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질환: P-CAB·PPI의 약진

우리나라에서 소화기질환의 적극적인 관리가 강조되는 배경에는 암 발생 위험이 있다. 위장관질환은 위암으로, 간질환은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상현장에서는 조기에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치료전략이 요구된다. 그리고 이런 임상현장의 요구에 치료전략과 보건의료정책이 응답하고 있다.

위장관질환에서는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가 위식도역류질환(GERD)의 주요 치료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020 서울 GERD 합의문(2020 Seoul GERD Consensus)에서는 단계적 평가를 통해 GERD로 진단된 환자에게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함께 주요 치료전략으로 P-CAB을 권고했다.

P-CAB이 대두되고 있는 흐름에서도 PPI는 여전히 주요 치료전략으로 중용되고 있다. 미국소화기학회(ACG) 가이드라인에서는 PPI를 GERD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전략으로 권고했다. 또 장기간 PPI 사용의 안전성에 대한 보고들도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안전성도 담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PPI는 위염 치료전략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스오메프라졸의 경우 10mg 용량으로 기존 치료전략인 H₂수용체길항제(H₂RA)인 파모티딘 20mg과 미란성 위염 환자에서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한 3상임상에서 임상적 역할을 입증했다. 분석결과 미란 개선율은 양군 비열등한 것으로 나타났고, 출혈개선율은 더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GERD와 위염 유병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새로운 환자가 더해지는 것보다 기존 환자들의 기대수명 증가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사회고령화에 따라 GERD와 위염 환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고, 잠재적으로 위암 위험이 높은 인구수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B형간염, 간암의 주요원인

간질환에서는 여전히 B형간염의 비중이 가장 높다. 대한간학회의 간암 팩트시트(2021 Hepatocellular Carcinoma Fact Sheet in Korea)에서는 2008~2017년까지의 간암 발생원인 중 B형간염의 비중이 60%, 2018년에도 58.4%로 나타난 바 있다. 국내 B형간염 유병률은 국가예방접종사업, 주산기감염예방사업을 통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보고된다. 대한간학회의 한국인 간질환백서에 따르면 소아 인구의 B형간염 감염률은 1% 미만으로 나타났고, 표면항원(HBsAg) 양성률도 10세 이상 남성에서 3.2%, 여성에서 2.3% 수준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30~60대에서 확인되는 높은 HBsAg 양성률, 사회고령화로 인한 B형간염 고령 환자의 증가다. 아직 완치전략이 없는 가운데 간경변증, 간암의 위험 감소를 위한 B형간염 관리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B형간염 치료범위 확대

이에 대한간학회는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했다. 특히 간섬유화와 간경변증 소견이 확인될 경우 간기능, B형간염 바이러스 수치(HBV DNA)보다 우선해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 또 이미 간암을 이환하고 있어도 B형간염 바이러스 치료 또는 예방목적으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고려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항바이러스치료제와 연관된 문제인 신기능 이상 또는 골대사질환이 있는 환자에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 푸마레이트(TDF)보다 엔테카비르,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마이드(TAF), 베시포비르를 우선 투여해야 한다는 점도 밝혔다.

한편 올해 초 개정된 보건복지부 만성 B형간염 치료 요양급여도 대한간학회 가이드라인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HBsAg 양성 환자 중 간경변증 동반 환자 치료 시 B형간염 바이러스 DNA(HBV DNA) 및 AST나 ALT와 무관하게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또 간섬유화 소견(F2 단계 이상)이 있을 경우 항바이러스치료제를 위한 AST나 ALT 기준을 기존 80IU/mL 이상에서 40~80IU/mL로 하향조정했다.

‘회색지대’ 관리전략

2022년 만성 B형간염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B형간염 자연경과 중 회색지대(grey zone)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회색지대는 면역관용기, B형간염 e항원(HBeAg) 양성 면역활동기, 면역비활동기, HBeAg 음성 면역활동기, HBsAg 소실기의 자연경과 단계의 B형간염 바이러스 DNA나 알라닌 아미노기전이효소(ALT)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약 30%가 회색지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고, 혈청 ALT가 유의하게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색지대 환자는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고, 당뇨병이나 지방간 등 동반질환, B형간염 바이러스 특정 부위의 변이 등 간질환 진행과 연관된 추가적인 위험인자들을 동반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울산의대 임영석 교수(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는 The Liver Week 2023에서 진행한 ‘만성 B형간염 환자의 회색지대 치료전략’에 대한 강의에서 면역관용기와 HBeAg 양성 면역활동기 사이의 회색지대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비활성기 환자와 회색지대 환자의 간암 위험을 비교한 연구(Clin Gastroenterol Hepatol. 2022)에서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회색지대 환자는 면역비활동기 환자 대비 간암 위험이 14배 높았고, 45세 이상일 경우 18배 높았다”며 회색지대 환자의 간암 위험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REVEAL-HBV 코호트 연구(JAMA. 2006)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HBV DNA 6log10copies/mL(~5log10IU/mL)에서 ALT 수치와 무관하게 가장 높게 나타났고, 국내 연구(Aliment Pharmacol Ther. 2020)에서는 ALT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은 HBV DNA 6log10IU/mL 전후인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간암 위험이 HBV DNA 8log10IU/mL인 B형간염 환자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에 임 교수는 “HBV DNA 4~8log10IU/mL인 환자는 간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 8log10IU/mL 이상인 환자에서는 간암의 예방을 위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행해 만성 B형간염 치료에서 회색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log10IU/mL 미만인 경우에는 면밀히 관찰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국내에서 B형간염 치료를 확대할 경우 비대상성간경변증, 간암발생, B형간염으로 인한 사망을 줄일 수 있고, 비용 대비 효과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형간염 ‘전유전자형’ 관리전략

