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 적응증

지난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성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적응증에 레카네맙을 정식승인한다고 밝혔다. 레카네맙은 지난 1월 FDA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았는데, 불과 6개월만에 정식승인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치료가 국민보건 측면의 최대 관심사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FDA 측은 레카네맙의 승인과 관련해 “이번 승인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과정을 타깃으로 하는 약물이 이 파괴적인 질병을 대상으로 임상혜택을 보여줬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였다”는 논평을 낼 정도였다.

레카네맙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축적·응집되면서 인지기능장애가 발생하는 병태생리를 갖추고 있다. 현대의학과 제약업계는 이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을 억제하는 방법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제거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근거와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급기야 항아밀로이드항체 신약을 이끌던 아두카누맙이 FDA의 신속승인까지 받게 된다.

레카네맙은 역시 항아밀로이드 단일클론항체 신약으로 아두카누맙을 개량한 형태로 알려져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amyloid-beta protofibrils)에 강하게 결합해 플라크를 감소시키는 기전이다.

CLARITY  AD

레카네맙의 승인은 3상임상에 해당하는 CLARITY AD 연구에 근거해 이뤄졌다. 연구는 다기관·이중맹검·위약대조 방식의 RCT(randomised controlled trials)로 18개월에 걸친 치료·관찰이 진행됐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또는 뇌척수액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축적 근거가 있는 50~90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795명을 대상으로 레카네맙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즉 경증 인지장애 또는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경증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가 대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은 2주 간격으로 레카네맙 10mg/kg을 정맥투여한 그룹(레카네맙군, 898명)과 위약군(897명)에 무작위 배정돼 18개월 동안 치료받았다. 1차종료점은 등록 당시부터 18개월까지 임상치매척도(CDR-SB) 점수 변화로 정의했다.

주요 2차종료점은 △PET에서 확인한 아밀로이드 침착 △알츠하이머병 인지평가척도 점수(ADAS-cog14)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ADCOMS) △일상생활능력평가점수(ADCS-MCI-ADL) 등의 변화로 설정했다.

유효성

결과는 레카네맙 투여가 위약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인지기능감소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등록 당시 대비 18개월째 보정한 CDR-SB 점수의 평균변화는 레카네맙군 1.21점 대 위약군 1.66점으로, 레카네맙군이 0.45점 적게 변화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였다(P＜0.001). CDR-SB 점수는 높을수록 인지기능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ADAS-cog14(-1.44, P＜0.001, 높을수록 중증), ADCOMS(-0.050, P＜0.001, 높을수록 중증), ADCS-MCI-ADL(2.0, P＜0.001) 등에서 모두 레카네맙의 유의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성

다만 안전성 평가에서 레카네맙군의 주입 관련 반응은 26.4%였으며 위약군은 7.4%에 머물렀다. 부종 또는 삼출(effusion)을 동반한 아밀로이드 관련 비정상적 영상소견(ARIA-E) 발생률은 레켐비군이 12.6%였지만 위약군은 1.7%에 그쳤다. 레카네맙군에서 ARIA-E는 일반적으로 치료 첫 3개월에 경미하거나 무증상으로 발생했고, 경미한 경우 치료중단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4개월 이내에 해결됐다.

뇌 미세출혈, 뇌 거대출혈, 표면적 철침착증 등을 소견으로 한 ARIA-H 발생률은 레켐비군 17.3% 대 위약군 9.0%로 조사됐다. ARIA-E와 ARIA-H는 두 가지 APOE4 대립유전자를 가진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했다. ARIA로 인한 사망은 없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18개월에 걸친 치료관찰에서 레카네맙이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를 감소시켰고, 인지기능은 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다만 부작용 위험과의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도나네맙

또 따른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인 도나네맙은 3상임상에서 긍정적 성과를 거두면서 치매정복에 일조하고 있다. 레카네맙이 FDA 승인된 지난 7월 유럽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 2023)에서는 도나네맙의 3상임상에 해당하는 TRAILBLAZER-ALZ 2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도나네맙 역시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타깃으로 하는 항아밀로이드항체 신약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 적응증을 정조준하고 있다. TRAILBLAZER-ALZ 2 연구는 도나네맙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방식으로 진행된 RCT로 FDA 승인의 근거가 될 전망이다.

연구는 8개국 의료·연구기관에서 모집된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경증 인지장애, 경증 치매) 1736명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환자들은 PET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와 (저에서 고위험에 이르는) 타우(tau)의 병리학적 소견이 관찰된 상태였다. 참여 환자들은 72주간 4주 간격으로 도나네맙(860명) 또는 위약(876명)을 정맥투여하는 방식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1차종료점은 기저시점부터 76주까지 통합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iADRS) 점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평가했다. iADRS는 점수가 낮을수록 장애가 더 심한 것으로 해석한다. 2차종료점은 임상치매척도를 나타내는 CDR-SB 점수(높을수록 중증)의 변화를 들여다 봤다.

TRAILBLAZER-ALZ 2

분석결과, 전체 환자(저·중등도·고 수준의 타우 소견)에서 76주 시점의 iADRS 변화는 도나네맙군 -10.2 대 위약군 -13.1로 양 군 간에 유의한 점수변화의 차이를 보였다(2.92 포인트 차이, P＜0.001).

이를 질병진행감소 척도로 환산해 보면, 위약군과 비교해 도나네맙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22% 늦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에서 중등도 수준의 타우 병리학적 소견에 해당하는 환자그룹에서는 iADRS 변화가 도나네맙군 -6.02 대 위약군 -9.2로 양 군 간에 더 큰 차이를 나타냈다(3.25 포인트 차이, P＜0.001).

이 또한 질병진행감소 정도로 환산하면, 도나네맙군에서 위약군 대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35% 지연시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76주 시점 CDR-SB 점수의 변화는 전체 환자에서 도나네맙군 1.72 대 위약군 2.42로 도나네맙군이 유의하게 더 낮았다(P＜0.001). 도나네맙군에서 29%의 질병진행 감소가 관찰된 것이다. 저·중등도 타우 소견그룹의 경우, CDR-SB 점수의 변화가 1.20 대 1.88로 역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P＜0.001). 역시 이 점수의 변화를 질병진행 감소의 정도로 환산하면 도나네맙군에서 36%의 지연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한편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ARIA-E 발생률이 도나네맙군 24.0% 대 위약군 2.1%로 차이를 보였다. 주입 관련 반응도 8.7% 대 0.5%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와 관련해 “초기 증상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전체 환자군은 물론 저·중등도 수준의 타우 병리학적 소견을 보이는 환자그룹에서 도나네맙이 알츠하이머병의 일상적 진행을 유의하게 늦췄다”고 밝혔다.

질병의 진행감소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의 임상근거를 통해 두 약제의 알츠하이머병 진행감소 정도를 비교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레카네맙은 3상임상인 CLARITY AD 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질병진행을 27%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도나네맙은 저·중등도 타우 소견 환자에서 35%, 전체 환자에서 29% 질병진행을 지연시켰다. ARIA-E, ARAIA-H 발생률은 레카네맙이 12.6%, 17.3%였고 도나네맙은 24%, 31%로 나타나 도나네맙 치료 환자의 부작용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다만 아직 직접 비교 연구가 없는 만큼 두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결론적으로 논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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