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스타틴(statin)은 금기증이 없다면 이차 예방을 위해 반드시 처방 되어야 하는 약제이며, 급성 심근경색증에 대한 현행 치료 지침에서는 내원 후 가능한 빨리 고강도 스타틴을 처방하고 퇴원 후에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연구에서 고강도 스타틴 효과의 인종간 차이에 대해 보고했으며, 이를 근거로 미국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는 아시아 인의 경우 초치료로 중강도 스타틴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스타틴의 강도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필자는 한국인급성심근경색증등록사업(Korea Acute Myocardial Infarction Registry, KAMIR)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국인에서 중강도 이하의 스타틴의 유효성 및 적용 환자의 조건을 찾아보고자 하며 이에 따른 최적의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holesterol) 목표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KAMIR 연구 분석결과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저·중강도 스타틴의 유효성

KAMIR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분석했을 때(Circ J 2018;82:1112-1120)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30.1%에서만 초치료로 고강도스타틴(rosuvastatin 20~40mg 또는 atorvastatin 40~80mg)이 사용됐으며, 저~중강도 스타틴은 63.2%의 환자에서 사용됐다.

금기증 존재 등의 이유로 인해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6.7%에 달했으나, 다른 국내 연구에서(Am J Cardiol 2015;115:1-7)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의 대부분은 금기증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신 상태가 좋지 않거나 내원시 급성 심부전, 쇼크 등으로 오랫동안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심근경색증에서 이차 예방에 대한 근거가 명확한 스타틴 사용에 대한 의료진의 교육도 중요하다.

앞선 연구에서 고강도 스타틴, 저~중강도 스타틴 모두 1년 후 LDL-C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주요 심혈관 사건(MACE; major adverse cardiac events)의 발생도 유의하게 줄였다. 저~중강도 스타틴, 고강도 스타틴 간에 1년 간의 MACE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LDL-C 목표치만 달성할 수 있다면 저~중강도 스타틴과 고강도 스타틴 유효성은 차이가 없었다.

다른 KAMIR 연구에서는(J Lipid Atheroscler 2019;8:208-220) 내원시 LDL-C 수치가 이미 70mg/dL 이하인 환자에서 스타틴의 강도에 따른 임상 결과를 관찰했다. 고강도 스타틴 사용 1년 후 LDL-C이 40% 이상 감소됐던 경우와 저~중강도 스타틴을 사용해 LDL-C가 40% 미만 감소됐던 경우를 비교했고, 고강도 스타틴을 사용하였을 때 1년 후 주요 심혈관 사고 발생률이 더 낮았다. 고강도 스타틴과 저~중강도 스타틴 간에 출혈성 뇌경색 등 부작용 발생률의 차이는 없었다.

위의 두 KAMIR 연구결과는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스타틴의 강도보다는 LDL-C 수치가 목표에 도달했는지의 여부가 임상 결과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구나 KAMIR 연구에서 스타틴의 순응도를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최소 퇴원 후 한달 간 처방약을 그대로 복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급성 심근경색증 초기에 고강도 스타틴을 사용하고 LDL-C 목표치에 도달하면 저~중강도 스타틴으로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한국인 환자 최적의 LDL-C 목표치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내원시 LDL-C 수치는 여러 국내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분석해보면 110~120mg/dL 정도로 높지 않다. 비록 최근 유럽 이상지질혈증 지침에서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LDL-C 목표치를 55mg/dL로 매우 낮게 설정했지만 아직 아시아인 및 한국인에서 LDL-C 목표치 55mg/dL의 이득에 대한 연구가 없어 이를 한국인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인 허혈성 심질환 환자에서 LDL-C 목표치 70mg/dL 이하 달성률을 관찰했던 연구에서(J Lipid Atheroscler 2019;8:242-251)도 치료 3년뒤의 LDL-C 목표 달성률은 50% 정도로 높지 않았다. 국내 이상지질혈증 지침에서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LDL-C를 70mg/dL 이하로 낮추거나 기저치의 50% 이상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KAMIR 연구에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최적 LDL-C 목표치를 분석했다(Int J Cardiol 2015;187:478-485). 기저 LDL-C 수치가 70mg/dL을 초과하였던 1305명의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를 대상으로 두가지의 분석을 따로 진행하였다. 첫번째는 퇴원 후 1년동안 LDL-C 목표치인 70mg/dL의 달성 여부에 따라, 두번째는 1년 동안 LDL-C가 기저치에 비해 50% 이상 감소됐는지의 여부에 따라 분석을 각각 진행했다.

결과 LDL-C가 기저치에 비해 50% 이상 감소됐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2년 간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47% 낮출 수 있었지만, LDL-C 목표치인 70mg/dL 달성 여부에 따른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의 차이는 없었다. 전술한대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기저 LDL-C 수치가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기 연구 결과대로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LDL-C를 기저치의 50% 이상 감소를 목표로 스타틴 강도를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인 환자 대상 스타틴 강도에 따른 다른 이슈

고민감성 C-반응성 단백(high-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hs-CRP) 농도는 혈관 염증도와 연관이 있으며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나쁜 예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AMIR 연구에서 기저 hs-CRP 농도에 따른 3년 간의 주요 심혈관 사건 발생률을 관찰하였다 (J Cardiol 2019;74:74-83). 퇴원 6개월까지는 hs-CRP 농도가 높을수록 주요 심혈관 사건의 발생률이 높았지만 6개월 이후로는 hs-CRP와 예후와의 연관은 없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강도 스타틴을 사용한 경우 hs-CRP 기저치가 높더라도 초기 예후을 개선시킬 수가 있었다. 비록 LDL-C, hs-CRP 추적 농도를 확인할 수 없어 제한점은 있지만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치료 초기에 고강도 스타틴의 유용성을 확인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내 단일 기관 연구(Int J Cardiol 2016;212:100-106)에서는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초고강도 스타틴(atorvastatin 80mg)과 N-acetylcysteine을 내원 직후에 같이 사용하면 고강도 스타틴(atorvastatin 40mg), 초고강도 스타틴(atorvastatin 80mg)을 단독 사용하는 경우보다 조영제 유발 신증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결론

KAMIR 연구를 토대로 하였을 때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는 스타틴의 강도보다는 LDL-C 목표치 달성 여부가 예후에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환자의 기저 LDL-C 수치가 110~120mg/dL 정도로 높지 않으므로 LDL-C 목표치 70mg/dL 이하로 낮추는 것보다는 기저치의 50% 이상 감소를 일차 목표로 스타틴의 강도를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초기에 고강도 스타틴 사용의 이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당뇨병 발생 위험 증가, 부작용으로 인한 스타틴 중단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어 한국인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에서 스타틴 사용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처음 입원할 때부터 퇴원까지 금기증이 없다면 고강도의 스타틴을 사용한다.

둘째, 퇴원 후 LDL-C 수치가 기저치의 50% 이상 그리고 70mg/dL 이하로 감소되었다면 저~중강도 스타틴으로 변경한다. 상기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스타틴 강도를 더 올리고 ezetimibe 또는 PCSK9 inhibitor 추가를 적극 고려한다.

셋째,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 환자 또는 근육병증 등의 스타틴 부작용이 있는 경우는 처음부터 저~중강도 스타틴과 ezetimibe 병합 요법을 고려한다.

대규모의 무작위 배정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서양 지침에서 점점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LDL-C 목표치를 낮추고 있으므로, 한국인 급성심근경색증 환자에서도 적절한 스타틴 강도 및 LDL-C 목표치 설정을 위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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