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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당뇨병학회 신의료기술TFT]
CGM과 연동된 인슐린펌프
임상적 필요성과 국내 임상현장의 과제
진상만 성균관의대 교수

전문

1형당뇨병이나 심한 인슐린 분비의 결핍을 보이는 진행된 2형당뇨병은 부족한 인슐린 분비로 인해 고혈당이 생기는 것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의 저혈당과 심한 고혈당을 오가는 극심한 혈당의 변동이 나타난다.

이는 인슐린의 분비가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 혈당이 내려가려고 할 때, 자동차에 비유하면 엑셀 페달에서 발을 떼는 대응부터 가능하지만, 인슐린 분비의 결핍 상태에서는 그런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잦은 저혈당에 노출된 당뇨병 환자는 저혈당 경고 증상마저 소실돼, 당질 섭취로 저혈당을 예방할 기회조차 없이 의식 소실을 동반한 저혈당에 빠지기도 한다.

2010년대 중반부터 해외의 지침은 모든 1형당뇨병 환자에서 연속혈당측정(CGM)을 적용하고, 저혈당의 고위험군에서는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된 인슐린펌프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으나, 국내에는 이런 치료가 널리 보급되지 못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Type 1 Diabetes Exchange Registry 2016~2018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1형당뇨병 환자의 63%에서 인슐린펌프가 사용되고 있으나(Diabetes Technol Ther. 2019, 21:66-72), 국내에서는 전체 1형당뇨병 환자에서는 5% 미만에서만 인슐린펌프가 사용되고 있다(J Diabetes Investig. 2018, 9:549-57).

연속혈당측정과 연동된 인슐린펌프 중 가장 최근의 형태는 야간과 공복 시의 인슐린 주입을 완전히 자동화한 자동인슐린주입(Automated Insulin Delivery, AID)인데, 이는 어느 날은 극심한 야간 고혈당이, 어느 날은 새벽에 생명을 위협하는 저혈당이 나타나는 1형당뇨병 환자에게는 가뭄 끝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인슐린 치료 100주년을 맞아 가장 큰 혁신으로 빼놓지 않고 소개되는, 심지어 1형당뇨병 진료에 큰 관심이 없는 의료인들조차 인정하는 커다란 진보다.

그러나 2016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미국, 유럽은 물론 중동 일부 국가 등 아시아권에서 수년 전부터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 치료가 한국에서는 2022년 상반기에야 처음으로 도입됐고, 그나마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왜 한국은 CGM과 연동된 자동인슐린주입 인슐린펌프의 후진국이 되었는가?

IT 강국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한국은 왜 정작 자동인슐린주입 인슐린펌프의 후진국이 되었을까?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1)인슐린펌프 지원 기준 가격의 불합리성: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0원이라고 평가한다면 자율주행차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까?

인슐린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시작된 지 2년이 되고 있으나, 일반적인 의료기기의 지원 시스템이 아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복지 차원으로 관련 기기의 원가를 매긴 후 소모품을 90%, 기기는 70%를 ‘요양비’ 시스템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인슐린펌프의 요양비 지원 기준은 5년 기준 170만원이며, 이 기준 금액의 70%를 요양비 체계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170만원이라는 액수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0으로 계산해 연속혈당측정과의 연동이나 자동인슐린주입 소프트웨어가 없는 단순 인슐린펌프의 원가를 산정한 가격임에도, 연속혈당측정 기기와 연동되는 펌프나 자동인슐린주입 알고리듬이 탑재된 펌프의 구매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슐린펌프의 요양비 지원 기준은 5년 기준 170만원만 인정하지만 실제 최신 자동인슐린주입(인공췌장 기기 포함)이나 패치 펌프의 비용은 기준가 170만원 보다 3~8배 이상 높다. 즉 대표적인 제품들의 경우 요양비 지원을 받아도 5년간 약 2000만원(1개월에 약 33만원)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사실 인슐린펌프의 다회인슐린 주사 대비 이득은 거의 대부분 연속혈당측정과의 연동 및 볼루스 계산기의 사용에 의해 나타나며, 특히 환자가 피부에 와닿는 뚜렷한 이득은 자동인슐린주입 알고리듬과 결합될 때에 나타난다.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없는 고식적인 인슐린펌프만으로는 사실 혈당의 변동이 심하게 나타나는 고위험군의 환자에서 다회인슐린 주사 대비 피부에 와닿는 뚜렷한 이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동인슐린주입 알고리듬의 원가를 0원으로 평가해 소프트웨어 탑재 여부에 무관하게 모든 펌프에 동일한 기준 금액을 적용하는 현재의 인슐린펌프 요양비 지원 제도는 지극히 불합리하다.

