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환자들이 고혈압·이상지질혈증 분야의 여러 약물을 개별적으로 복용하는 것보다 이들 약물을 혼합한 폴리필(polypill)에 아스피린을 더해 복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TIPS-3(The International Polycap Study)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0)에서 발표되는 동시에 NEJM에 게재됐다.

연구는 고정용량 병용요법인 폴리필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자 했다. 폴리필은 다중복합제로 다양한 성분을 혼합해 하나의 알약에 담는 제형이다. 처음에는 심혈관질환 치료에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추후 더 많은 만성질환 치료로 영역이 확산됐다.

이에 현재 의료계에서 단일제형복합제인 폴리필을 임상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인 TIPS-3는 폴리필의 최적 전략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9개국에서 심장질환 위험이 중등도에 해당하는 참여자 5700명을 포함했다. 참여자의 평균나이는 64세, 47%는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환자를 네 그룹으로 나눴는데, △1일 1회 아스피린 75mg △1일 1회 항고혈압제+콜레스테롤약물을 혼합한 폴리필 △1일 1회 폴리필+아스피린 75mg △1일 1회 5000IU 용량의 비타민D군으로 구성됐다. 모든 중재군에 위약을 복용하는 대조군도 있었다. 폴리필에 포함된 약물은 아테놀놀 100mg, 라미프릴 10mg, 히드로클로로치아지드 25mg, 심바스타틴 40mg이었다.

연구진은 환자를 약 5년간 추적관찰하면서 첫 주요심혈관사건 발생을 모니터링했다. 주요심혈관사건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비치명적 뇌졸중, 심부전, 심장발작(resuscitated cardiac arrest), 심혈관 사망으로 설정됐다.

그 결과 폴리필만 복용한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은 21%, 폴리필과 아스피린을 병용한 환자는 31% 낮아졌다. 아스피린 단독으로 복용한 환자는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증, 뇌졸중 위험이 14% 떨어졌다.

연구 발표자인 캐나다 맥마스터대학의 Salim Yusuf 교수는 “심장질환 위험이 중등도 정도인 환자에 1차예방으로 폴리필을 아스피린과 함께 처방해야 한다”면서 “이번 결과는 심장질환의 진행을 예방하는 데 폴리필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이터를 제공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Yusuf 교수는 “폴리필을 사용하면 전 세계적으로 3~500만 건의 심혈관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추후 폴리필과 아스피린 복합제는 LDL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보다 유의미하게 감소시키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50%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틴을 복용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러한 부작용이 약물 자체보다 약물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가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임상결과의 연관성은 이전부터 연구됐으며,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로 불린다.

이전 연구에서도 노시보 효과가 스타틴 부작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시사됐지만 명백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20)에서 발표된 SAMSON 연구는 스타틴 부작용의 원인을 탐구하기 위해 참여자에게 4개월간 스타틴(1일 아토르바스타틴 20mg)에 이어 4개월 위약(가짜 약)을 처방하고 나머지 4개월 동안 아무것도 처방하지 않았다.

다만 참여자는 자신이 8개월 동안 스타틴 또는 위약을 복용하는지 몰랐다. 참여자는 기본적으로 연구에 참여하기 전에 최소 스타틴 1개를 복용했지만, 부작용에 의해 치료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1년 동안 연구에 끝까지 참여한 60명은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무증상’ 0점부터 ‘최악’ 100점까지 매일 기록했다. 결과는 스타틴 복용기간에 보고된 증상의 90%가 위약 복용기간에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참여자가 스타틴을 복용할 때 겪은 부작용을 가짜 약을 복용하면서도 겪었다고 호소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스타틴 부작용은 약리효과보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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