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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당뇨병 1차치료 패러다임

신약·구약 당권 놓고 한판

“메트포르민, 1차치료제로 건재”

“다양한 병태생리에 신약 적용해야”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0.07.26 18:37
  • 호수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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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최근 제2형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제인 메트포르민의 상황을 두고 이런 말이 회자되고 있다. 메트포르민이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메트포르민의 건재함이 역설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메트포르민 일부 품목에서 발암 추정물질 검출로 제조·판매 중지된 사례가 계열 전체로 번지지 않고 조기진화된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제2형당뇨병 1차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의 역할과 위상이 다시 한 번 입길에 올랐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와 관련해 메트포르민은 혈당강하 효과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점이 있어 제2형당뇨병의 1차치료제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설파하고 나섰다. 제2형당뇨병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약제임을 강조, 임의로 메트포르민 복용을 중단하지 말도록 권고한 것이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과거 신규 혈당강하제의 등장에 즈음해 “제2형당뇨병 1차치료제는 여전히 메트포르민인가?”를 주제로 논의를 펼친 바 있다. 찬성 측은 ‘메트포르민이 제2형당뇨병 치료의 근간’이라는 논조를 펼치며, 유효성·안전성·심혈관 혜택·비용효과 등 모든 면에서 1차치료제로서 신약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ADA는 올해 새롭게 발표한 당뇨병 가이드라인에서 제2형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으로 메트포르민을 유지·권고했다.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

지난 2017년 미국당뇨병학회(ADA) 저널 Diabetes Care에는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매우 흥미로운 주제에 대한 찬반토론이 게재됐다. ‘제2형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인가?’라는 질문의 주제였다. 이를 놓고 “GLP-1수용체작용제가 메트포르민을 대체해야 한다”는 견해와 “메트포르민이 여전히 제2형당뇨병 치료의 기본”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다양한 병태생리를 교정하라”

당시 ADA 학술위원장이었던 William T. Cefalu 교수는 이러한 논쟁의 배경에 제2형당뇨병 발생기전의 다양성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루트의 병태생리가 속속 밝혀짐에 따라 다양한 공격루트를 방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약물치료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토론의 핵심이었다.

제2형당뇨병은 인슐린저항성과 인슐린분비능저하를 비롯해 매우 다양한 발병루트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이 광범위한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특성을 나타낸다. Cefalu 교수는 “현대의 만성질환 치료 접근법은 병인(etiology)의 확인과 생리학적 장애를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고혈당 역시 병태생리학적 결함을 찾아내 그 원인을 정상화 또는 완화시키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혈당만을 타깃으로 하고 내재된 병태생리학적 원인을 교정하지 못하는 치료는 당뇨병 진행을 막는 지속적인 혜택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혈당강하제 선택

Cefalu 교수는 “최근 ‘제2형당뇨병 치료의 병태생리학적 접근’과 관련해 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제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두고 논쟁이 지속돼 왔다”며 당뇨병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이 혈당강하제의 선택과 직결돼 있음을 내비쳤다. 따라서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인가?’에 대한 주제를 ‘당뇨병 1차치료제 선택에 있어 신·구 혈당강하제의 혜택’과 연결시켜 논의를 진행했다.

메트포르민

토론에서 미국 예일의대의 Silvio E. Inzucchi 교수는 ‘메트포르민이 제2형당뇨병 치료의 근간’이라는 논조를 펼치며, 메트포르민으로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하는 전략적 접근법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효성·안전성·심혈관 혜택·비용효과 등 모든 면에서 1차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이 신약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오랜 역사에도 여전히 신약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약물을 저비용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메트포르민의 가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굳건한 1차치료제

