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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에 특화된 항혈전 치료전략 업데이트정영훈 경상의대 교수
한국인과 서구인, 심혈관질환 위험 및 항혈전제 반응 달라
낮은 코로나 감염 사망률…
한국인이 가지는 낮은 ‘응고-염증 성향’이 원인일 수 있어

동아시아 패러독스 등장배경

2012년 본인이 처음 제시했던 ‘동아시아인 패러독스(East Asian Paradox)’ 개념이 심혈관계 약물치료 시 인종에 근거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필요성을 제기한 단계에서 학문적인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관련 전문가 합의문’은 이후 2014년(PMID: 25154978), 2018년(doi.org/10.1016/j.scib.2018.12.020) 및 2021년(PMID: 33171520) 3차례에 걸쳐 다듬어지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1년 국제 학술지인 ‘Thrombosis and Haemostasis’ 최신호에 발표된 전문가 입장은 몇 가지 측면에서 2014년 및 2018년 전문가 합의문과 그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전 합의문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혈소판제 사용에 대한 지침만을 다뤄 “기존 미국·유럽의 임상 결과에 바탕을 두고 있는 항혈소판제 치료지침에 의존하지 않고,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치료지침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면,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항응고제 치료 및 인종간 ‘혈전성향’의 차이에 근거한 코로나 감염증의 예후 등을 다루는 등 보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했다.

동아시아 패러독스의 개념

‘동아시아인 패러독스’ 개념은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항혈전제 사용 시 허혈 억제 혜택은 감소하고, 출혈 위험은 증가한다는 임상적 관찰 결과에 근거해서 제시됐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로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PMID: 33171520)(그림 1).

1. 낮은 혈전(Thrombogenicity) 성향: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낮은 비만도 및 유전적 영향 등을 통해 낮은 ‘응고-염증 활성도’를 가지고 있고, 이는 낮은 동맥경화증의 진행 및 허혈성 임상사건 발생 성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PMID: 33655720)(표 1).

2. 높은 출혈 경향: 서구인에 비해 동아시아인은 위중한 출혈 빈도가 높다는 임상 소견은 항혈소판제 사용 시에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와파린 등의 항응고제를 사용 시에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동아시아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률 등과 관련해 위장관출혈 빈도가 높다. 또 동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뇌내 미세혈관질환(ICAS)인 경우가 많고 출혈성 변형(hemorrhagic transformation) 발생 빈도도 높아 전체적으로 뇌내 출혈 유병률이 높다. 동아시아인에서 항혈전제 사용 시 허혈사건 감소 효과는 적고 출혈 증가 위험은 증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절한 약물 농도는 서구인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

3. 항혈전제에 대한 반응 차이: 전반적으로 똑같은 약물 및 용량을 복용 시 동아시아인에서 서구인에 비해 약물 혈중 농도가 높다(예외: 클로피도그렐, 에독사반). 또한, 같은 항혈전제를 복용하더라도 약물 농도는 인종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인에 적절한 약물 용량은 서구인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동아시아 패러독스 개념 및 임상결과는 최근 대한심장학회 심근경색연구회에서 제시한 전문가 합의문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PMID: 32969206). 이에 따라 한국인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표준용량의 프라수그렐(1일 1회 10mg) 및 티카그렐러(1일2 회 90mg) 사용 시 출혈 위험을 상당히 증가시킬 수 있어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아스피린 조기 중단 등을 적극 고려할 것을 제시하였다.

‘한국인’ 근거 기반 전문가 합의문

전문가 합의문의 치료지침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여러 임상연구가 최근에 발표되고 있어 더욱 힘을 얻는 모양새다. TICO 연구(3056명 환자 대상)에서는 기존 12개월 유지요법보다 3개월 이후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티카그렐러 단독요법이 위중한 출혈 위험을 44% 감소 시켰고(PMID: 32543684), HOST-REDUCE-POLYTECH-ACS 연구는 12개월 유지요법보다 1개월 후 프라수그렐 감량요법(1일 1회 5mg)이 위중한 출혈 위험을 52% 감소시켰다(PMID: 32882163). 또한 1개월 이후 티카그렐러에서 클로피도그렐로 약제 변경의 임상적 효능을 확인하는 TALOS-AMI 연구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PMID: 32718912).

또한 이번 전문가 합의문에서는 동아시아인에서 비비타민K길항제 경구용항응고제(NOAC)를 포함한 경구용 항응고제 치료 전략의 적정화 필요성도 최초로 제시했다. 같은 NOAC 용량 사용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뇌출혈 위험이 높고, 같은 혈중 농도에도 불구하고 위중한 출혈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PMID: 30590425)(그림 2). 또한 NOAC 제제 복용 후 약물 농도에 인종간 차이가 있어(특히 다비가트란 및 리바록사반) 동아시아인에 특화된 용량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방세동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 및 NOAC과 항혈소판제의 병용요법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인에 맞는 적정 용량 및 용법 개발은 점차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어 주목되는 부분이다.

COVID-19 내용도 포함

흥미롭게도, 이 합의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을 포함한 ‘혈전-염증 질환(thrombo-inflammatory disease)’에 대한 최신 지견과 전망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COVID-19는 다양한 혈전증(폐포내 혈전증, 폐색전증, 심부정맥혈전증 및 뇌졸증 등)을 유발하고, 이는 COVID-19와 관련된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전 임상관찰 결과를 보면 다른 인종에 비해 동아시아인에서 심부정맥혈전증 발생 빈도가 가장 낮으며, 그 원인으로 동아시아인의 낮은 ‘응고-염증’ 성향이 제시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런 성향이 COVID-19 감염 후에도 동아시아인에서 혈전증의 낮은 발생 및 치명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보다 많은 정밀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인 정밀의학 전략수립 기틀로 기대

9년 전 간단한 임상적 관찰로부터 시작한 ‘동아시아인 패러독스’가 점차 신뢰도 있는 임상 자료가 쌓이면서 그 개념 또한 점차 넓어지고 있다. 당초 항혈소판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 이 개념이 항응고제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또한, 인종간 ‘응고-염증’ 경향의 차이는 심혈관질환 발생 및 항혈전제 사용에 따른 위험-혜택 비율에도 차이를 만들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COVID-19 예후에도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혈액이 가지고 있는 혈전 성향이 심혈관질환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밀의학’이 한국인 맞춤형 항혈전제 치료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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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훈 교수#동아시아 패러독스#항혈전제#항혈전치료#응고#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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