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 심혈관질환

우선 고혈압 치료는 높은 혈압을 낮추는 것이 1차 치료목표다. 고혈압이 심혈관질환 위험증가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18 고혈압 진료지침에 따르면,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고혈압 환자는 130/85mmHg 미만인 경우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2.6배나 높다.

하지만 고혈압 치료는 단순히 혈압을 낮추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인 임상결과, 즉 심혈관질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그 소명이 있다. 대부분의 고혈압 임상연구에서 혈압을 10~20/5~10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과 허혈성 심장질환이 각각 30~40%와 15~20%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을수록 혈압강하에 따른 이득이 크다. 따라서 고혈압 치료는 혈압과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근거해 계획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지침의 메시지다.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환자의 혈압분류와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Global Cardiovascular Risk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의 핵심 중 하나는 심혈관질환 위험도 및 혈압수치에 근거해 치료의 시작과 강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과거 혈압만을 중심으로 치료가 계획됐다면, 2013년 지침부터는 혈압과 더불어 심혈관 위험인자·표적장기손상·동반질환 등을 종합한 전체 심혈관위험도(global cardiovascular risk)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치료에 활용하도록 했다.

혈압분류와 함께 심혈관위험도 평가결과가 치료전략 수립의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침의 권고를 임상에 적용하면, 심혈관질환 저·중·고위험군이냐에 따라 약물치료 시점이 달라지고 환자의 동반질환 등 임상특성에 따라 약제선택과 강도를 차별화할 수 있다.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 역시 항고혈압제의 처방과 관련해 혈압수치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임상특성과 동반질환 등 심혈관위험도를 중시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혈압분류

고혈압 치료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압분류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통해 혈압수치가 정상인지 또는 저·중·고위험 단계인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수치까지를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규정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고혈압 또는 고혈압전단계의 정의와 관계된다.

고혈압학회는 지침에서 △고혈압 1기를 140~150/90~99mmHg △2기는 160/100mmHg 이상으로 정의해 140/90mmHg 이상부터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정상혈압 120/80mmHg 미만 △주의혈압 120~129/80mmHg 미만 △고혈압전단계 130~139/80~89mmHg 등으로 혈압의 위험기준을 제시했다. 물론 이 혈압분류는 치료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심혈관위험도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진료지침은 혈압의 높고 낮음에서 더 나아가, 환자의 전반적인 심혈관 위험도를 평가해 분류하고 이에 근거해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주문하고 있다. 혈압과 함께 심혈관 위험도 분류가 치료의 또 다른 기준으로 역할하는 것이다.

지침에서는 심혈관위험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구성요소로 △혈압수치(혈압분류) △심혈관 위험인자 개수 △무증상장기손상 △심혈관질환 병력 등을 제시했다. 이들 요인에서 어떤 특성을 나타내느냐에 따라 환자들의 심혈관위험도를 최저위험군,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중·고위험군

먼저 심혈관 고위험군은 당뇨병(무증상장기손상 또는 심혈관질환 동반한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고혈압전단계, 1·2기 고혈압 환자로 정의했다. 위험인자가 3개 이상이면서 당뇨병, 무증상장기손상이 있는 1·2기 고혈압 환자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와 동일한 조건의 고혈압전단계 환자는 중위험 또는 고위험군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심혈관 위험인자 1~2개인 2기 고혈압 환자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또한 위험인자가 0개일지라도 2기 고혈압에 해당하면 중위험 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고위험 그룹에게는 처음부터 생활요법이나 약물치료(고혈압전단계) 또는 생활요법과 약물치료(1·2기 고혈압)가 즉시 적용돼야 한다. 한편 10년간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에 따라 고위험(15% 이상), 중위험(10~15%), 저위험(5~10%), 최저위험(5% 미만)군으로 나눌 수 있다.

빨라진 약물치료

2018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이 처럼 심혈관위험도와 혈압분류에 기반해 저·중·고위험군을 정의하고 이에 근거해 각각의 위험군에서 치료시작을 결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고혈압 1기(140~159/90~99mmHg) 환자부터 약물치료가 적용되는 가운데 고혈압전단계(130~139/80~89mmHg)에서도 당뇨병, 심혈관질환, 또는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 약물치료가 권고됐다. 140/90mmHg를 넘지 않더라도 당뇨병 등이 있으면 130/80mmHg부터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존에 비해 약물적용의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고 볼 수 있다.

낮아진 목표혈압

심혈관위험도에 따라 목표혈압도 전반적으로 더 낮아지고 있다. 학회는 지침에서 “(심혈관질환) 저위험 및 중위험군인 고혈압 환자는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권고한다”며 심혈관위험도가 높지 않은 환자군에게는 기존의 목표치를 고수했다.

하지만 고위험군에게는 더 강한 혈압치료를 주문했다. “심혈관질환, 즉 관상동맥질환·말초혈관질환·복부대동맥류·심부전 또는 좌심실비대가 동반된 고혈압 환자는 130/80mmHg 정도로 혈압조절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학회는 “심혈관질환이 고위험군인 고혈압 환자는 130/80mmHg 미만조절을 고려한다”고 주문, 심혈관위험도에 따른 차등 목표혈압을 권고했다.

더불어 당뇨병 동반 환자의 혈압을 140/85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하며 이완기혈압에 조정을 가하는 동시에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즉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30/80mmHg 미만조절하도록 권고한 것도 낮아지는 목표혈압 추세를 반영한다. 알부민뇨가 동반된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목표혈압을 130/80mmHg 미만으로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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