2)인슐린펌프 기기를 ‘요양비’로 분류해 의료진의 처방 및 교육이 불가능한 문제: 운전면허학원을 자원 봉사자의 무료 봉사만으로 운영하도록 규제한다면, 자동차 산업이 지속 가능할까?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라는 의미는 의료진에 의한 처방 및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의사는 환자에게 ‘알아서 기기를 구해서 사용법을 독학으로 익히라’고 하는 체계다.

인슐린펌프를 제대로 시작하려면 탄수화물 계수 계산 등 통상적인 진료와 당뇨교육의 수준을 현저히 넘어서는 수준의 지식이 반드시 요구되나(의사, 영양사, 당뇨병전문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 교육팀이 필요), 인슐린펌프를 교육과 함께 처방하는 제도 자체가 없으니 환자나 의료진이 인슐린펌프의 사용법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인슐린 주입 알고리듬이 탑재된 인슐린펌프가 국내에도 출시되었으나, 국내 현실은 마치 기본적인 운전 방법을 전혀 몰라서 자율 주행차가 나와도 타지 못하는 상황과 같다. 

비유하자면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을 자원 봉사자의 무료 교육만으로 운영하도록 규제하는 나라는 대다수는 자동차를 감히 타려 하지 않고, 소수의 얼리 어답터들이 자기들끼리 운전방법을 공유하며 비공식적인 교육을 하되 경찰의 눈을 피하고자 할 것이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어도 ‘자동차는 비싸기만 하고 위험한 것’, ‘조금 빠르게 갈 수는 있지만 사고 위험이 높고 관리하기 어려우며, 그냥 대중교통만 타고 다니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다.

사람들은 개인용 자동차가 없던 세상처럼, 대중 교통이 닿는 곳으로 활동의 범위를 제한하고 살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현재 한국에서 인슐린펌프가 거의 쓰이지 않는 이유이며, 많은 수의 1형당뇨병 환자들이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을 잃고 삶의 방식에 큰 제한을 갖고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해결 방안: 요양비가 아닌 의료비로 전환, 지원 기준 현실화 및 중증 난치성 질환 지정이 시급

인슐린펌프 지원 기준 가격에 자동인슐린주입 알고리듬의 가치를 반영해 현실화하고, 또한 ‘요양비’가 아닌 ‘의료비’로 지원해 의료진에 의한 처방 및 교육이 가능해져야 한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가의 의료기기 사용 및 인슐린 용법과 기기 사용에 대한 고도화된 교육이 필요한 1형당뇨병, 인슐린 결핍이 진행된 2형당뇨병을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지정해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자동인슐린주입 인슐린펌프까지 상용화 되는 등 관련 기술이 발전해 서구에서는 고도화된 교육과 함께 최신 기기 사용을 지원, 1형당뇨병 환자도 질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과 똑같은 사회활동이 가능하게 됐다. 단지 국적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회가 방치하는 윤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게 했을 때 의료기기 및 집중 교육 지원 금액보다 훨씬 큰 액수의 경제적 공헌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 1형당뇨병은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서 저혈당으로 인한 의식저하 및 그에 따른 응급실 방문 및 입원/사망, 실명, 신기능 소실로 인한 투석과 신장이식, 협심증, 뇌졸중의 발생 등 합병증의 발생률이 아주 높은 수준이다. 치료 난이도는 물론 의료 비용 발생도 중증 난치성 질환에 합당하다. 보험급여를 제외한 본인부담 의료비가 매우 높은 췌도부전을 동반한 당뇨병이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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