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타민2수용체길항제(이하 H2RA) 라니티닌과 니자티딘의 판매중단 조치 이후 대체제 선택을 두고 학계와 의료계 모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라니티딘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위산분비억제제 중 H2RA 처방량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역설적으로 H2RA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제 임상의들의 관심은 라니티딘 또는 니자티딘의 대체전략으로 △동계열의 안전성 문제가 없는 H2RA △프로톤펌프억제제(PPI) △칼륨경쟁적위산억제제(P-CAB) 중 어떤 위산분비억제제를 선택할 것이냐에 집중되고 있다. 울산의대 김도훈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는 이와 관련해 교과서나 가이드라인 식의 접근이 아닌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고려한다면 대안은 동계열의 안전성 문제가 없는 H2RA 쪽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동계열은 물론 타계열 위산분비억제제의 유효성과 안전성 뿐만 아니라 약제의 처방 및 보험급여 기준 등 제반 임상환경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안이다.  김 교수는 H2RA 가운데서도 세대를 거치며 강력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라푸티딘(제품명 스토가)의 선택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로부터 라니티딘 사태 후 위산분비억제제의 처방동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Q. 임상에서 H2RA의 처방량이 상당한데, 기전과 적응증은?

H2RA가 어떻게 위산을 억제하는지 알려면, 먼저 위산분비의 기전부터 이해해야 한다. 위산은 위점막의 벽세포(parietal cell)에서 분비되는데, 히스타민·아세틸콜린·가스트린 등 세 가지 수용체가 이에 관여한다. 이 중 위산분비의 80% 정도가 히스타민수용체와 연관돼 있다. 히스타민2수용체와의 결합을 차단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계열이 바로 H2RA다.

H2RA는 등장 이후 위염․위궤양 등과 같은 위산과 관련된 다양한 위장관질환의 증상을 조절하고, 소염진통제나 항혈전제 등의 약물로 인한 위점막 손상을 치료하는 등에 사용됐다. 하지만, 위 세 가지 수용체(히스타민, 아세틸콜린, 가스트린)가 위산분비를 하는 프로톤펌프 자체를 억제함으로써 위산분비를 강력히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등장하면서 H2RA는 질환이나 증상의 정도에 따라 필요시 또는 단기적 증상조절에 처방되고 있다.

Q. 라니티딘 사태 이후 증상조절 대안은?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이 아닌 임상현실, 즉 의료환경을 고려한다면 동계열의 H2RA로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는 PPI의 보험급여 기준, 새로운 H2RA의 등장과 비용효과, PPI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약효발현 등이 원인으로 근저에 깔려 있다.

먼저 H2RA는 소화기내과 이외에도 심장내과·신경과·류마티스내과 등에서 NSAIDs와 같은 소염진통제, 아스피린, 항혈전제(항응고제·항혈소판제) 등의 치료에 따른 위장장애에 많이 처방되고 있다.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경우의 치료에 H2RA나 PPI를, 예방에는 PPI의 처방을 권고하고 있으나,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H2RA가 더 많이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를 계기로 예방 목적의 경우 가이드라인에 맞게 PPI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PPI 처방을 위해서는 역류성 식도염의 내시경 기록이나 상병코드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험급여의 제한 없이 비슷한 기전에 낮은 비용으로 최고는 아니라도 차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H2RA 선택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여기에 PPI가 위산분비억제제 중 강력한 증상조절 효과를 보이지만, 약효발현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PPI는 대표적인 전구약물(prodrug)로, 복용 후 체내대사를 거쳐 활성성분으로 전환돼야 비로소 위산분비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장에서 흡수돼 혈류를 거쳐 벽세포(parietal cell)의 산성환경에서 활성화돼야 약효가 발현된다. 따라서 PPI는 복용 후 최고혈중농도 도달시간(Tmax) 4~5시간(에소메프라졸은 1.6시간), 최대효과는 복용 후 3~5일이 걸리며, 반감기(T1/2)는 1~2시간이라, 강력하지만 최대효과를 늦게 발현하고, 반감기가 짧아 아침에 약을 먹었을 때 야간에 효과가 떨어지는 제한점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약물인 dexlansoprazole이 출시되기도 했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수시로 빠른 증상조절이 어렵다.

최근 출시된 P-CAB는 Tmax 1.25시간(테고프라잔 기준), T1/2 3.7~7.1시간이라 PPI보다 강력하고, 빠르고, 긴 작용시간을 보이는 장점이 있지만 증상이 있을 때마다 필요시 복용하는 데에는 보험급여와 약가가 문제가 된다.

이와 비해 H2RA는 Tmax 2.5시간, T1/2 2.79시간이라 PPI 보다는 덜 강력하지만, 빨리 작용하고, 오래 지속되는 장점을 가지므로, 빠른 증상호전에 가장 적절한 약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최근에 개발된 H2RA인 라푸티딘은 Tmax 1.17시간, T1/2 2.75으로 P-CAB 만큼 빠르고, PPI 보다 오래 지속되는 장점을 가지는 약물이다.

Q. H2RA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기준은?

유효성과 안전성이 선택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H2RA는 시메티딘을 시작으로 니자티딘, 라니티딘, 파모티딘, 라푸티딘 등 세대를 거치면서 유효성과 안전성의 발전을 이뤄냈다. 이 가운데 라푸티딘은 부작용 면에서는 라니티딘과 가장 멀고, 유효성 면에서는 타계열이지만 PPI에 가장 근접한 H2RA라 할 수 있겠다.

라푸티딘이 △라니티딘의 부작용 위험을 피할 수 있는 H2RA라는 점 △H2RA 중 PPI의 유효성에 가장 근접한 약제라는 점 △PPI가 갖고 있는 보험급여 등 제한에서 자유롭다는 점 등이 선택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낮은 약가로 비용효과적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Q. 라푸티딘의 특이점은?

라푸티딘은 앞선 세대의 H2RA와 비교해 강력한 유효성과 긴 작용시간, 즉 위산분비 억제효과를 오래 지속시키는 효과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라푸티딘은 소염진통제와 같은 위점막 손상약제에 대한 위점막 보호효과를 가지며, 위점막 방어효과에 중요한 점막 혈류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으므로 상부위장관 질환의 치료에 적합한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또한 라푸티딘이 H2RA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위식도역류질환의 적응증을 갖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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