‘메트포르민 치료에도 혈당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메트포르민 치료에 더해…’. ‘메트포르민과 병용전략으로서…’. 최근 발표되는 제2형당뇨병 약물치료 연구들은 대부분 이 같은 제목으로 시작을 알린다. 이러한 동향은 두 가지 함축된 의미를 담고 있다. 혈당강하제 단독으로는 제2형당뇨병의 치료가 힘들다는 것을 내포하는 동시에, 약제선택에 있어 메트포르민이 1차치료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국내외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메트포르민을 제2형당뇨병 약물치료의 1차선택으로 제시하고 있다. ADA에서 유럽당뇨병학회(EASD), 대한당뇨병학회(KDA)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학회가 제2형당뇨병 치료 시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제로 선택하도록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높은 성공률

미국 하버드의대의 Niteesh Choudhry 교수팀이 JAMA Internal Medicine에 보고한 ‘당뇨병 환자에서 경구 혈당강하제의 1차선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메트포르민을 1차 단독요법으로 적용하는 경우 치료강화, 즉 혈당조절을 위해 추가적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빈도가 여타 경구 혈당강하제에 비해 낮았다.

pleiotropic effects

Inzucchi 교수는 메트포르민의 기전이 ‘간에서 포도당 생성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다양한 당뇨병 발생경로를 막을 수 있다며 다면발현기전(pleiotropic mechanism)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메트포르민의 정확한 발현기전이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며, 수십년의 근거에 기반할 때 다중발현기전의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까지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메트포르민의 기전으로 △간에서 포도당 생성 감소 이외에 △GLP-1과 여타 장 펩티드(gut peptide) 분비 촉진 △말초 인슐린민감도 개선 △장에서 탄수화물 흡수 감소 △지방산 산화 증가 △장내 포도당 추출 증가 등을 꼽았다.

10년 넘는 심혈관 혜택

대혈관합병증, 즉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입증받았다는 점도 메트포르민의 강점으로 언급됐다. 메트포르민은 1998년 발표된 UKPDS 연구에서 대조군 대비 당뇨병 관련 사망위험을 42%(hazard ratio 0.58, 95% CI 0.47-0.91), 심근경색증은 39%(0.61, 0.41-0.89), 전체 사망률은 36%(0.64, 0.45-0.91) 감소시켰다.

UKPDS 연구가 메트포르민 초기 집중치료의 심혈관 임상혜택을 시사했다면, UKPDS-10 연구에서는 초기치료의 혜택이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 보고돼 관심을 끌었다. UKPDS에서 나타난 당뇨병 환자의 조기·적극적 혈당조절 성과가 리얼월드(real world)에서 10년 후까지 유지되거나 더 좋은 성과를 보였다. Inzucchi 교수는 “혈당강하제 초기치료와 관련해 10년 이상 장기적인 심혈관 혜택을 검증받은 것은 메트포르민이 유일하다”며 제2형당뇨병 1차치료제로서 역할을 지지했다.

당뇨병 이환까지 막는다

메트포르민의 혈당조절 효과는 당뇨병 예방에서도 빛을 발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가이드라인은 제2형당뇨병 예방에 메트포르민 요법을 권고하는데, DPP 연구에 근거한 결정이다.

공복·식후혈당이 상승한 당뇨병 고위험군 환자를 생활요법, 메트포르민, 또는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당뇨병 예방효과를 비교·분석한 결과, 2.8년 관찰기간 동안 메트포르민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위약군에 비해 31% 감소했다. 특히 DPP 연구종료 후 10·15년까지 확대관찰한 DPPOS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 치료군의 당뇨병 발생빈도가 18% 감소하며 유의한 혜택이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용효과면에서

메트포르민의 최대 강점은 유효성과 안전성에 비해 저비용으로 투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Inzucchi 교수는 “미국 내 혈당강하제 투여의 연간 비용을 보면 메트포르민(<50달러), SGLT-2억제제(~4800달러), GLP-1수용체작용제(~9300달러)로 차이가 크다”며 비용효과를 고려한다면 메트포르민의 1차선택이 타당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Inzucchi 교수는 최종적으로 “그간의 광범위한 사용경험, 유효성, 안전성, 저비용, 심혈관 혜택 등을 고려할 때 메트포르민이 제2형당뇨병 환자 치료의 제1선택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갈음했다.

