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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촘촘해진 기분장애·치매 관리전략치료저항성 우울증 / 혼합형 양극성장애 가이드라인 발표
커져가는 치매 위험 속 다양한 치료전략 임상현장에 제시
우울증, 불안장애 선별검사 권고안도 대두
  • 임세형 기자
  • 승인 2023.09.06 14:44
  • 호수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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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 관리전략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 환자는 2017년 대비 2021년 35.1%, 불안장애 환자는 3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우울증은 60대 환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불안장애에서는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기타 불안장애 순으로 환자수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증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고, 특히 우울증의 경우 궁극적으로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밀접한 관리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급속한 사회고령화로 인한 치매 위험의 지속적인 증가 역시 정신건강 관리전략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COVID-19 팬데믹

정신건강질환과 관련된 최근의 연구들은 COVID-19로 인한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일례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는 연도별 정신장애 유병률이 2021년 9.1%로 2016년 대비 3.5% 감소됐고, 우울장애는 0.2%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다른 방향의 결과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 2018년도 자료와 2020년 자료를 비교한 연구(JKMS. 2023)에서는 COVID-19  팬데믹 이후 우울증 유병률이 4.3%에서 5.2%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보다 50세 미만에서 더 높은 위험을 보였다. 80세 이상 대비 19~29세에서 7.31배, 30~39세에서 7.38배, 40~49세에서 4.94배 위험이 높았다. 또 여성에서 1.63배, 비고용 상태에서 2배, 소득 상위층 대비 중상위층 1.83배, 보험급여자 2.35배, 자기 건강관리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4.99배, 현재 흡연자 2.29배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COVID-19 증상과 우울증 및 불안장애 환자의 증상 악화 간 연관성을 평가한 국내 회귀분석 연구(JMIR Public Health and Surveillance. 2023)에서는 격리 초기의 정서적 스트레스, 수면장애가 우울증과 불안장애 모두를 악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

지난 4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는 COVID-19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 자살률은 2011년 최고치 이후 2017년까지 감소추세였지만, 2018~2019년에는 사회적 모방효과로 인해 연속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2020년에는 COVID-19 팬데믹 상황이었음에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1년에는 다시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기본계획에서는 자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주로 정신적 문제가 원인으로 나타났고, 정신적 문제로 인한 자살 위험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2019년 34.7% → 2020년 38.4% → 2021년 39.8%). 이에 5대 추진전략에 정신건강 및 생명존중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을 포함시켰다.

COVID-19와 자살 위험

COVID-19와 자살 위험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지난 7월 진행된 대한우울조울병학회 하계연수교육에서 다뤄진 바 있다. 관련 강의에서는 1918~1919년 인플루엔자 팬데믹,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유행시기 자살로 사망한 환자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고, COVID-19 팬데믹의 경우 오랜기간 영향이 지속되는 만큼 실제 자살행동을 포함한 정신건강위기는 팬데믹보다 더 늦게 절정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COVID-19 환자수가 2020년 3월 정점으로 나타났을 때, 단기간 자해 발생률은 4월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다.

COVID-19가 자살 위험을 높이는 기전에 대해서는 고립, 공포, 낙인, 가정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의 위험이 정신장애, 만성 외상 및 스트레스 위험을 높이게 되고 궁극적으로 자살충동을 증가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 한편 COVID-19 팬데믹이 신경염증, 염증성 사이토카인(인터루킨-1, 2, 6, TNF-α, C반응성 단백질 등)을 증가시킨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사이토카인들이 장기적인 후생유전학적 변화, 모노아민 대사 방해 등을 통해 자살에 관여한다는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향후 자살 예측 및 예방 다단계 시스템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형 팬데믹 스트레스 설문조사
Clinical Psychopharmacology and Neuroscience. 2023

COVID-19 팬데믹이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유의한 스트레스 인자라 자리잡은 가운데 COVID-19으로 인한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한국형 팬데믹 스트레스설문조사(K-PSQ)가 제시됐다. K-PSQ는 25개 문항으로 구성되고 △일상 생활에 대한 방해 △대인관계 △경제적 측면 △교육 및 전문적 목표 △건강-본인 △건강-타인 관련 6개의 하위 평가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함께 이 연구에서는 팬데믹 관련 스트레스 사건이 우울증, 불안장애, 신체증상에 영향을 미치는지 PSS(Perceived Stress Scale), PHQ-9(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GAD-7(Generalized Anxiety Disorder-7), PHQ-15(Patient Health Questionaire-15), WHO 삶의 질 평가(WHOQOL-BREF)를 시행했고, 다변량 회귀분석 결과에서 COVID-19 관련 스트레스가 불안장애, 신체적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

우울증 관리전략

정신건강질환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내 우울증 관리전략도 보완되고 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는 2021년 한국형 우울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를 업데이트한데 이어 올해에는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 진료를 위한 가이드를 발표했다. 학회는 COVID-19 팬데믹 이후 우울증은 물론 우울증상군도 유의하게 증가했고, 포스트 COVID-19 시대에 우울증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가이드라인 발표 배경과 관련해서는 우울증 치료 목표를 언급했다. 학회는 빠른 시점에 치료하고, 초기에 호전시키고, 관해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 초기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 대비 치료반응이 없는 환자의 자살사고 위험이 약 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잔류 증상이 있는 경우 76%가 재발한다는 근거에 기반한 내용이다(잔류증상 없는 경우 재발률 25%). 이에 학회는 우울증 치료 시 모든 단계에서 자살 예방을 고려해야 하고, 우울증 환자의 자살 사고 및 자실 시도 병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자살은 항우울제로만 예방되지 않고, 반대로 SSRI가 자살을 유도할 수 있다는 보고들도 있어 다양한 정신건강학적 치료도 시행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가이드에서는 치료저항성 우울증에 대한 정의와 함께 신경생물학적 원인, 치료전략을 정리했다. 큰 틀에서 항우울제 치료전략의 최적화(용량, 순응도 등), 항우울제 교체, 항우울제 병용요법 또는 다른 계열 약물을 이용한 강화요법을 제시했다.

