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유병특징

모든 선진국가에서 우울증, 조증, 자살 및 정신병적 기분장애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며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는 평생에 한 번 이상의 기분장애 삽화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분장애 중 양극성장애는 우울증과는 달리 우울증 삽화뿐만 아니라 조증삽화 혹은 경조증 삽화가 반복해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우울장애보다는 비교적 심한 임상경과를 보이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조증삽화가 나타나는 1형 장애와 경조증 삽화가 나타나는 2형 장애로 나눌 수 있다.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은 보통 0.6~2.5%로 알려져 있지만, 진단체계를 보다 넓은 개념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3~6.5%까지로 볼 수 있다. 또한 진단이 어려운 2형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보고들을 감안한다면 전체 양극성장애의 유병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극성장애는 선진국에서 후진국보다 2배 이상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이며, 사회경제적 정도가 높은 집단에서 다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극성장애는 소아기 및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는 있지만, 보통은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중반 경에 많이 발병한다. 이는 우울장애에 비해 일찍 발병하는 것으로 환자에게 많은 어려움을 주게 된다. 즉, 학창시절이나 사회초년기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기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을 알려지고 있으며, 결혼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재발이 매우 흔한 질병의 특성은 환자의 학업·직업·일상생활의 단절을 야기할 수 있기에 환자의 적응에 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양극성장애는 조기에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의 임상증상을 양극성장애로 진단할지 혹은 환자의 발달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상과정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환자의 특성에 맞는 판단이 필요하고, 이는 치료가 늦어지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산욕기 우울증도 눈여겨 봐야 할 임상양상이다. 임산부의 약 10%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지는 산욕기 우울증은 특히 기분장애의 과거력이 있거나 원하지 않은 임신인 경우에 그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또한 10대 임산부들의 술과 불법 약물의 사용의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산욕기에 처음으로 시작된 우울증은 나중에 양극성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으며, 산욕기에 발생하는 정신병적장애도 나중에 양극성장애로 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극성장애는 발병률에 있어 남녀간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양극성장애 증상

양극성장애는 조증만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조증과 우울증이 교대로 혹은 동시에 나타난다. 빠른 정신운동활동이 조증의 현저한 특징이며, 과도한 에너지와 활동은 여려 영역에서 발생하여 위험한 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

판단력의 저하로 인해 거리에서 설교하거나 춤추기, 불필요한 물건의 구입,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나 확장, 도박, 충동적인 여행, 갑작스런 결혼과 같은 무분별한 행동을 하게 되어 개인적 낭패나 재정적 실패를 유발할 수 있고, 주변에 대한 간섭이나 강요가 흔하므로 가족구성원, 친구, 동료들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우울증상의 경우 정신운동지연을 특징으로 하며, 경미한 인지와 지각기능의 왜곡을 보이는 경한 신체적·정신적 지체로부터 심각한 우울성 혼미, 망상, 환각, 의식의 혼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급작스럽게 일어나기도 하고 수주에 걸쳐 서서히 발병할 수도 있다. 환자는 이 시기에 쓸쓸한 기분과 함께 무덤덤하고 비관적이고 자포자기의 특성을 보인다.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에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무기력감, 과민한 기분, 분노, 편집증, 정서적 소용돌이, 불안도 흔히 나타난다. 정신운동지연이 양극성 우울증의 특징이기는 하지만, 조증과 우울증이 겹쳐서 나타나는 혼재성 양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정신운동초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양극성장애와 자살 위험

자살과 관련하여 자살의 원인 중 90%는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주요우울장애 및 양극성장애가 자살과 가장 관련이 있는 정신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양극성장애 환자의 일생을 놓고 볼 때 우울증상의 기간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우울증상의 시기가 길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며, 양극성장애에서 발생하는 많은 자살은 주로 우울삽화 및 혼재성 양상 중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양극성장애의 임상아형에 따라 자살의 빈도는 다르다. 자살시도의 경우, 1형 양극성장애의 경우 평생 동안 약 36.3%의 자살시도가 보고되고, 2형 양극성장애에서는 약 32.4%가 보고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러나 2형 양극성장애는 자살시도에 비해 자살에 이르는 비율이 1형 양극성장애 환자에 비해 더 높다.

따라서 1형 양극성장애보다는 오히려 2형 양극성장애가 훨씬 더 자살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양극성장애의 10~15%는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일반인에 비해 25배 이상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특히 자살을 이전에 시도했었던 경우 및 지난 1년 동안의 우울증상의 기간이 길었던 경우에 자살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알코올 사용장애가 동반된 경우에도 자살시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살의 가족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2형 양극성장애에서는 2형 양극성장애의 1차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서 자살 위험도가 높은데, 1형 양극성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비해 자살의 위험도가 6.5배 정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양극성장애의 치료에는 조증삽화의 치료뿐만 아니라 우울삽화의 치료도 매우 중요하며, 특히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가 필수다.

환자가 겪는 실제적인 어려움은 임상증상으로 인한 직접적인 어려움과 함께 잦은 재발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임상증상이 호전된 환자의 경우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되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증삽화나 우울삽화가 재발한 경우에도 판단력이 떨어져 치료를 거부하게 되는 일이 흔하다. 이는 질병의 치료를 어렵게 하며 예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며, 최악의 경우 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료 및 최근 개정된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알고리듬은 다양한 기분조절제 및 비정형항정신병약물의 단독 혹은 병합치료를 통하여 급성증상의 치료 및 재발의 방지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극성장애에 대한 빠른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가 환자가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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