신약 경쟁

한편 이번 토론의 핵심근거는 “단순히 고혈당 자체만을 타깃으로 하고, 고혈당의 원인이 되는 병태생리학적 결함을 교정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당화혈색소(A1C) 감소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GLP-1수용체작용제가 메트포르민을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미국 텍사스보건과학대학의 Muhammad Abdul-Ghani 교수는 제2형당뇨병 치료의 병태생리학적 접근에 가장 적합한 약제로 GLP-1수용체작용제를 꼽았다.

공포의 8중주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제2형당뇨병은 적어도 8가지 별개의 병태생리학적 결함(공포의 8중주, ominous octet)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복잡·미묘한 심혈관·대사장애에 속한다.

△뇌에서 신경전달물질 기능장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장애 △췌장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 증가 △간에서 포도당 생성 증가 △장에서 인크레틴 효과 감소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 증가와 포도당 흡수 감소 △근육에서 포도당 흡수 감소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고혈당 원인 치료하자”

Abdul-Ghani 교수는 최근까지도 제2형당뇨병 가이드라인의 권고안이 혈장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에만 집중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혈당을 야기하는 원인인자, 즉 내재된 대사장애(병태생리학적 결함)를 교정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다 보니 지속적인 A1C 조절혜택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다”라고 당뇨병 치료의 한계를 설명했다.

치료의 타깃을 고혈당 자체에서 더 확대해 고혈당의 원인인자를 교정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하며, 이를 가장 잘 수용할 수 있는 약물전략이 GLP-1수용체작용제라는 것이 패러다임 전환을 찬성하는 진영의 결론이다.

GLP-1수용체작용제

Abdul-Ghani 교수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통해 8가지의 당뇨병 발병루트 가운데 6가지를 막거나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LP-1수용체작용제는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베타세포에서 (고혈당 상태에서만)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알파세포에서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해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GLP-1수용체작용제는 베타세포의 기능을 개선한다. 베타세포 기능과 관련한 혜택이 단일주사 8시간 후부터 관찰되고(리라글루타이드), 3개월까지(세마글루타이드) 유지된다.

또한 GLP-1수용체작용제의 혈당조절 혜택이 3년까지 지속되는 경우(엑세나타이드)도 있었다. Abdul-Ghani 교수는 이러한 기전효과에 근거해 “GLP-1수용체작용제가 저혈당증 위험 없이 빠르고 지속적인 A1C 강하효과를 담보한다”고 설명했다.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혈당조절에 이은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도 GLP-1수용체작용제의 강점으로 꼽혔다. 현재까지 리라글루타이드의 LEADER 연구와 세마글루타이드의 SUSTAIN-6 연구, 둘라글루타이드의 REWIND 연구에서 GLP-1수용체작용제의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확인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LEADER 연구에서 위약 대비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복합빈도(3P-MACE)를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3P-MACE는 리라글루타이드군 4668명 중 608명(13%)에서 발생한 반면 위약군은 4672명 중 694명(14.9%)으로 상대위험도가 13% 낮았다(hazard ratio 0.87, P=0.01).

SUSTAIN-6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위약 대비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26%가량 더 낮췄다(P<0.001). REWIND 연구는 주요심혈관사건(3-point MACE) 상대위험도가 12% 유의하게 감소해 주목을 받았다. 일선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특성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사제형·고비용은 약점

한편 GLP-1수용체작용제는 메트포르민과 비교해 주사제라는 점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약점으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Abdul-Ghani 교수는 “피하주사 방식에 따른 순응도 문제는 주1회 지속형 제제를 통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GLP-1 제제의 제네릭화가 예상됨에 따라 비용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bdul-Ghani 교수는 최종적으로 “GLP-1수용체작용제와 관련한 일련의 과학적 근거를 고려한다면, 제2형당뇨병 치료의 1차선택으로 메트포르민 대신 GLP-1수용체작용제를 적용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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