 임상적용

미국 스탠포드의대 Fatima Rodriguez 교수팀은 스타틴 집중치료의 임상혜택을 지지하는 방편으로 실제 임상현장의 환자 데이터에 대한 관찰연구를 진행했다. ASCVD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스타틴 치료가 권고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스타틴, 특히 고강도 스타틴 전략을 충분히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배경이다.

가이드라인의 권고와 달리, 임상현장에서 고용량 스타틴 치료에 대한 우려 또는 거부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리얼월드에서 스타틴 치료강도에 따라 사망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고자 재향군인 헬스케어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회귀적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4월까지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등을 진단받은 ASCVD 환자가 포함됐다.

고강도 스타틴

스타틴 치료강도는 ACC·AHA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고·중·저강도로 나눴다. 구체적으로 고강도 스타틴 전략은 치료시작 전 기저 LDL콜레스테롤 대비 평균 50% 이상 감소, 중강도는 평균 30~49% 감소, 저강도는 30% 미만으로 설정했다. 1차 종료점은 고강도 스타틴 전략에 따른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을 평가했다.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92일이었다.

연구에는 약 50만명의 대규모 인원이 포함됐다. 이 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5:1로 남성이 더 많았다. 환자들이 받았던 스타틴 치료강도를 살펴보면 고강도 전략군은 약 15만명(29.6%), 중강도 전략군은 23만명(45.6%), 저강도 전략군은 3만명(6.7%),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9만명(18.2%)으로 중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은 환자가 가장 많았다.

중강도보다 사망률 감소 커

추적관찰 결과 1년간 사망률은 치료강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고강도 전략군의 사망률은 4.0%, 중강도 전략군은 4.8%, 저강도는 5.7%였다. 스타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6.6%의 사망률을 나타냈다(P＜0.001).

ACC·AHA가 권고하는 고강도 또는 중강도 치료를 받은 환자만 비교했을 때 고강도 전략군에서 성향점수를 보정한 사망위험은 중강도 대비 9% 유의하게 낮았다(hazard ratio 0.91, 95% CI 0.88-0.93). 76세 이상의 고령이 고강도 치료를 받은 경우 역시 중강도 대비 사망위험이 9% 낮아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0.91, 0.87-0.95).

고강도 스타틴 전략군에서 스타틴 복용량에 따른 사망위험은 고용량 환자가 그 다음으로 많은 용량을 복용한 환자보다 10% 낮았다(0.90, 0.87-0.94). Rodriguez 교수는 논문을 통해 “리얼월드에서 분석한 결과 스타틴 치료강도와 사망률은 상관관계가 있었고, 고강도 스타틴 전략이 중강도와 비교해 차이는 적지만 사망위험이 낮았다”며 “고강도 스타틴 치료 시 아토르바스타틴 80mg, 로수바스타틴 40mg 등 최대용량을 사용해도 생존이익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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