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B는 현재 국내에서도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항고혈압제 계열 중 하나다. 대한고혈압학회 ‘Korea Hypertension Fact Sheet 2022’에서 2020년 기준 CCB의 처방률은 61%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2제병용 조합에서는 ARB + CCB가 66%로 압도적이다. 단독요법만 봐도 ARB가 50%, CCB가 38%로 두 계열이 전체 처방시장을 이끌고 있다.

허 교수는 과거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CCB 계열이 심근경색증이나 심부전 예방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2012년을 기점으로 ARB에 처방률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이 외의 혈관합병증 및 사망위험 감소혜택은 여전히 우수한 데이터를 보고하며 처방률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고혈압학회 2022년 가이드라인에서 CCB는 △좌심실비대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노인 수축기단독고혈압 △당뇨병 동반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항고혈압제로 명시돼 있다.

암로디핀의 한계

한편 허 교수는 CCB가 ARB의 처방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암로디핀으로 대변되는 CCB 표준요법이 심근경색증이나 심부전 등에서 우수한 혜택을 입증하지 못하는 등 표적장기 보호효과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더해 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에서 빈맥, 발목부종, 두통 및 안면홍조가 흔하게 나타나는 등 부작용 위험이 처방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CCB의 혈압강하력과 표적장기 보호효과에 대한 유효성과 함께 안전성 측면의 제고까지 기대할 수 있는 동계열내 새로운 주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때문에 암로디핀 등 CCB 계열 대표주자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처방확대를 꾀할 수 있는 동계열내 대체전략으로 베니디핀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베니디핀

허 교수 역시 차세대 CCB의 여정을 책임질 수 있는 대체주자의 하나로 베니디핀을 꼽았다. 기전상으로 CCB 계열의 대체주자에게 요구되는 선결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체내의 칼슘채널유형은 L, N, T-type이 있는데 암로디핀과 같은 CCB는 골격근, 평활근, 심장근에 영향을 미쳐 혈관확장을 유도하는 L-type만 차단하는 기전이다. 이에 반해 베니디핀은 L-type은 물론 N-type, T-type의 칼슘채널까지 모두 차단하는 유일한 CCB로 알려져 있다.

특히 L-type만 차단하는 기전으로 신장의 사구체 수입 세동맥(afferent arteriole)의 확장만 유도하는 암로디핀과 달리 베니디핀은 L, N, T-type 모두를 차단해 수입 → 수출 세동맥(efferent arteriole)에까지 두루 관여하기 때문에 사구체압을 줄이는 등 신장 보호효과와 신장질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Circ Res 2007)이 허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베니디핀은 다른 연구(J Pharmacol Sci 2006)에서 혈관세포막 지질 이중층에 빠르게 침투되기 때문에 반감기는 짧지만 강압효과는 24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압강하 효과

한편 허 교수는 베니디핀의 기전특성이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일련의 임상근거를 소개했다. 혈압강하 효과를 보면, 베니디핀은 암로디핀과 대등한 효과를 입증받은 바 있다(Hypertens Res 2011).

COPE 연구에서는 베니디핀과 ARB, 베타차단제, 이뇨제를 병용치료한 결과 심혈관사건 예방과 목표혈압 달성의 정도가 대등한 것으로 확인됐다(Journal of Hypertension 2011). 한편 이 연구에서는 병용조합에 있어 베니디핀과 티아지드 이뇨제(TD)의 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ARB나 베타차단제와의 조합과 비교해 낮은 경향의 심혈관사건 빈도를 나타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저시점에서 혈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고 있던 하위그룹에서는 베니디핀과 이뇨제 병용의 심혈관사건 빈도가 베타차단제 병용 대비 유의하게 낮았던 것으로 보고됐다(Hypertense Res 2017).

이형협심증

한편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에는 “CCB가 특히 이형협심증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언급돼 있는데, 베니디핀 역시 이형협심증 혜택을 근거로 협심증 치료에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일례로 베니디핀은 J Cardiovasc Pharmacol 2004에 게재된 연구에서 비-베니디핀 치료군과 비교해 혈관 연축에 의한 이형협심증 환자에서 MACE(major adverse cardiovascular events) 없는 생존율을 유의하게 증가시킨 것으로 보고됐다. 이형협심증 환자를 본 또 다른 연구에서는 베니디핀의 MACE 상대위험도가 다른 CCB 제제에 비해 낮았고, MACE 없는 생존율은 더 높았다(Circulation Journal 2010).

신장 보호효과

허 교수는 베니디핀의 신장 보호효과에 관한 근거도 소개했다. 먼저 한 연구(Keio J med 2010)에서 베니디핀이 사구체 수입·수출 세동맥에서 균형 있는 확장효과를 유도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앞선 또 다른 연구(J Cardiovasc Pharmacol 1997)에서는 베니디핀의 유의한 사구체압 감소로 인한 신장 보호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일련의 연구사례를 통해 베니디핀이 △알도스테론 감소효과(Eur J Pharmacol 2008) △알부민뇨·단백뇨 감소효과(Hypertens Res 2011) △사구체여과율 보전혜택(BMC Nephrology 2013) △알부민/크레아티닌비율 개선효과(Hypertens Res 2009·2011, Int Heart J 2014, Pharmaceuticals 2023) 등 신장질환 관련 마커를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부작용 위험

한편 허 교수는 CCB 계열의 부작용 위험과 관련해 L, N, T-type 칼슘채널을 모두 차단하는 기전의 베니디핀이 사구체 수입·수출 세동맥의 이완 또는 확장에 모두 관여해 암로디핀과 같은 기존 CCB에서 관찰되는 부종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연구들을 보면 암로디핀에서 나타나는 부종의 빈도가 5%에서 30%까지 다양한 수치를 나타낸다.

반면 과거의 전통적인 디하이드로피리딘계 CCB에 비해 베니디핀과 같은 신규 디하이드로피리딘계의 경우 말초부종의 상대위험도가 57%까지 유의하게 낮다는 연구(J Hypertens 2011)를 인용하며 허정호 교수는 강연을 갈음했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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