국내 C형간염은 수혈이 주 감염경로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혈 혈액에 대한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선별검사 및 핵산증폭검사가 시행된 후 많이 감소했다. 여기에 더해 직접작용항바이러스제(DAA)가 도입된 이후 치료 성공률도 높아져 전반적인 유병률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DAA 치료전략은 초기에는 C형간염 유전자형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돼 왔지만, 현재는 전유전자형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이 제시돼 있다. 미국감염학회(IDSA)와 미국간학회(AASLD)의 2023년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는 유전자1~6형 초치료 환자에게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는 8주, 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는 12주를 사용하도록 했다. 비대상성간경변증 환자에서도 초치료 전략으로 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 + 리바비린(체중기반) 12주 전략을 유전자1~6형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외 DAA 전략에 실패한 재치료 환자에서도 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중심으로 전유전자형 혹은 폭넓은 유전자형 치료에 사용하도록 했다.

C형간염 선별검사 필요성 대두

그렇지만 대한간학회는 간질환백서에서 40세 이상 환자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사회고령화로 인해 고령일수록 점진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내 다기관 검진자료에 따르면 20대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 양성률은 0.24%로 나타났지만, 연령이 증가할수록 양성률이 증가해 70세 이상에서는 1.64%까지 높아졌다. 이에 간질환백서에서는 무증상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적극적인 발굴, 진단, 치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IDSA·AASLD C형간염 가이드라인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전반적인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와 미국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권고사항과 궤를 같이하는 내용이다. USPSTF는 18~79세 연령대에 대한 전반적인 선별검사를 권고했고, CDC는 18세 이상 성인 및 모든 임신부에 대해 1회 이상 선별검사를 권고했다.

C형간염 선별검사, 비용 대비 효과 충족

The Liver Week 2023에서는 국내 C형간염 선별검사의 효과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비용 대비 효과 분석결과가 공유됐다. 결과적으로 C형간염 선별검사는 비용-효과가 확보된 전략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질보정생존년수(QALY)를 보건의료체계 관점(직접의료비), 사회적 관점(교통비 및 시간비용, 질환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비용 등), 제한적 사회적 관점(생산성 손실비용을 제외한 직접의료비용 + 간접의료비용)으로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체계 관점의 점증적 비용-효과비율(Incremental Cost-Effective Ratio, ICER)은 1398만 9037원/QALY, 사회적 관점 ICER은 1089만 9737원/QALY, 제한적 사회적 관점 ICER은 1428만 4813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회는 “비용효과성 임계값 3050만원/QALY보다 낮기 때문에 선별검사는 비선별검사보다 비용-효과적인 대안으로 볼 수 있다”고 정리했다.

추가적으로 학회는 C형간염 바이러스 항체검사를 정밀면역검사 대신 일반면역검사로 시행할 경우 ICER은 448만 6691원/QALY로 정밀면역검사(1398만9037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민감성 분석에서는 항체양성률이 비용 대비 효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연령대에서 항체양성률이 0.4%로 낮은 경우 ICER은 2646만 2130원으로 높아졌고, 1.2%일 경우 509만 3276원으로 감소했다.

C형간염 바이러스 RNA 양성률도 23.68%로 낮아질 경우 ICER이 1954만 121원/QALY로 1.4배 높아지지만, 55%로 높아지면 861만 8139원/QALY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AA 치료수용률도 72.8%에서 60%로 낮아지면 ICER이 1811만 6226원으로 상승하고, 80%로 높아지면 1228만 2965원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회는 “소요되는 비용은 대부분 선별검사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용으로, C형간염 항체검사,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진단된 환자의 확진검사, HCV RNA 검사, 유전자형 검사, 외래진찰료가 포함돼 있다”며 높은 비용 대비 효과에 무게를 뒀다. 또 “C형간염으로 인한 장기간 간질환 합병증인 비대상성간경변증, 간세포암, 간이식 등을 감소시켜줄 수 있다”며 혜택도 강조했다.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연령대에 따른 비용 대비 효과 분석결과 56~60세에서 시행할 경우 574억원 소요-20년 시점 합병치료비 213억원 절감, 51~60세 시행할 경우 1162억원 소요-375억원 절감, 56~65세에서는 1105억원 소요-5578억원 절감되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회는 “56~65세 인구에서 선별검사를 시행할 경우 12년 시점부터 절감금액이 검사비용을 상회하기 시작한다”며 선별검사 적정 연령대를 제언하기도 했다.

한편 C형간염 사후관리와 관련해서는 C형간염 진단 및 치료를 위한 과도한 병원 방문 횟수(최대 4~5회), 높은 치료비용(소득이 적은 고연령층에서 높은 유병률)이 사후관리에 장애가 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커져가는 NAFLD 부담률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AFLD)도 국내 간질환에서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간질환백서에서는 국내에서 비만, 당뇨병 유병률 증가와 함께 NAFLD 유병률도 함께 증가하고 있고, 특히 사회고령화 추세와 동반되는 경향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비만하지 않은 NAFLD의 비중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에서는 BMI 25kg/㎡ 미만 인구에서 NAFLD 유병률이 12.4%, 24개국 93건 연구 메타분석에서는 정상·과체중 NAFLD 유병률이 11.7%로 보고됐다.

NAFLD를 타깃으로 한 약물요법은 아직 제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생활습관개선과 비만 및 2형당뇨병 치료전략을 통한 연계 관리전략이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AASLD의 NAFLD 가이드라인에서는 비만이 NAFLD의 발생 및 진행과 연관성이 있고, 2형당뇨병은 NAFLD를 비롯해 섬유화증, 간암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세마글루타이드, 피오글리타존을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물로 제시했다. 또 리라글루타이드, 티르제파타이드, SGLT-2억제제는 잠재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전략으로 언급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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