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페니돈 장기간 사용 근거 마련

특발성폐섬유화증(IPF)은 노화와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고령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IPF 위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현재 국내 평균 연령은 43세 수준이다. 유럽,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보다 높은 정도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사회고령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앞으로 IPF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울산의대 송진우 교수(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검진에서 흉부 CT 검사를 통해 무증상 IPF 환자로 검진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즉 초기 검진 환자의 증가도 IPF 유병률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는 것. 유병률 증가에 발맞춰 치료전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송 교수는 IPF 치료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항섬유화제인 피르페니돈(제품명 피레스파)에 대한 시판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를 진행했다. 송 교수에게 국내 IPF 치료의 현황과 피르페니돈 PMS 결과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Q. 국내외에서 IP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현황을 설명하자면?

국내외 모두 사회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특발성폐섬유화증(IPF)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임상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항섬유화제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고 있고, IPF의 자연경과를 조절할 수 있다는 측면으로 개념이 바뀌고 있다. 게다가 병적 섬유화는 폐뿐만 아니라 간, 심장, 신장 등 다양한 장기에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피르페니돈 등 IPF에 사용되고 있는 항섬유화제를 다른 장기의 섬유화증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과 관련해 IPF 환자들이 일반인 대비 사망위험이 높게 나타나고, 중증 COVID-19 감염 환자 중 일부에서 폐섬유화증이 합병증으로 보고되고 있다. 폐섬유화증이 영구적인 부작용으로 남게되고 사망까지 이어지게 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피르페니돈 등 항섬유화제를 COVID-19 환자의 폐섬유화증 예방전략으로 적용하고도 있다.

Q. 대표적인 항섬유화제인 피르페니돈의 PMS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의 임상적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피르페니돈 등 항섬유화제는 질환 진행 속도는 감소시켜주지만, 소화기, 피부 등에 대한 유해사건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에서는 1년 정도 사용했을 경우 25%의 환자에서 유해사건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됐고, 리얼월드(real world) 연구에서도 30~40%의 환자들은 이상반응으로 인해 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30~40%의 환자에서는 부작용 조절을 위해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물치료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표준치료보다 용량을 줄여서 사용할 경우 약물치료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왔다. 이에 PMS에서 이를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Q. PMS 결과와 임상적 의미를 정리한다면?

결론적으로 표준용량인 1일 1800mg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대비 용량조절이나 일시중단으로 1200mg, 1200mg 미만을 투여받은 환자에서도 사망, 입원, 급성 악화, 폐기능감소, 증상변화에 유의한 효과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했을 때 이 연구는 약물요법으로 인한 유해사건으로 환자의 치료 순응도가 감소될 경우 용량조절을 통한 치료 유지가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한 근거가 된다. 단 이 결과가 처음부터 저용량 치료전략을 사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는 아니다. 처음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1800mg 정량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Q. 용량조절 전략을 시행할 때 주의점이 있다면?

피르페니돈의 유해사건은 대부분 복용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이에 최초 6개월 동안 환자의 유해사건 발생 정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고, 6개월 이후 유해사건이 조절돼 안정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면 용량을 높여서 높은 용량으로 치료하도록 한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순응도에 관련해 삼킴 장애가 빈번한 고령 환자에게는 최근 시도되고 있는 고용량 제제(600mg, 400mg) 보다 크기가 작은 기존의 저용량 제제(200mg)가 더 적절할 수 있다.

Q. PMS에서 확인된 IPF 관련 유해사건 및 환자 특징을 정리한다면?

PMS 결과는 3상임상보다 더 실제 임상현장의 환자특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임상현장에서는 3분의 1에서 식욕감퇴가 나타나고, 10~15%에서는 광과민성이 나타난다. 식욕감퇴의 경우 환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호소하고, 광과민성의 경우 야외활동에 제한을 준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호소한다. PMS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 내용으로, 약물치료를 유지하는데 식욕감퇴와 광과민성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에서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었고, 높은 흡연율을 보였다. IPF를 이환하고 있는 환자 중 70~80%는 고령의 남성인데 이를 고려하면 PMS 자료는 IPF의 가장 확실한 특징이 노화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있다. 단 IPF에 대한 흡연의 영향에 대해서는 현재 상반된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피르페니돈 용량조절의 임상적 아웃컴

피르페니돈(제품명 피레스파)은 IPF의 진행 감소 효과가 확인된 항섬유화제다. 하지만 권고된 최대 용량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유해사건 발생률이 높고 이로 인한 용량조절이 필요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치료기간 중 약물용량 조절이 임상적 아웃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2014~2017년 국내 10개 병원에서 피르페니돈에 대한 시판후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 환자들은 3개월 이상 피르페니돈을 투여받았고 베이스라인부터 추적관찰 기간 동안 1회 이상 폐기능 평가를 받았다. 약물용량은 1일 1800mg, 1200mg, 1200mg 미만으로 분류해 사망, 입원, 급성 악화, 폐기능감소, 증상 변화, 유해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평균 11개월 추적관찰한 결과 사망, 입원, 급성 악화 발생률은 치료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와 함께 연간 노력성폐활량, 10% 이상 노력성폐활량이 감소한 비율도 차이가 없었다. 그리고 증상 변화 정도 역시 차이가 없었다. 이에 용량 조절 치료전략은 효과는 유지하면서 약물순응도를 높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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