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형 이상지질혈증 가능성↑…당뇨병 환자 지질검사·치료해야”
 스타틴에 페노피브레이트 병용, LDL·TG·HDL 종합치료

 한국인 지질치료의 지침이 될 만한 귀중한 데이터가 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Dyslipidemia Fact Sheet in Korea 2015’ 역학보고서를 보면,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될 가능성은 최대 92.4%에 달한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하나 이상을 동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보고서에서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고LDL콜레스테롤혈증 15.5%, 고중성지방혈증 18.6%, 저HDL콜레스테롤혈증 28.4%로 차이가 있다. 높은 LDL 콜레스테롤(LDL-C)이 문제인 환자들도 많지만, 높은 중성지방(TG) 또는 낮은 HDL 콜레스테롤(HDL-C) 특성의 이상지질혈증이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 이상지질혈증으로 불리는 복합형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점도 추론해볼 수 있다.

순천향의대 목지오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내분비내과)는 이 데이터에 근거해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lipid profile)검사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LDL 콜레스테롤과 함께 중성지방 및 HDL 콜레스테롤까지 커버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지질치료를 표방해 온 내분비계 임상의학자다. 목 교수는 “당뇨병·이상지질혈증 동반환자, 특히 아시아 지역특성의 지질치료 시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단독요법의 한계를 보완해 줄 병용전략이 필요하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 심혈관질환 예방에 있어 지질치료 단독요법의 한계는?
스타틴 치료에도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residual risk)이 존재한다. 21개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의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스타틴 치료의 심혈관질환 예방혜택은 22% 정도다. 10명 중 2명은 성공적으로 심혈관질환을 막을 수 있지만, 나머지 8명은 위험이 여전하다. 원인은 유전적 소인부터 운동부족, 흡연, 고혈압, 고혈당 등 다양하다. 특히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이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의 주요타깃으로 지목되고 있다.

- 고TG·저HDL 특성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은?
중성지방이 증가하면 HDL 콜레스테롤은 감소하고 small dense LDL이 증가한다. 이들 인자는 죽상동맥경화증 호발성의 특징을 나타낸다. 이론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하면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에 따른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연구를 보면, 중성지방 200mg/dL 이상인 경우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한다. 심혈관질환 고위험군 대상의 RCT에서는 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조절했더라도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인 경우 심혈관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근거해 LDL 콜레스테롤을 잘 조절한 후라도 잔여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성지방 또는 HDL 콜레스테롤 타깃치료가 요구돼 왔다.

-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특성의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어느 정도인가?
아시아인의 경우 고LDL콜레스테롤혈증은 서양인보다 낮은 데 반해,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높다. 높은 중성지방이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복합형 이상지질혈증(고LDL, 고TG, 저HDL)의 가능성이 큰 우리나라 환자들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의 한국인 역학 데이터를 보면, 과거 상대적으로 많았던 출혈성 뇌졸중 빈도는 줄거나 변화가 없는 반면 허혈성 뇌졸중은 급증하고 있다. 고중성지방혈증이나 저HDL콜레스테롤혈증 증가패턴이 허혈성 뇌졸중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 동반 가능성은?
제2형 당뇨병의 핵심경로인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면 중성지방도 올라간다. 실제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역학보고서를 보면 당뇨병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 즉 고LDL콜레스테롤혈증·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혈증 가운데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가 LDL 콜레스테롤 ≥160mg/dL 적용 시 73.1%였다. 100mg/dL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상지질혈증 동반사례가 92.4%에 달한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다고 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지질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 고중성지방혈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근거중심(evidence-based) 치료를 적용한다. 스타틴을 1차로 쓰고,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할 것이냐의 선택이다. 높은 중성지방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 환자에서 병용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근거가 있다. FIELD 연구에서는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이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남성 40mg/dL, 여성 50mg/dL 미만) 환자그룹에서 심혈관질환 위험을 27% 감소시켰다. ACCORD-Lipid 연구에서는 중성지방 204mg/dL 이상에 HDL 콜레스테롤 34mg/dL 미만 그룹을 심바스타틴 + 페노피브레이트로 치료한 결과 스타틴 단독 대비 31%의 심혈관질환 위험감소 혜택을 확인했다.

-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근거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나?
유럽심장학회(ESC)는 “중성지방 ≥200mg/dL의 심혈관질환 고위험 환자에게 약물치료가 고려돼야 한다”며 “스타틴 치료에도 200mg/dL 이상인 환자에게 스타틴과 병용제로 페노피브레이트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중성지방 204mg/dL 이상에  HDL 콜레스테롤 34mg/dL 이하인 경우 스타틴과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권고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중성지방이 200~499mg/dL인 경우, LDL 콜레스테롤 목표달성 후 200mg/dL 이상이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며 피브레이트를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장기적인 관찰결과가 있는지.
심바스타틴 +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초기치료 결과를 10년가량 장기적으로 관찰한 사례가 보고됐다. ACCORD-Lipid의 4.7년 관찰에서 심혈관 임상혜택이 확인된 고중성지방혈증·저HDL콜레스테롤 특성의 당뇨병 환자들을 5년 더 관찰한 ACCORDIAN 연구다. 총 9.7년의 관찰에서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의 임상혜택이 치료중단 후에도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높은 중성지방에 낮은 HDL 콜레스테롤의 당뇨병 환자에서 초기에 페노피브레이트를 병용치료하면 10년 뒤까지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적응증에 해당하는 환자일 경우, 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일찍 적용하자는 것이 연구의 메시지다.

이상돈 기자  sdlee@mostonl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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