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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인지도 개선통해 자살위험 낮춰야”대한정신약물학회 민경준 이사장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9.12.03 15:16
  • 호수 80
  • 댓글 0

- 국내 임상현장 중심 관리전략 구축  
- 신체질환 동반 환자에 대한 높은 관심 필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세계정신건강의 날(World Mental Health day 2019)의 주제를 자살 예방으로 제시했다. 정신건강질환과 자살위험의 높은 연관성을 대변해주는 부분이다. 상실감, 외로움, 관계파행, 만성통증, 경제적 문제 등이 자살의 원인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우울증, 알코올사용장애 등 정신건강질환은 자살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신건강 관련 통계는 국내 자살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표한 중증정신질환 정책백서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지난 1년 간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고, 이들 중 30%는 일상생활 또는 사회활동에 제약이 생기는 수준으로 보고됐다. 또 2011년 이후 국내 자살률은 감소추세지만 여전히 OECD 국가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60대, 70대, 80대 이상에서는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내의 높은 고령인구 비율과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을 고려하면 잠재적 자살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전략 중 하나로 정신건강질환의 적극적인 관리가 꼽히는 가운데 대한정신약물학회 민경준 이사장(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게 국내 정신건강질환의 현황과 관리전략에 대해 물었다.

Q. 국내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을 정리한다면?

전반적으로 정신건강질환 유병률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증정신건강질환 정책 백서에 따르면 국내 10명 중 6명은 정신건강질환을 이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인 점은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인지도도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의료기관 방문율 여전히 낮다는 점은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OECD 국가의 평균 의료기관 방문율은 35%지만, 한국은 15% 수준으로 낮았다.

높은 유병률과 함께 정신건강질환의 관리를 강조하는 또다른 이유는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정신건강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취약한 부분과 급·만성스트레스가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현재 사용가능한 치료약물로 명확한 타깃보다는 가설에 기반해 폭넓게 사용해 효과적인 방향을 찾아야한다.

Q. 다양한 정신건강질환 중 주요질환으로는 어떤 질환들이 꼽히는가?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이 전통적인 주요 정신건강질환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나 중독장애도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불안장애의 경우 질환 자체의 심각도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만큼 높지 않지만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사회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국내에서 알코올 중독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도 특징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임상현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대부분 기분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기분장애 관리차원에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Q. 정신건강질환과 자살 위험의 연관성은 어느 정도인가?

정신건강질환 환자에서 자살 위험이 높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자료에서도 자살자들 중 80~90%가 정신건강질환을 이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정신건강질환 중 우울증의 이환비율이 가장 높고, 조현병, 알코올 중독, 불안장애도 유의한 수준으로 자살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정신과학회(APA)도 우울증, 양극성장애 등 기분이상과 함께 물질남용을 자살에 대한 위험인자로 꼽고 있다. 즉 정신건강질환의 관리는 자살 위험 감소로 직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자살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임상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자살 위험을 평가하지 않고 있고, 자살 위험이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치료로 연결되지 않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정신건강질환 환자를 진단·치료할 때는 자살 위험을 평가하고, 조기부터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Q. 국내 정신건강질환의 관리전략은 어떻게 구축돼 있나?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이 치료전략의 주축이 된다. 하지만 외국과 국내 가이드라인은 차이를 보인다. 외국 가이드라인이 근거기반(evidence-based)이라면 국내 가이드라인은 전문가 컨센서스가 중심이 된다. 약물요법이 중심이 되는 정신건강질환 치료전략에서 치료효과에 대한 근거는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만큼 근거기반 전략으로는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이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근거 중심 가이드라인에서 커버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부분은 혼재성 우울증이다. 혼재성에 대한 개념이 DSM-Ⅳ부터 제시된 만큼 관련 근거가 거의 없고, 승인된 치료약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에서 혼재성에 대한 근거기반 가이드라인 내용은 거의 없는 상황인데 비해 국내 진료지침에서는 근거기반으로는 정리하기 힘든 혼재성 우울증의 진단, 치료, 질환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혼재성 우울증은 단극성 우울증과 달리 여러 가지 양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런 혼재성 상태에 대한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근거가 부족하며 결국 전문가의 컨센서스를 따르는 것이 현 실정에서는 적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치료전략은 계속해서 변한다. 이를 대비해 대한정신약물학회는 지속적으로 치료전략의 경향에 대한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한편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근거들도 마련해 갈 계획이다. 특히 양극성장애의 경우 항우울제부터 자극제까지 폭넓은 약물들을 조합할 수 있어 앞으로도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 정신건강질환에서 신체질환 동반도 주요한 임상적 과제로 꼽힌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에 비해 신체질환이 있는 사람에서 정신건강질환 동반율이 높다. 신체질환이 동반된 경우 30% 이상, 많게는 50% 이상에서 정신질환이 동반된다.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같은 내분비질환 등 여러 신체질환에서 우울증은 흔히 나타난다. 결국 신체질환이 동반될 경우 궁극적으로 자살위험이 높아진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또 우울증이 있는 신체질환 환자의 경우 의료이용률이 높아져 사회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알코올, 담배 등 물질남용 위험이 높아져 순응도가 낮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Q. 정신건강질환 치료율,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국내에는 1차 의료기관에도 정신건강질환 전문가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에 정신건강질환에 대한 문턱이 비교적 낮은 1차 의료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선별검사를 시행해 조기부터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 선별이 가능하다면 3차 의료기관으로의 전원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이 우울증 양상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화병이 있다. 국내 우울증은 화병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신체증상이 동반된다. 우울증에서는 자책감이 주로 나타나는데 원망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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