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위험 감소혜택

울산의대 김대희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페린도프릴의 사망위험 개선혜택’에 대해 강연했다. 당뇨병이나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등 병력으로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고혈압 환자에서 레닌·안지오텐신계억제제(RAS억제제), 특히 ACE억제제 페린도프릴이 타 약제에 비해 우수한 심혈관 및 사망위험 감소혜택을 나타낸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낮아지는 목표혈압

김 교수는 최근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 목표치가 보다 엄격하게 하강하고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지난 2017년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는 새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전반적으로 130/80mmHg 미만까지 낮추도록 권고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진료지침에서 단순 고혈압 환자에게 140/90mmHg 미만조절을 권고하면서도,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에게는 130/80mmHg 정도로 또는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고혈압학회(ESH) 역시 2018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을 포함한 환자군에게 130/80mmHg 정도 또는 미만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항고혈압제 선택

목표치가 강화될수록 보다 강력한 혈압강하력을 갖춘 항고혈압제의 선택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불어 혈압강하력에서 더 나아가 심혈관보호효과를 갖춘 항고혈압제에 대한 기대도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항고혈압제 선택전략을 제시했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에서는 1차치료제 선택과 관련해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CCB), 이뇨제 중 선택하도록 했다. 유럽의 경우는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 대부분 환자에게 2제 병용요법을 권고하면서 순응도를 고려해 단일제형복합제(SPC) 적용을 우선하도록 당부했다. 가장 선호되는 2제병용은 ACE억제제·ARB로 대변되는 RAS억제제와 CCB 또는 이뇨제의 조합이었다.

ACE억제제

김 교수는 특히 RAS억제제 가운데 ACE억제제의 선택에 무게를 실었다. ACE억제제가 혈압강하 및 심혈관질환 임상혜택과 관련해 더 많은 근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ACE억제제와 ARB의 선택을 놓고 ARB-MI Paradox(심근경색증 패러독스)를 인용, “VALUE 연구 등에서 ARB 치료군의 심근경색증 위험이 타 고혈압 약제보다 높은 경향을 보였으나, ACE억제제는 HOPE와 EUROPA 연구 등에서 심근경색증 위험을 유의하게 낮췄다”며 ARB가 심근경색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나 요즘 나오는 연구결과들은 심근경색증 병력자 등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한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혜택과 관련해 ACE억제제에 힘을 실고 있다고 언급했다.

KAMIR 연구

김 교수에 따르면, ACE억제제는 ARB와 심혈관 임상혜택을 비교한 메타분석에서 사망위험 감소혜택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한국인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표 registry 연구인 KAMIR에서도 ACE억제제의 우위가 관찰된 바 있다. 당뇨병 동반 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증(NSTEMI) 환자 대상의 KAMIR에서 주요심혈관사건(MACE)이 ARB 대비 적게 발생하였고,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대상의 KAMIR-NIH에서는 심혈관 사망률과 전체 사망률 모두 ARB 대비 유의하게 낮은 위험도를 나타내 장기적인 생존혜택이 보고됐다.

페린도프릴

김 교수는 ACE억제제의 혈압강하력 및 심혈관보호효과를 보여준 또 다른 연구로 ADVANCE를 꼽았다. 고혈압 환자가 68% 포함된 당뇨병 환자군에서 페린도프릴과 이뇨제 인다파미드의 고정용량 병용요법으로 치료한 경우, 혈압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심혈관 및 미세혈관합병증 위험이 감소됨을 보인 연구다.

김 교수는 또한 ADVANCE-ON 연구를 인용, “ADVANCE 확대관찰에서 페린도프릴/인다파미드의 사망위험 감소혜택이 장기적으로 유지됐다”며 “항고혈압제 치료의 ‘레거시효과(legacy effects)’를 보여주는 연구다”라고 설명했다.

브라디키닌 활성화

김 교수는 ACE억제제에서 심혈관 및 사망위험 감소혜택이 우수하게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로 약물 고유의 작용기전을 꼽았다. 그는 “ARB의 경우 AT1수용체 뿐만아니라 AT3·4 등의 수용체를 자극할수도 있어 MMP-1 수치증가에 따른 혈관 플라크 파열이 촉진될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ACE억제제는 브라디키닌 증가를 통해 혈관 내피세포기능 및 섬유소 용해 개선 등으로 심혈관보호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한 “ACE억제제의 높은 지질친화성(high lipophilicity)으로 인해 죽상동맥경화성 플라크의 안정화 또는 퇴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긴 반감기 또는 높은 T/P ratio에 의해 24시간 혈압조절 효과가 유지되는 점도 ACE억제제 페린도프릴의 특장점으로 언급됐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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