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전세계적으로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의 성인 유병률은 10~14%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것은 당뇨병 발생률 및 유병률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당뇨병 환자의 약 50%는 일생 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만성신장질환으로 이환되며, 따라서 말기신장질환(end-stage kidney disease)에서 당뇨병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대한신장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신대치요법을 받는 말기신장질환 환자의 수는 지난 40년간 가파르게 증가해 2018년 현재 인구 100만명 당 2000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한, 현재 새롭게 신대치요법을 받는 환자의 약 50%는 당뇨병 환자다.

말기신장질환 환자의 대부분은 심혈관질환이나 감염으로 사망하며, 이 숫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서 신장기능의 악화를 예방하고 말기신장질환으로 진행을 억제하는 것은 심혈관질환 발생의 예방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최근의 가이드라인의 변화를 중심으로 당뇨병성 신장병증에 있어 새로운 치료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새로운 약제의 등장: SGLT-2억제제 및 GLP-1수용체작용제를 중심으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및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가 당뇨병성 신장병증 환자의 주요한 관리 전략으로 증명된 후 오랫동안 일련의 새로운 약제들은 임상 연구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SGLT-2억제제인 empagliflozin의 주요심혈관사건(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 위험 감소 및 신장질환 위험 감소를 증명한 EMPA-REG OUTCOME 연구를 시작으로 SGLT-2억제제 및 GLP-1수용체작용제의 몇몇 대규모 임상 연구들은 이제 당뇨병성 신장병증 관리 전략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SGLT-2억제제의 대표적인 심혈관 안전성 연구인 EMPA-REG(empagliflozin), CANVAS program(canagliflozin), DECLARE-TIMI 58(dapagliflozin)에서는 1차 종료점(primary endpoint)인 주요심혈관사건 발생에 있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됐으나, 기저에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만 유의한 감소가 관찰됐다. 하지만 신장질환의 진행(혈청 크레아티닌 두 배 이상 상승 혹은 eGFR 40% 감소, 신대치요법의 시행, 신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에 있어서는 모두 유의한 효과(각각 39% 감소, 47% 감소, 24% 감소)를 보였고, 이 효과는 기저 심혈관질환의 유무나 eGFR 수준과 상관 없이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들은 각 연구의 2차 종료점(secondary endpoint)이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발표된 CREDENCE(canagliflozin) 연구는 제2형당뇨병과 알부민뇨가 동반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연구였으며, 1차 종료점이 신장질환의 진행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약군 대비 canagliflozin 군에서 1차 종료점의 30% 감소를 증명했다. 이런 신장 보호효과는 주로 신장 혈역학적인 기전(수입세동맥 수축과 이로 인한 사구체내 부하 및 과여과 감소)과 신장 저산소증 호전 및 산소 요구량 감소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근거들을 종합해 봤을 때, 제2형당뇨병과 알부민뇨 혹은 만성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에서 SGLT-2억제제의 우선적 사용에 대한 근거는 견고해 보인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SGLT-2억제제를 당뇨병성 신장병증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인한 만성신장질환에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계획되고 있다.

GLP-1수용체작용제의 경우 약제의 종류 뿐 아니라 임상연구 결과 또한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심혈관 안전성 연구의 1차 종료점인 심혈관질환 발생에 관해서도 환자군의 특성, 약제의 구조, 약제 작용 시간의 차이 등에 따라 불균질한 결과를 보여줬고, 신장질환의 발생에 대해서는 몇 몇 연구에서만 2차 종료점으로 설정돼 GLP-1수용체작용제의 신장 보호 효과에 대한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겠다.

몇 가지 주요 결과를 소개하자면, 우선 가장 초기 연구였던 ELIXA(lixisenatide) 연구에서 위약 대비 lixisenatide군에서 알부민뇨의 증가가 둔화된 결과를 보였다(+34% vs. +24%). LEADER(liraglutide)와 SUSTAIN-6(semaglutide), REWIND(dulaglutide) 연구는 신장질환의 진행을 2차 종료점으로 설정한 연구였는데, 각각 22%, 36%, 15%의 신장 종료점에 대한 유의한 감소를 확인했다.

하지만 기존의 SGLT-2억제제 연구와 달리 신장 종료점에 거대단백뇨의 발생 항목이 들어가 있었고, 신장 종료점에 대한 긍정적 효과가 상당 부분 이 단백뇨 발생 감소에 의존했다는 한계를 갖는다.

주요 GLP-1수용체작용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도 거대단백뇨의 발생 포함 유무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의 차이가 있었다. 따라서 GLP-1수용체작용제가 알부민뇨 감소를 넘어 실제적으로 신장 기능의 악화를 억제할 수 있는지, 개별 약제의 효과인지 계열 효과인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연구 결과를 좀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겠다.

가이드라인의 변화

당뇨병 치료에 있어 대표적인 가이드라인인 미국당뇨병학회(ADA) 2020년 가이드라인은 eGFR 30ml/min/1.73㎡ 이상이고 알부민뇨가 동반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SGLT-2억제제의 사용을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근거 수준 A), 만성신장질환이 있는 심혈관 고위험군에서 GLP-1수용체작용제의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근거 수준 C).

2019년 대한당뇨병학회(KDA) 진료지침에서도 SGLT-2억제제 및 GLP-1수용체작용제의 임상적 근거를 언급하고 있으나, 신장질환 진행을 1차 종료점으로 한 연구의 수가 불충분함을 지적하며 권고수준에 포함시키지는 않은 상태이다.

결론 

당뇨병성 신장병증 치료에 있어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 및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등장 이후 10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우리는 SGLT-2억제제 및 GLP-1수용체작용제라는 새로운 가능성 있는 신장 보호 약물 치료 전략을 접하게 되었다.

아직까지 일관되고 합목적적인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으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았을 때 2000년대 이후에 새롭게 등장했던 어떤 약물 치료보다도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의 새로운 연구 결과를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려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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