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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강하제와 심혈관질환 예방의 굴곡진 역사UKPDS → ACCORD → 심혈관안전성 → SGLT-2억제제
  • 이상돈 기자
  • 승인 2023.03.10 16:06
  • 호수 121
  • 댓글 0
당뇨병 대란이 두려운 이유는 혈관합병증 위험 때문이다. 당뇨병은 고혈당 상태의 장기간 노출로 인한 혈관의 구조·기능적 장애, 즉 혈관합병증 위험이 가장 무서운 상대다. 당뇨병 환자의 상당수가 대혈관합병증인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 당뇨병성 신장병증·신경병증·망막병증 등 미세혈관합병증 역시 환자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한다. 때문에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혈당조절을 통해 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혈당을 정상화시키면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출발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대혈관합병증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고혈당 - 죽상동맥경화증 -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초기단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 즉 혈당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당조절 = 혈관합병증 예방’이라는 공식을 임상현장에서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절실하다.

혈당조절과 심혈관질환

고혈당은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이자 치료타깃이다. 당뇨병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 또한 대협관합병증을 비롯한 혈관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혈당조절을 통한 대혈관합병증 예방에 있어 일관된 결론이 도출되지 못했다.

혈당강하제의 유의한 혈당강하 효과는 입증돼 있었지만, 혈당이라는 지표(marker)의 개선이 심혈관사건이라는 궁극적인 임상결과(clinical outcomes)의 개선으로 이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다. 현시점에서는 SGLT-2억제제 또는 GLP-1수용체작용제를 통한 혈당조절이 심혈관 임상혜택을 담보한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하고 있지만, ‘혈당조절(혈당강하제치료) = 심혈관질환 예방’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집중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을 입증한 △UKPDS 연구를 통해 2형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 위험감소의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ACCORD 연구 등을 거치면서 적극 혈당조절을 통해 심혈관질환을 막겠다는 노력은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티아졸리딘디온계 로시글라타존 파동으로 인해 심혈관질환 위험감소에 기여해야 할 혈당강하제들이 심혈관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까지 놓였다. 하지만 △엠파글리플로진을 검증한 EMPA-REG OUTCOME 연구를 시작으로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임상혜택이 정설로 인정받게 되며, 이것이 △계열효과인지 개별약제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결론만이 남아 있다.

UKPDS

UKPDS 연구는 1977년 시작돼 1997년 종료됐다. 연구종료 직후 10년간 대상환자들에 대한 관찰을 진행한 결과, 종료시점 당시의 미세혈관·대혈관합병증 개선결과가 유지되거나 더 좋아졌다. 20년에 걸쳐 완료된 대표적 당뇨병 연구(UKPDS)의 생존환자들을 다시 10년간 모니터링한 결과다.

20년 연구에서 나타난 조기·적극적 혈당조절의 합병증 개선효과는 10년 모니터링 완료시점까지 유지됐다. 특히 UKPDS 연구 당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일부 대혈관합병증 종료점이 10년 모니터링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해 보다 진전된 성과를 거뒀다.

혈관합병증 예방을 위한 당뇨병 치료에 있어 어느 시점에서 혈당을 적절하게 조절했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계치 미만의 지속적 유지에 앞서 혈당조절의 타이밍, 즉 조기의 적극적인 조절이 고혈당 관리의 핵심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ACCORD·ADVANCE·VADT

2000년대 들어서는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되는 적극적인 혈당조절의 임상혜택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가면서, 집중 혈당조절(intensive glucose control therapy)의 심혈관사건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줄줄이 발표됐다. 이들 연구는 기존보다 혈당 목표치를 낮춰 잡는 집중적인 혈당강하를 통해 당뇨병 환자의 대혈관합병증을 더 줄여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세 연구 모두에서 집중 혈당조절 전략이 대혈관합병증인 심혈관질환 감소에 유의한 혜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혈당조절을 통한 심혈관질환 예방의 행보는 다시 주춤한다.

로시글리타존

ACCORD 연구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집중 혈당조절의 심혈관 임상혜택 입증 노력은 로시글리타존의 심혈관 안전성 파동에 직면해 또 한차례 된서리를 맞았다. 로시글리타존은 2001년 심부전 위험이 공지되고, 2006년에는 당뇨병 예방효과(DREAM)와 장기간 혈당조절 효과(ADOPT) 등이 보고되면서 부침(浮沈)을 겪었다.

이어 2007년에는 심혈관 부작용 위험에 관한 메타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심근경색증 위험에 대한 박스경고문 삽입을 결정하는 등 심혈관 안전성과 관련해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2007년과 2010년의 규제 후 2013년 FDA가 “로시글리타존의 처방과 사용에 대한 특정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공표했지만, 혈당강하제의 심혈관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씻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SGLT-2억제제

이후 SGLT-2억제제가 혈당강하를 통해 심혈관사건 및 사망률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 당뇨병 약물로 자리매김했다. 혈당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심혈관사건 예방효과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궁극적으로 사망률까지 유의하게 줄이며 당뇨병 치료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다파글리플로진·엠파글리플로진·카나글리플로진을 비롯해 티아졸리딘디온계 피오글리타존(IRIS), GLP-1수용체작용제 리라글루타이드(LEADER), 세마글루타이드(SUSTAIN-6) 등이 심혈관 임상혜택을 입증한 혈당강하제로 거론되며 혈당강하제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를 이루기 위한 노력에 순풍이 불고 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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