양극성장애 관리전략

양극성장애도 주요한 정신건강질환으로 꼽히고 있고, 자살 위험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에 발표된 핀란드 코호트 연구(BMJ Mental Health. 2023)에서는 15~64세 양극성장애 환자의 외부원인으로 인한 조기 사망 위험이 6배, 신체 원인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2~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원인으로 인한 사망 중 절반 이상은 자살로 나타났다.

양극성장애에서는 혼재성 양상(mixed feature)이 임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양극성장애 자체가 조증, 경조증, 우울 삽화, 정신병적 양상, 비전형 양상 등 다양한 삽화를 보이고, 만성적은 경과를 보이는 가운데 혼재성 양상 치료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태고, 임상현장에서도 경험을 축적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우울조울병학회와 대한정신약물학회는 2022년 한국형 양극성장애 약물치료 지침서를 업데이트했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사용가능한 약물들을 포함시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조증 증상 우세형, 우울 증상 우세형, 조증-우울 증상 유사형 혼재성 양상에 대한 치료전략을 도출했다. 큰 틀에서 기분조절제와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병용요법을 우선 적용했고,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전략에서는 각 약물의 단독요법을 제시했다. 우울 증상 우세형에서는 라모트리진의 비중도 높게 제시했다.

불안장애 선별검사

불안장애도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위험이 높아지는 정신건강질환으로 꼽혔다. 보건복지부 연구에서는 COVID-19 발생 직후 불안 증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임상현장에서는 COVID-19 팬데믹이 불안장애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극심한 불안이 단시간에 나타나는 공황장애는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하기 쉽고, 기존 공황장애가 있는 환자에서는 호전상태에서 다시 재발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공황장애 환자들은 외출 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것에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마스크 착용이 호흡을 곤란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과호흡과 과각성 증상, 외출이나 활동 회피 증가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았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불안장애 역시 자살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근거들도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자살 의도 및 자살 행동에 대한 자가 보고 설문조사를 진행한 10~21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Pediatr Emerg Care. 2022)에서는 전체 대상 환자 중 28.9%의 환자에서 자살 위험 양성으로 나타났고, 29.9%는 불안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의 NESARC 자료에서 자살 시도와 불안장애의 비율을 평가한 연구(Depress Anxiety. 2010)에서는 일생동안 자살 시도 병력이 있는 이들 중 70% 이상이 불안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서 의대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Front in Psychiatry. 2022)에서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자살행동 및 자살 위험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나타났고, 중증도가 높을수록 위험도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연구에서는 불안과 우울 증상의 선별검사와 위험도 감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미국 예방서비스 테스크포스(USPSTF)가 64세 이하 성인에게 불안장애 선별검사를 권고한 내용은 이런 불안장애의 위험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USPSTF는 불안장애가 만성적인 상태로 나타나고, 재발 위험이 높다며 선별검사 권고의 배경을 밝혔다.

치매

한편 치매는 국내 신경 정신건강질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2025년에는 65세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치매 환자 유병률은 10%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치매 환자도 잠재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치매 부담을 대비하기 위해 임상현장의 전략과 함께 의료체계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치매학회 등 관련 학계기 2021년 치매 평가 및 진단에 대한 임상진료지침 개정안을 통해 1차 의료기관을 치매관리 의료주체로 강조한 부분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주는 부분이다.

이와 함께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치매 관리를 위해 환자의 약물순응도를 개선하는 방법들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단계적으로 용량을 증량하는 방법, 경구가 아닌 경피로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 등 치료약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전략들이 임상현장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런 한편 최근에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 신약들도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치매 진단과 자살 위험
영국에서 진행된 인구 기반 사례 대조 연구(JAMA Neurology. 2022)에서는 초기의 치매
진단이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 2001년 1월 1일~2019년 12월 31일 1차 의료기관, 2차 의료기관 등 다양한 전자의료기록에서 15세 이상 59만 4674명의 자료를 대상으로 치매 진단과 자살 위험을 분석했다. 

전체 환자 중 58만 159명이 대조군, 1만 4515명이 자살군이었다. 사망 평균 연령은 각각 81.6세, 47.4세, 남성은 50%, 74.8%였다. 자살한 이들 중 치매 진단 기록이 있는 이들은 95명(1.9%)였고, 이들의 평균 사망 연령은 79.5세,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2.3년이었다. 전반적으로 치매 진단이 자살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지는 않았지만(aOR 1.05, 95 CI, 0.85-1.29), 65세 이전에 치매로 진단받은 환자에서는 자살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aOR 2.82, 9%% CI 1.84-4.33). 또 치매 진단 후 최초 3개월 내 자살 위험도 2배 이상이었고(aOR 2.47, 95% CI 1.49-4.09), 정신건강학적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에도 자살 위험이높았다(aOR 1.52, 95% CI 1.21-1.93).

특히 치매로 진단받지 않은 이들 대비 65세 미만이면서 치매 진단 최초 3개월 이내에 해당하는 경우는 자살 위험이 6배 이상까지 높았다(aOR 6.69, 95% CI 1.49-30.12). 이에 연구에서는 치매로 진단받고 관리받는 환자들을 자살 고위험군으로 간주하고 자살 위험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세형 기자  shlim@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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